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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긴히 Jan 18. 2023

긍정을 옮기고 싶다

내가 살짝이라도 묻어나면 긍정의 흔적이 남았으면 좋겠다

“꼭 흑백으로 일부러 멋스럽게 찍은 것 같지 않아? 너무 예쁘다 “


파도가 어마어마하게 치는 흐린 바다였다. 오랜만의 가족 여행이었고 푸른 바다를 보지 못해 아쉬움이 막 들려던 참이었다. 한낮에도 흐린 바다를 보며 엄마는 멋있다고 말했다. 멋있나? 차분히 바다를 바라보니 멋있는 것도 같았다. 바다보다는 긍정적인 엄마의 마음이 멋있었다.


해운대에서 미포까지, 산책을 하며 바다를 즐겼다. 보기도 하고 다가가기도 했다. 높이 치는 파도에 놀라며 즐겁기도 했다. 이리저리 회색 하늘을 배경으로, 흐린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내는 게 좋았다. 엄마, 아빠는 산책하기에 딱 좋은 날씨라며 여행에서 날씨가 좋은 게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가 얼마나 운이 좋은지 말해주었다. 17도까지 올라간 기온에 1월이지만 패딩을 벗고 걸었다. 하지만 해는 없어 마냥 덥지도 않았다. 맑은 하늘은 아니었지만, 아니 오히려 어두운 하늘이었지만 시원하고 정말 “걷기”에 너무 좋았다. 엄마는 걷는 내내 연신 “너무 행복해!”라고 말했다. 엄마의 긍정은 항상 아빠와 나를 더 신나게 만들었다. (여기서부터 내가 더 신나지면 이제 슬슬 아빠는 피곤해하기 시작한다) 딱 적당히 신나는 여행이었다. 살짝 더워질 때쯤 시원한 비가 내리고 또 추워질 때쯤 우리가 실내에 들어가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어쩜 딱딱 맞는 3일이었다. 예약했던 스카이캡슐을 비 예보에 취소했지만 결국 현장 예매로 더 좋은 시간에 타게 되었다. 비가 온 직후라 노을이 안 보여서 아쉽겠다는 직원의 말을 뒤로하고 우리는 예쁘게 지는 하늘도 만났다. 결국 우리는 끝까지 행복만 가득하게 여행을 마쳤다.


부산에 있던 2박 3일 동안 날씨는 조용했다. 밝은 햇살을 보여주려고 시끄럽게 뽐내지도 않았고 흐린 하늘을 피하라고 요란한 바람을 불어대지도 않았다. 비가 오기도 하고 춥기도 했지만 기억 속엔 그저 그렇게 평온했던 부산만 남아있다. 겨울인데 이 정도도 안 추우면 날씨인가? 엄마는 왜 저렇게 긍정적일까, 어떻게 저렇게 생각할까 싶었지만 나에게도 긍정 유전자는 분명 있는 것 같다.


하늘이 흐리니까,  파도가 너무 치니까, 비가 오니까. 생각해 보면 속상할 이유는 충분했다. 그래도 속상하지 않았다.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 건 아니었지만, 엄마 옆에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원래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방법만 알고 있는 사람처럼, 우리 엄마는 평생을 그렇게 긍정적이었다. 덕분에 이번 여행은 운이 좋은, 날씨가 좋은, 모든 게 좋은 순간이었다. 나도 엄마처럼 긍정의 기운을 몰고 다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살짝이라도 묻어나면 긍정의 흔적이 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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