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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랫화잍 Dec 17. 2023

가치 있게 같이 성장하는 우리.

꾸준함을 견인한다는 건

1년 전 이맘때, 저는 며칠을 뜬눈으로 지새웠습니다. 빽빽이 정리한 자료를 비장한 각오로 떠들었지요. 무슨 이야기를 했나 싶을 정도로 들떠있었어요. 남이 정리한 내용에 숟가락만 얹으면 되는 짜깁기 전달식 강의가 아니라, 내가 공부한 내용, 내 삶, 내 아이들, 나만의 교육관을 정리해서 말해야 했기 때문이었지요. 수십 페이지의 발표자료를 만들고 강연시간의 1.5배 분량의 대본을 꾸려 농담마저 유익하게, 정해진 시간 동안, 더듬거리거나 헛소리하지 않으며 전달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었습니다.


바쁜 2023년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며 좋은 건 기회는 두 번 오지 않음을 체득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더 바삐 보냈습니다. 하루 종일 엄마 얼굴을 못 봤다는 막내딸의 군시렁은 남편이 잘 메꿔주었고요. 그에게 고개 숙여 한없는 감사를 보냅니다. 공부나 일을 한다는 건 누군가가 내 자리를 대신 채워주었기에 가능하니까요. 1년의 성과는 온전한 내 것이 아닙니다. 나를 믿어준 사람들의 몫, 현장에서 같이 울고 웃었던 우리의 몫이지요. 여러분의 몫을 잊지 않기 위해 행적을 꾸준히 남겼습니다. 느꼈던 점을 공책 세권 분량으로 휘갈겨 정리했습니다. 사람들에게 글을 쓰라고, 메모하라고,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라는 내 말을 빈칸으로 두지 않으려는 애씀입니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웃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추임새로 호응해 주시고, 집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날려 보낼 수 있었어요. 관심 없는 척 90도 각도로 앉은 분들이 제 쪽으로 몸을 틀어 타이밍 맞춰 웃으실 때 정확히 느꼈습니다. “나 오늘 괜찮았네. 하길 잘했네. “라고요. 읽고 쓰는 일은 꾸준한 동기부여가 필요합니다. 꾸준함을 견인하는 좋은 수단은 ‘재미’라는 사실이 이날의 핵심입니다. 전두엽을 찡하게 울리는 고차원적 재미, 소중한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 함께 성장하는 재미는 내 것, 우리 것, 아이들의 것이어야 합니다.


 “교육은 결국, 현상을 보도록 하는 일임과 동시에 현상을 보면서 사는 삶이야말로 참으로 인간다운 삶이라는 믿음을 가지도록 하는 일”(교육의 목적과 난점, 이홍우, p.36)입니다. 꼭 학교에서만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법은 없지요. 학원에서, 책방에서, 길 위에서 같이 성장을 도모한다면, 꾸준함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바로 그곳이 학교, 교육 현장이 아닐까요? 1월에는 아이들 대상으로 토론과 글쓰기 수업을 엽니다. 멀어서 못 오신 분들이 계셔서 학부모 특강은 온라인으로 1회 더 진행합니다. 학원과 무엇이 다르냐 생각 드는 분들께 이 특강을 권합니다. 제 몫의 재미를 와이파이에 실어 보낼게요. 추웠던 날, 공간을 후끈하게 달구어주신 여러분, 내 학생들, 감사합니다. 행복한 연말 보내시길. 내년에도 함께, 같이, 가치 있는 일을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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