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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아 Oct 09. 2018

만나요, 우리

[스얼레터#143] 가을을 보내기 싫은 마음으로

제가 스얼 매니저로서 쓴 뉴스레터의 도입부를 전재합니다. 스얼 매니저들의 이야기는 매주 뉴스레터로 찾아가는데요, 스얼레터를 구독하시거나 스얼 브런치 매거진에서도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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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27 만나요, 우리


갑자기 누군가가 생각나는 아침, 갑자기 누군가에게 안부를 묻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별 이유가 없는데, 무엇 때문인지 누군가가 생각나서 갑자기 연락하고싶은 날이요. 그런 날 먼저 연락할 때도 있지만 가끔 생각만 하고 일상에 치여 그 순간을 넘겨버릴 때도 있는데요. 그 순간에 딱 그 사람에게 먼저 연락 오는 순간들, 아마 다들 경험이 있으시겠죠?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연결의 순간'들이요.

지난 주엔 그런 날이 세 번이나 있었어요. 같이 맛있는 걸 먹으러 다녔던 지인들이 있는데, 출근길에 갑자기 같이 먹었던 음식이 생각나는 거예요. 그런데 지하철에 내릴 때쯤 몇 달 동안 한 마디 없던 단체 채팅방에 안부 메시지가 온 것 있죠. 오래 연락이 안 됐던 친구도 그랬고요.

금요일 밤엔 지난 5월 출장 가서 찍었던 비엔나 사진을 정리하다가 잠들어서 눈 뜨자마자 비엔나 생각을 했는데, 그 순간 그곳에서 친해진 이가 SNS에 잔뜩 좋아요를 하는 거예요. 7시간의 시차가 있는데도요. 너무 신기하고 놀랍기도 해서, "나 방금 비엔나 사진 보고 있었는데!" 했더니만 웃더니 "아마 우리는 연결돼 있는 것 같아. 나는 그렇게 믿어"라고 하는 거예요. 참 청소년 드라마 대사 같고 낯간지럽지만 그 '연결'의 순간이 참 고맙고 따뜻했어요.

비과학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이 '연결의 순간'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몰라요. 하늘이 막 높아지는 가을에 함께 맛있는 걸 먹었던 지인들과의 기억, 같이 논문을 준비했던 친구와 믹스커피와 불닭볶음면의 기억, 꼭 지금같이 하늘이 높고 선선했던 봄의 비엔나. 그렇게 살갗에 남은 기억들을 함께 했으니까, 한참을 연락을 안 해도, 7시간이나 시차가 있어도 그때 꼭 생각나는게 아닐까 싶어서요.

그래서 저는 새로운 다짐을 했어요. 점점 환절기가 짧아지지만 가을은 참 아름다운 계절이잖아요. 이 짧고 찬란한 계절에 좀 더 아끼는 사람들과, 보고싶었던 사람들과 많이 만나기로요. 사실 저는 사람을 만나는 것만큼이나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아하는데요, 봄에, 또 다음 가을에 꼭 이런 날씨 이런 공기일 때 문득 생각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같이 떠올리는 기억이 많아지면 더 행복할 것 같아서요.

만나요, 우리!


- 가을을 보내기 싫은 이승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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