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 아리마온천/오코노미야키/겟코엔 유게츠산소우
오사카를 몇 번이나 왔었지만 고베에는 처음이었다.
애초에 여행을 계획했을 때부터 온천마을에 무조건 가보고 싶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친구도 괜찮다고 해서 오사카에서 갈만한 온천마을을 찾아본 결과
‘고베 아리마 온천마을’이 가장 적합한 장소였다.
처음에는 아리마온천까지 고속버스를 타고 가려고 했다.
하지만 버스를 한 번 놓치면 끝난다는 불안감과 이렇게 복잡한 우메다에서 우리가 버스 정류장을 시간 내에 잘 찾을 수 있을까 싶은 두려움 때문에 지하철로 가기로 결정.
이 결정은 결과적으로 말하면 성공적이었다.
시간은 좀 더 걸렸지만 가면서 기차여행의 정취도 충분히 느꼈고 생각보다 길도 어렵지 않았다.
이 풍경을 보고 있을 때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은 것도 기억에 남는다.
지금은 관광객이 많진 않아 보이지만, 코로나 전에는 고베전 철선울 타고 아리마 온천마을까지 가는 사람들이 많았었겠지?
누가 봐도 온천 가는 길을 설명해 놓은 저 안내문 덕분에 길도 한번 헤매지 않았다.
중간에 여기서 내려서 옆 전철로 갈아타면 된다.
급하게 갈아타면서 사진 찍는다고, 친구를 잃어버릴 뻔했던 기억이 있는 장소.
사진에선 긴급함이 느껴지지 않지만 내가 보면 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모두 다 아리마 온천을 가는 사람들.
얼마나 설렐까!
아리마 온천역에 도착.
벌써 부터 고즈넉한 온천마을 같은 담쟁이덩굴이 반겨준다. 날씨가 조금 흐려서 걱정했지만 비는 오지 않아서 다행.
분명히 누군가의 후기에는 기차역에서 송영버스가 온다고 했는데,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고 길도 멀지 않은 것 같아서 우리는 캐리어를 끌고 직접 료칸까지 가기 시작했다.
아리마 온천을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대표적인 사진.
여기가 아리마 온천마을의 시작이다. 봄이나 가을의 풍경은 또 달라서 꼭 그 계절에 다시 와보고 싶다.
힘들어하며 캐리어를 들고 올라가는 친구.
(더 알아올걸 미안해!)
무거운 캐리어를 끈다고 정신없이 올라가다가 고개를 들었더니 이런 풍경이!
일본 여행의 매력은 이런데 있다.
내 취향을 너무나 잘 아는 친구와 이런 길을 걷는 것 자체로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누가 보면 한국이랑 비슷한 일본을 왜 이렇게 좋아하냐고 할 수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한국이랑 너무 달라서 이국적이다.
점심은 오코노미야키.
한국에선 영 철판볶음이 당기지 않았는데 여기 오니까 너무너무 먹고 싶었다.
이때까지 먹었던 오코노미야키 중에 최고는 몇 년 전에 오키나와 한 가게에서 먹었던 것이었다.
이 날 점심은 그 정도로 맛있지는 않았지만 , 내 향수를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친구와 한 개씩 주문을 했는데 저 면이 너무 맛있었다.
메뉴가 많이서 뭘 시켜야 할까 고민을 꽤 했었는데, 성공적이어서 너무 다행!
저녁이었다면 맥주라도 한 잔 같이 했겠지만, 밖에서 헤맨다고 손발이 얼어있어서 그냥 따뜻한 우롱차나 주문했다.
다 먹고 나서야 배 땅땅 두드리며 식당 이름 보기.
아리마 온천마을은 자연 탄산수로 유명하다.
탄산수 온천수가 나오는 곳인데, 그 때문에 여기의 명물은 탄산센베이!
꼭 한번 먹어보고 싶어서 센베를 샀는데 , 알고 보니 이 동네 명물이라 카페에서도 하나 받고 나중에 료칸에서도 주시더라.
맛만 보고 싶다면 굳이 구매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지나가다가 인센스 스틱을 파는 가게 발견!
‘향’이라고 단순하지만 크게 쓰여있는 간판이 참 임팩트 있다.
단순함의 미학을 보여주는 간판. 손님들도 헷갈리지도 않고.
추운 날씨 때문에 카페를 한참 찾다가 겨우 발견한 곳.
이 추운 날씨에도 아주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 파르페를 한 개씩 뚝딱 하시는 것을 보니 너무 귀여웠다.
일본은 아줌마가 되어도 파르페를 아무렇지 않게 먹을 수 있구나, 싶어서 새삼 부럽기도 했다.
그녀들이 1인 1파르페를 뚝딱 끝내고 문을 나서는 순간까지도 우리는 추워를 녹이기에 여념이 없었다.
따뜻한 차와 커피를 주문했더니 이 동네 명물인 탄산센베를 하나씩 주셨다.
일본답지 않게 서비스가 있다니, 순간 놀랐다.
라멘집에 가도 단무지 하나 주지 않는 나라이지만 온천마을에서는 ‘우리 마을에서 나는 명물 과자 한번 드셔보세요’ 자랑하는 느낌이라
정겹기도 하고 기분이 좋았다.
달달하고 얇아서 바삭했던 탄산센베.
우리가 묵은 료칸은 ‘겟코엔 유게츠 산소우’
이 료칸을 선택한 이유는 사실 명확했다.
전통적인 료칸이면서도 비교적 오래돼서 가격도 저렴했기 때문!
우리는 7박의 일정이었기 때문에 료칸에 예산을 많이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온천마을에 온 이상 제대로 된 료칸에 묵어보고 싶어서 내가 예약을 진행했다.
사실 후기가 많이 없기도 하고 사람들은 최신식인 ‘겟코엔 고로칸’을 많이들 추천해서 불안한 감도 있었지만
나는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12월 중순 평일 기준 2인에 30만원정도 했다.
에약은 재패니칸으로 했고, 석식/조식 포함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식사 포함에 이 정도 가격이라면 가볼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시설이 아쉬웠지만, 시설 좋은 곳은 두 배는 훌쩍 넘기기 때문에 사실 비교대상이 될 수 조차 없다.
방에서 보는 전경.
방이 생각보다 엄청 컸고 테라스도 따로 있어서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다만 화장실이나 욕조는 엄청 오래된 티가 났다. 히터도 방 안에 있던 라디에이터라서 건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아침저녁으로 욕장에 가서 씻으며 온천을 해서 화장실은 별 문제가 되진 않았다.
본관과 별관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렇게 야외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다리를 건너면서 강을 건널 수도 있다. 이 사리 붉은 카펫으로 들어가면 야외 온천이 나온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주황색의 천연 탄산온천이고 사람도 적어서 나는 전세 낸 듯이 사용했다.
겨울이 아니었다면 물이 좀 더 많아서 훨씬 이쁠 것 같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이때의 차가운 공기와 따뜻하게 데워져 춥지 않았던 순간이 기억난다.
이렇게 하나하나 세부적인 기억이 남지 않아도, 상쾌했던 기분이 떠오르는 걸 보니 의미 있는 여행이었구나 싶다.
별관 지하 1층에 있던 욕장.
작은 욕장이지만 아침저녁으로 씻기 좋았다. 물도 천연온천수라서 몸이 부들부들해졌고 자는 방이랑도 같은 건물이라 편했다.
대욕장에서 온천을 하나고 내려오던 중 마친 해피아워라서 맥주 1잔을 했다.
사진으로 보니 맥주 애호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한 입만 먹어도 얼굴이 달아오르는 알쓰이기 때문에 기분만 냈다.
저녁 식사는 식당에서 진행되었는데, 생각보다 퀄리티가 너무나 좋았다.
준비되어 있는 기본 세팅 + 뷔페식인데 하나하나 다 든든하고 입맛에 잘 맞았다.
평소에 많이 먹지 못하는 친구도 디저트까지 한껏 비웠다.
오랜만에 몸보신을 한 느낌이랄까!
마지막으로 먹었던 캐러멜 푸딩은 정말…
안 먹었다면 후회했을 만큼 맛있었다.
디저트까지 완벽했던 식사!
식사를 마치고 오니 이렇게 정갈하게 잠자리 준비를 해주셨다.
평소에 침대 생활만 해서 바닥에선 절대 못 자는 타입인데, 이상하게 료칸에서 준비해 주신 잠자리는 항상 뒤척이지 않고 숙면한다.
(왜 인지 너무 궁금하지만 일단 잘 잤으니 됐다 싶어 맨날 넘어가 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