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han Phan Aug 13. 2019

#2: 한국은 처음이라서...


한국에 온 지 거의 한 달 되었을 무렵이었다.


한 달 동안 나는 쓸모없는 사람처럼 살면서 무엇을 했는지 몰랐다. 매일 집에서 청소나 요리 등 이것저것 집안일을 하고, 한국어를 조금씩 혼자 배우고 그림을 그렸다. 하루하루를 그렇게 반복하며 보냈다.


남편도 한국 생활이 오랜만이어서 적응을 하지 못해 힘들어했다. 남편은 7년 동안 베트남에서 살았다. 7년 동안 한국은 빠르게 변화했기 때문에 남편도 한국에 적응해야 했다. 남편은 아침부터 일찍 출근하고 저녁까지 일을 했다. 집에 돌아왔을 때 남편의 피곤한 모습을 보니 나도 많이 걱정됐다. 남편이 피곤해 보이니까 나는 하고 싶은 말이나 한국 생활에 궁금한 것을 그에게 말하지 못했다.


우리는 한동안 그냥 그렇게 우울하게 지냈다.


우리 집은 나에게 유리병처럼 반짝반짝하고 투명해서 예쁘지만 감옥처럼 오직 사람을 감금할 뿐이었다. 너무 답답했다. 좋은 남편이 내 옆에 있어도 나에게 관심을 많이 주시는 시부모님이 있어도 숨 막히는 느낌은 왜 계속 내 가슴에 머물러 있었는지 몰랐다.


고향이 너무 그리웠다.

고향에 있는 우리 엄마가 해주는 그 맛이 그리웠다. 엄마가 자주 식탁에 올리던 쇠고기를 우려 만든 쌀국수가 지겨웠다. 한국에 오니 베트남 음식점은 많았지만 엄마의 맛은 나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엄마가 또 한 번 그리웠다.

고향에 있는 친구들과 같이 보내는 시간이 그리웠다.



이 화려한 한국은 왠지 나에게 너무나 낯설었다.



한국에 오기로 결정을 했을 때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이 기대되고 설레는 느낌이 있었다. 한국에 오고 나니 사막에서 길을 잃어버린 것처럼 당황스러웠다. 나는 외롭고 걱정이 되었다.


사막에서 길을 잃어버린 것처럼 당황스러웠다.


열심히 살고 노력한다면 점점 괜찮아진다는 것은 잘 안다. 그렇지만 어떤 길을 가고 있는지도 모르고 어떤 계획을 세워야 하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노력할까?


내 청춘이 이렇게 묻히고 있는 건가? 한국에서 시간을 더 낭비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작가의 이전글 #1: 호치민 새댁, 제주도에서 살기로 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