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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아 Oct 01. 2018

나만 놓으면 끝날 것들에 대하여

여전히 낯선 나와 미치도록 지겨운 나 사이에서

I don’t think that we can stop this whether we want it or not. The reason that this is why so real because we are not dealing it. This is happening to us. We can choose to see it or not, deny it or not. But now we have seen it. It’s happening. <Porto>, 2016


가을이라는 몹쓸 계절이 또 돌아와서, 도대체 박원은 왜 이런 노래를 불렀나 원망하며 청승 떨며 출근한 월요일이었다. 무언가를 잔뜩 뱉어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던 건, 내 감정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지 다른 건 다 알 게 뭐냐고 했던 스물둘이 아니라서일까.


궁금했다. 설명할 수 없는 소용돌이 한가운데 서 있는 것 같기도 했고, 에어백 없이 충돌한 것 같기도 했고, 때로는 번지점프를 하다가 줄이 끊어진 것 같았다. 그 두려움에서 해방감을 느끼기도 했다. 언젠가 설명할 날이 올까 싶지만, 스스로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은 그냥 삼키는 편이 낫다.


삼십 년을 꼬박 나로 살았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여전히 낯선 나와 미치도록 지겨운 나를 마주한다. 여전히 낯선 나는 놀랍도록 차갑다. 나만 놓으면 끝날 것들은 놓는 게 맞다고, 상처받기 전에 그만하라고 말한다. 미치도록 지겨운 나는 나를 더 벗겨낸다. 언제 그렇게 상처받는 걸 두려워했냐면서, 상처받더라도 끝장을 보던 게 네가 아니었냐고 말한다.


어쩌면 스물둘이 아닌 서른의 나는, 상처받는 게 두려워서가 아니라 구질구질한 게 두려워서 낯선 나를 마주한 것일까. 어쩌면 나는 이 모든 게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걸지도 모른다. 나만 놓으면 끝나는 것이라고 믿고 싶지 않아서, 한번 슬쩍 놓아보는 것이다. 내가 놓더라도 어쩌면 잡을 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약간의 기대, 충돌할 땐 없었던 에어백이 내 등 뒤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아주 약간의 기대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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