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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공간 Oct 25. 2019

튀김의 기술 / 곤도 후미오

공부하는 요리사 ch1. 독서








흔히 튀김에 대해 말할 때 '구두도 튀기면 맛있다'고 말하지만 튀김을 정말 잘 하는 집은 드물다. 튀김을 잘 하기 위해서는 튀김옷의 반죽의 농도와 기름의 온도, 그리고 튀길 식자재에 대한 이해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하고, 그래야만 식재료가 가진 고유의 향과 맛을 살릴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튀김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제대로 된 튀김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다. 지금은 떡볶이로 유명한 '미미네'는 사실 인천에서 다양한 튀김을 시도하는 분식집이었다. 당시 새우튀김으로 유명했지만, 봄나물 튀김이나 버섯 튀김 등 신선한 튀김 요리를 만날 수 있었다. 게다가 그 퀄리티도 뛰어나서 감탄하며 찾곤 했다. 유명세를 타고 홍대로 이전했는데, 그러면서 관리가 어려운 튀김들이 점점 사라졌다. 못내 아쉬웠는데 문득 이 글을 쓰다 생각나 찾아보니 최근에는 또 튀김을 다양하게 시도하는 것 같다. 반가운 일이다.






튀김을 정말 제대로 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 바로 곤도 후미오의 튀김의 기술. 이 책은 미슐랭 2스타에 빛나는 덴푸라 곤도의 셰프이자 일본 튀김의 1인자인 곤도 후미오가 40년 동안 갈고 닦은 튀김의 기술을 집대성한 책이다. 곤도 후미오는 채소 튀김이라는 생소한 분야에 도전해 결국 튀김을 요리로 승화한 장인이다.




책을 처음 펼치면 나타나는 제철별 튀김 재료부터 놀라움의 연속이다. 우리가 흔히 튀김에서 보기 힘든 다양한 식재료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재료들이 다 흥미롭지만 양하나 두릎, 고사리, 전복 등 제주도에서 만날 수 있는 제철 재료들을 보면 아니 이런 것도 튀김을 한단 말이야? 라는 생각이 들면서 당장 테스트를 해서 그 향긋한 향과 맛을 느끼고 싶다는 욕망이 분출한다. 아울러 이 책에 없는 제주도의 식재료를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내고 싶은 도전의식도 함께 솟아난다.


이 책의 장점은 튀김의 기본재료인 밀가루와 달걀물, 기름부터 설명하고 이를 어떻게 배합해야 좋은 반죽이 되는지, 온도는 어떻게 맞추는지 부터 차근차근 설명한다는 데 있다. 확실히 실력있는 장인은 기본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금 배운다. 심지어 조리대를 어떻게 배치해서 식당을 운영해야 효율적인지에 대한 노하우도 설명해주기 때문에 식당을 창업하는 사람에게 더없이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준다.


그냥 튀길 재료를 반죽옷에 묻혀서 기름에 튀겨내면 되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을 한다면 그야말로 오산. 식재료에 따라 기름의 온도와 반죽의 농도도 다르지만, 튀기는 과정에 있어서도 끝까지 튀겨야 하는 것, 80% 정도 익었을 때 꺼내서 잔열로 익혀야 하는 것, 찌듯이 익혀야 하는 것, 튀김옷을 묻히지 않고 튀겨야 하는 것, 두 번 튀겨야 하는 것 등 다양하게 변주된다.


곤도 후미오는 튀김에 있어 볶은 참기름과 생참기름을 섞어서 사용하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아마 이 책에서 밝히지 않은 자신만의 비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더 바삭한 튀김을 만들기 위해 흑맥주를 사용하는데, 적정한 비율을 맞추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숨겨놓은 비법을 모르더라도 이 책에서 제시하는 기본만 지킨다면 충분히 좋은 튀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버거스테이에서는 감자튀김과 양파튀김을 제공하고 있다.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튀김도 시도하고 싶고 튀김의 퀄리티도 높이고 싶지만 아직은 개업한지 얼마 되지 않은 1인 식당의 초짜 요리사라 어려운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점차 익숙해지면 제주도의 제철 튀김이 맛있는 버거집으로 만들어나가고 싶다. 구좌당근튀김, 겨울방어튀김, 봄양하튀김, 유채튀김! 매력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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