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긴히 Jan 22. 2021

행복하지 않으려 애쓰다

바보같은 날들이었음을 깨달으며

행복 총량의 법칙.


어디선가 힘들고 우울한 사람들을 위로해주기 위해 만들어진 말이다. 지금 힘든 일이 있어도 곧 그만큼 행복한 일도 일어날거라고. 그러니까 걱정말고 너무 낙담하지 말라는 위로를 담은 그 말이 어쩐지 나에게는 위로가 아니었다. 결국 행복함의 총량은 정해져있으니 걱정마 라는 말은 지금 행복한 나에게 곧 그만큼 어려운 일이 생길거라는 예고편과 같았다. 그래서 무서웠고 불안했다. 좋은 사람을 만났을 때, 하고 싶던 일을 하게 되었을 때, 그 밖에도 수많은 좋은 일들이 생길 때마다 '아니 얼마나 안좋은 일이 생기려고 이렇게 좋은 일이 생기지?' 라는 생각이 따라왔다. 그 생각은 습관이 되었고 그 습관은 나를 바보로 만들었다. 당장에 주어진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내 노력으로 얻어낸 결실조차 의심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불행이 코 앞에 있는 듯한 착각 속에서 행복을 행복으로 바라보지 못한 채 걷고 있음을 깨닫는 것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낮은 자존감과 부정적인 마인드가 그런 생각에 큰 영향을 미쳤다. 내가 잘해도 잘한 줄 모르며 내가 잘할리 없다고 굳게 믿고 있는 나는 나에게 '참 잘했어요' 도장을 준 적이 없었다. 초등학교 6년동안 못해도 100번은 받았을 그 작고 동그란 도장이 뭐가 그리 무거웠는지. 나는 나에게 그 도장을 찍어주려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찍어주는 도장은 스스로 지워내고 내 도장이 아니라고 부정했으며, 남들에게는 무수히 많은 도장을 찍어주었다. 작은 도장은 내게 무거웠고 부담이었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지만, 다음 번 춤을 잘 추지 못했을 때도 나를 이렇게 사랑해줄까 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나의 고래는 그랬다. 나는 칭찬을 칭찬으로 듣지 못하는 고래였다. 바보같은 고래.


내가 무언가를 잘 한다고 여기지 않아서,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나에게 오는 행복을, 성공을, 사랑을 거절했다. "내가 이것밖에 안되는데 이런걸 하면 안돼. 이건 내 것이 아니야" 분명 내 노력으로 따낸 열매임에도 내려놓곤 했다. 분명 나보다 노력한 사람이 있겠지 싶었다. 진짜 바보같은 생각이다. 인생의 목표는 대부분 행복이다. 부자가 되고 건강하고 이러한 것들이 보통 행복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가. 나 역시 내 인생의 목표를 최종적으로는 행복으로 잡고 있다. 이런 내가 행복을 내 손으로 쳐내왔다는 것을 깨달았던 순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행복하기 위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고 애썼다. 사실 지금도 "나 열심히 했어" 라고 말 할 자신은 없다. 그래도 분명 나의 일부분을 포기했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이제는 내 행복을 정면으로 바라봐도 되는걸까. 내가 행복하지 않으려 애썼음을 알게 된 지금도 당당하게 나에게 칭찬 도장을 찍어줄 수 없음에 의문이 생긴다. 비교라는 과정 없이 오로지 '나'만을 두고 판단할 수 있는 날이 오면, 보다 정면으로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오면 그 때는 나에게 웃으며 '잘했다' 고 말해주고 싶다. 아직 더 나은 내가 되지 못했고, 아직 나를 인정하는 내가 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바보같은 행동들을 안하기로 결심했으니 한 걸음 성장한게 아닌가 싶다. 더 이상의 발전은 시간에 맡기기로 했다. 나를 의심하지 않는 내가 되어 행복을 안아주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그 날의 나를 웃으며 기다려본다.




2019.04.19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