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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han Phan Aug 13. 2019

#1: 호치민 새댁, 제주도에서 살기로 하다

어렵다고 망설이고만 있다면 더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 인생에서 큰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기를 겪는다. 그 결정이 어떤 것이든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이 걱정돼 망설이다가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할 때도 많다. 나도 한국에서 산다는 결정을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 인줄 몰랐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살기 전, 나는 베트남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좋은 남자였다. 우리는 곧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했다. 여기까지는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남편은 일 문제로 한국에 돌아가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베트남이 나의 삶의 터전이 듯 남편의 삶의 터전도 한국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는 한국인이었다. 갑자기 내 눈 앞에 두 개의 문이 생겼다. 나는 오직 하나의 문만을 열어 그 세계로 가야 했다. 어떤 문을 열어야 할지 몰라서 나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갑자기 내 눈 앞에 두 개의 문이 생겼다.”

한국에서 살 결정을 한다는 것은 내가 전혀 추측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로 간다는 뜻이었다. 한국에서의 내 미래가 밝을지 어두울지 알 수 없었다. 가족하고 친구들과 멀리 떨어진다는 생각을 하기만 해도 불안해졌다. 나는 한국에서 친구도 없고 한국말도 못 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다. 게다가 한국은 고도로 발전한 국가여서 내가 그 속에서 적응할 수 있을지도 고민되었다.

하지만 한국에 간다는 것도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한국처럼 현대적이고 선진적인 나라에서 살면 나 자신도 발전시킬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반면 더 안전한 선택도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내 고향에서 계속 사는 것이다. 베트남에서 산다면 더 이상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할 수도 있고 가족과 친구들이 옆에 있으니 베트남에서 사는 것은 가장 좋은 선택인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내가 베트남에 머문다는 것은 내 남편의 계획에 차질을 빚는 일이기도 했다.


우리 부부 둘 중 하나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러나 나의 망설임 때문에 어떠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흘려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남편은 여전히 망설이고 있는 내게 “한국에서 살든 베트남에서 살든 나는 항상 너의 옆에 있어. 나는 너의 선택이 무엇이든 응원할 테니 더 이상 걱정하지 마.”라고 말했다. 그때 나는 불현듯 깨달았다. 내가 오늘 하는 하나의 선택이 우리의 미래 전부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 선택을 한 후에 그 속에서 우리가 행동하고 계획하는 수많은 선택들이 모여 우리의 미래가 된다는 것. 이제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나는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 나는 한국에 가는 문을 열기로 했다.


한국에 간다는 결정을 하고 나니 낯선 세계로 간다는 두려움보다는 비로소 마음이 편해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일찍 결정을 할 걸. 물론 내 인생을 뒤흔들 수 있는 선택이니 만큼 신중해야 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망설이고 결정을 미룰수록 선택에 대한 어려움도 점점 더 커진다.



이렇게 나는 호치민에서 제주도에 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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