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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han Phan Aug 22. 2019

#3. 베트남 며느리와 한국 밥상

우리家한식-한식문화 이야기-일러스트 공모전

나는 결혼하기 전, 한국에 대해서 거의 모르는 베트남의 호치민 사람이었다. 호치민에서 엄마와 여동생과 같이 살았다. 여동생이 매우 어린 탓에 엄마는 일을 포기하고 집에서 동생을 돌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내가 공부를 하면서 돈을 벌어야 했다. 호치민에서 항상 바빴던 나는 가족과 같이 하는 식사 자리가 거의 없었다.

 

한국의 제주도로 시집을 간 후, 남편의 가족들과 처음 식사했을 때 많이 놀랐다. 남편 가족들은 아무리 바빠도 저녁때 다 같이 모여 집에서 예쁘게 차린 밥상 앞에 앉았다. 밥을 먹으며 서로의 하루가 어땠느냐고 물어보고 따뜻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주 평범한 저녁식사였을 뿐인데 나에게는 너무 감동적이었다.

우리 시부모님과 같이 살지는 않지만 시아버지가 만날 때마다 나에게 한국 요리를 많이 알려주셨다. 한국 사람의 음식 문화에 대해서도 많이 이야기해주셨다. 그중에서 나에게 가장 깊은 인상이 있는 음식은 반찬이었다. 베트남에서는 냉장고에 오래 보관하고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반찬은 단순히 밥과 같이 먹는 음식이 아니다. 밥상에 반찬들이 깔끔하고 다채롭게 차려진 것을 보면 요리한 사람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 반찬이 너무 다양해서 외국인 며느리인 나는 배우는 것이 좀 힘들었지만 정말 재미있었다. 시아버지께 반찬을 만드는 것을 배우고 시아버지가 그 반찬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들으면 나는 남편의 가족과 더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고 동시에 한국 문화와 더 가까워졌다.

베트남 며느리인 나에게 밥상을 차릴 때 잘했다고, 예쁘게 차렸다고 시아버지나 손님께서 칭찬을 하시면 긍지를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이제 한국 사람처럼 밥상에서 다양한 반찬을 예쁘게 마련해야 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이 내가 나에게 할 수 있는 작은 예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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