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아 Aug 22. 2019

스타트업, 벤처 투자, 연애

마일스톤을 향하는 시간 동안 존버할 자신, 존버력을 알아볼 자신

내 트레이너는 20대 후반. 나보다 두어 살 어린데 얼른 결혼하기 적합한 경제력을 갖춘 (남자)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과 지금 아니면 못 하는 것들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공존한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서울 올라와보니 전자에 대한 고민이 커져 힘들다고.


물론 내가 서울에서만 살았고 부모님 집에 살았으니 그런 부분에 둔감할 수도 있겠지만. 상대방의 당장의 경제력보다는 우리가 같이 폭망해서 땡전 한 푼 없는 상황이 돼도 뭐라도 할 수 있는 가능성과 배짱이 중요한 것 같다는 나의 이상론을 이야기했다. 그러다 보니 문득 이런 가치관이 내가 속한 업종과 잘 맞아서 나름 즐겁게 일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해비야빠로서 늘 의아한 게 FA제도다. 과거에 해둔 것을 통해 연봉을, 그것도 몇 년 치나 책정한다는 게 사실 미래에 얼마나 잘 뛸 지 알 수 없으니 가장 최선인 것 같으면서도 합리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지금은 아이디어와 팀원 밖에 없어도 그 팀과 그 팀이 속한 산업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내가 속한 업종과는 정 반대인 셈이다.


시드머니가 충분한 상황에서 출발해도 좋겠지만, 마일스톤을 달성하기 위해 달리는 과정동안 발생 가능한 여러 엿같은 일들과, 내 의지와 무관하게 생기는 변수들을 어떻게 현명하게 넘어갈 것이며, 그 고달픈 시간을 어떻게 존버하느냐,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주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할 것인지.


그게 업의 본질이기도 하고 어쩌면 연애나 결혼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PT 수업이 어느덧 7번째, 중량을 점점 올리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