치 스파 / 반 쏨땀 / 시암 파라곤
아침 일찍 조식을 먹으러 나왔다.
샹그릴라 방콕에는 야외 자리 , 실내 자리 이렇겐 나누어져 있었는데 우리는 야외가 보이는 실내 자리에 앉았다.
내가 여행 간 12월 초는 태국 여행하기 가장 좋은 날씨였다.
얼마 안 되는 태국의 겨울인데 한 낮 빼고는 반팔을 입어도 선선한 날씨고 하늘은 또 얼마나 맑은지.
날 하나는 참 잘 골랐다 싶었다.
조식도 별거 없어 보이지만 향긋한 빵들, 과일들 그리고 완벽한 쌀국수까지 있으니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
친구와 이런 대화를 했었다.
“왜 우리나라 특급 호텔 조식에도 쌀국수엔 스리라차 소스밖에 없을까? 여기처럼 스리라차 소스가 없어도 피시소스, 고춧가루, 마늘 후레이크 정도만 있어도 참 좋을 텐데.”
천편일률적인 스리라차 소스라니…
절레절레하며 맛있는 쌀국수를 한 그릇 더 먹었다.
야외 자리도 참 예뻐서
“내일은 꼭 야외 자리에 앉자!”라며 다짐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다음 날엔 비가 한 방울씩 떨어져서 실내 자리로 앉았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 있다.
그건 바로 호텔에서 피트니스센터 이용해 보기!
이 생각의 시작은
요즘 시작한 근력 홈트레이닝과 갓생에 대한 욕망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몸 움직이는걸 워낙 좋아하긴 하지만 한 번도 놀러 와서 운동에 시간을 할애해 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엔 큰 맘먹고 꼭 가자 다짐을 했던 터였다.
최애 하는 심으뜸 선생님의 유튜브 운동 루틴을 틀어놓고 에어 팟을 끼고 덤벨 운동을 시작했다.
유산소는 너무 숨차기도 하고 재미없어서 나는 내 맘대로 근력운동만 하는 초초 초초 초보이다.
그래도 이 시간에 이 공간에 있다는 것 자체로도 뿌듯했다.
(도장깨기 성공이랄까)
또 새로운 경험은 바로 호텔 스파였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내가 꽤 달라졌구나’이다.
과거에 몇 번 여행을 했을 때는 무조건 가성비만을 따졌고
태국에 오면 저렴하면서 별점이 높은 마사지샵만 찾아다녔었다.
그런데 이번 여행을 준비할 때는 가성비보다는,
한국에서 이 가격으로 할 수 없는 경험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90분 약 10만 원 정도 하는 호텔 마사지였는데, 태국 여행에서 10만 원이면 전신 마사지를 3번은 받을 수 있는 돈이다.
하지만 호텔 스파를 한국에서 90분 받는다면? 못해도 30만 원은 넘게 들 것이란 걸 알아서
이번 여행에서는 가격보다 경험에 더 마음이 기울었다.
돈을 번지 꽤 되었다고 생각해서 그런 건지,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마음이 허해서 그런진 잘 모르겠지만.
샹그릴라 호텔의 스파 서비스인 ‘치 스파’는 현재 리모델링 공사 관계로 호텔 7층에서 진행된다.
게스트룸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4가지 마사지 오일을 들고 오신다.
그중에 한 가지를 선택하면 그 오일로 마사지를 진행해주시고 남은 오일은 내가 가져가면 된다.
90분 동안 스파를 받은 후기는…
정말 해보길 잘했다!
타이마사지와는 차원이 달랐다.
따뜻하게 오일로 감싸주는 느낌으로 온몸이 노곤노곤 풀리는 기분이었다.
시원한 맛은 덜했지만 내 몸을 아껴준다는 생각이 가득 드는 오일 마사지였다.
아마 웬만한 고급 스파가 아니면 오일 마사지는 불안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애초에 일회용 속옷을 입고 거의 나체나 다름없는 상태로 진행되기도 하니까 서비스가 특히 더 중요한 코스이다.
그걸 생각하면 샹그릴라 호텔 마사지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마사지사들도 굉장히 친절하셨고 민망하지 않게 몸을 잘 풀어주셨다.
다음에 간다면 샹그릴라에서 또 마사지를 받아 볼 생각이다.
배가 고파진 우리는 약 20분 정도 걸어서 ‘반 쏨땀’이라는 쏨땀 전문점으로 갔다.
어제 먹은 옥수수 쏨땀이 아무래도 아쉬워서 점심은 쏨땀으로 미슐랭을 받았다는 이곳으로 정했다.
저 하얀 국물의 누들은 바로 똠얌꿍!
빨간 국물이 아닌 똠얌꿍은 처음 봤는데 하얀 국물도 엄청 맛있었다.
덜 맵긴 하지만 시원한 맛이 좀 더 강한 느낌이었다.
쏨땀이 매운 편이기 때문에 조화가 잘 이루어졌다.
빼놓을 수 없는 고기메뉴는 바로 항정상 구이.
사실 한국 사람들에게 제일 유명한 메뉴는 항정살 구이가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에서 왜 없지 싶은 메뉴인데 아는 맛 같지만 정말로 맛있다.
태국 돼지고기는 뭔가 더 부드러운가…? 싶은 의문까지 생기는 맛.
점심을 먹고 나서는 ‘시암파라곤’이라는 대형 쇼핑몰을 찾았다.
아이콘 시암이 생기기 전에는 관광객들이 시암파라곤은 한번 씩 들렀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 때보단 한산해진 느낌이었다.
그리고 일본에서도 대기 줄 때문에 먹어보지 못한 ‘아라비카커피’를 마시기 위해 찾은 이유도 있었다.
교토를 그렇게 좋아해서 3번은 갔던 여행지인데 역설적으로 거기에선 한번도 마시지 못했다.
내 여행 스타일에 대기하는 것은 없기 때문.
여튼 고대하던 아라비카 커피는 정말 고소하고 맛있었다.
나는 연유가 약간 들어가있는 교토라떼 아이스를 마셨는데 평소에 라떼를 안좋아하는 나도
무난히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커피 맛이 진했다.
친구는 따뜻하게 먹었는데 확실히 풍미가 훨씬 더 살아있었다.
카페도 성공!
지하1층에 있는 고메마켓에서 여러가지 물품들을 털어오니 어느덧 해질녘이 되어있었다.
(고메마켓 필수 리스트 : 개인적으로는 선실크 헤어팩, 펌프형 100프로 코코넛 오일, 각종 과자류, 카오팟무쌉 소스 등)
고메마켓에서 사온 망고밥과 호텔 미니바에 있는 무료 창 맥주, 그리고 나는솔로10기 하이라이트를 보며 해질녁 뷰를 즐겼다.
나는 솔로가 너무 재미있어서 생각보다 오랜 시간 호텔 룸 안에서 시간을 보내버렸다.
하지만 저녁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랩푸드’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랩푸드’란 우리나아의 배민이나 요기요처럼 배달 플랫폼인데 관광객들도 많이 이용한다고 해서 미리 다운로드 했었다.
우리가 정한 곳은 ‘솜분씨푸드’
엄청 유명한 곳이기도 하고 숙소와 멀지 않아서 배달도 오래걸리지 않아서 바로 주문했다.
배가 많이 고프진 않아서 푸팟퐁커리와 공깃밥 하나만 배달시켰다.
(하지만 푸팟퐁 커리는 여기도 비싼 편!)
소스 까지 야무지게 배달이 왔다!
게살이 다 발라져 있어서 얼마나 먹기 좋았던지.
사진엔 없지만 저기에 ‘마마 똠양 컵라면’도 함께 해서 먹었다.
마지막 사진으로는 쉽게 보기 힘든 태국의 크리스마스 트리.
샹그릴라의 로비는 참 고급지고 예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