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나 May 13. 2022

일기 썼는데 20만 명이 봤다

당황스럽지만 계속 써야지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는 대략 5가지이다.


1. 생각 정리를 위해

2. 글쓰기 실력을 늘리기 위해

3. 좋은 기회 및 제안을 받기 위해

4. 자기표현을 위해

5. 생활에 대한 기록을 위해


첫 번째와 두 번째는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는 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작가가 되고 싶었던 중학생 시절, 어떤 작가님이 하신 말씀을 들었다. “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학생의 질문에 그 작가님은 “글쓰기에 지름길은 없어요. 많이 읽고 많이 쓰는 수밖에요.”


그 말은 누구나 노력하면 작가가 될 수 있다는 말로도 들려서 동기부여로 삼으려도 해봤지만, 가끔은 숨이 차기도 했다. 대체 지금 어디쯤을 걷고 있는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글을 봐야 하는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글을 써봐야 하는지 말이다.


그래서 작가의 길이 너무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 내 마음을 모른 척하기도 했다. ‘작가 되기 너무 힘들어 ㅎ… 다른 거 하자 ㅎ…’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작가에 대한 나의 짝사랑은 그렇게 쉽게 접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눈치 없이 자꾸 여기저기서 비집고 나왔다. 정신 차려보면 자꾸 글을 쓰고 있었다.


결국 이렇게 타협했다. ‘그래 그렇게 쓰고 싶으면 계속 써… 뭐 꼭 전업 작가가 되어야 하는 건 아냐, 일단 꾸준히 쓰기라도 해 보자.’ 그렇게 마음먹으니,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소재는 단연 내 생각이었다. 그러다 보니 생각 정리 용도와 글쓰기 연습의 중간, 일기와 에세이의 중간 형식의 글들이 브런치에 쓰이고 있었다.


물론 ‘글쓰기 연습’이라는 타이틀은 있었지만, 결국 잘하기 위한 연습이기에, 언젠가는 나의 글에서 일말의 가능성이 발견되어, 출판 및 좋은 기회가 생기길 바라는 마음도 항상 있었다.


그러니 브런치에 쓰이는 나의 글들은 아직 출판 및 전업작가가 되기에는 부족한 것 같으나, 글쓰기를 좋아하니 일단 적자고 마음은 먹었고, 나아가 언젠가는 출판을 하고 싶기도 하고, 또 그를 위한 글쓰기 연습도 꾸준히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아카이빙 용도도 더해져서 적어지고 있던 글들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그런 마음으로 일기를 썼는데 20만 명이 넘는 분들이 보았다. 유입경로를 보니, 카카오 뷰 혹은 다음 쪽에서 어딘가에 노출이 된 것 같았다. 또 공유도 된 것 같았다.


조금 당황스러웠다. 왜냐하면 그 글이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고, 굉장히 개인적인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또 ‘돈’에 관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조금 걱정도 되었다. 부모님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려던 것은 아니었고, 또 부모님이 비난 혹은 비판받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다만 글에서 가장 주된 하고 싶었던 말은 ‘부모님과 나의 가치관은 다르다. 나는 내가 깨닫게 된 이 가치들을 좀 더 적용해보려 한다’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읽는 사람에 따라 내 글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소설과 문학 같은 경우는 읽을 때마다 새로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들이 더욱 호평을 받기도 하지 않는가. 결말을 열어두고 보는 이에게 해석을 맡기는 영화도 있듯이 말이다.


하지만 내 글은 에세이이기에 등장인물이 가상 인물이 아니다. 더군다나 나와 매우 가까운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였기에 걱정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글을 쓸 때 ‘금전적으로 항상 여유로운, 돈에 대해서 항상 긍정적이고 열린 태도를 유지했을 부모님은 많이 없을 것이다’가 내가 그 글을 최종 발행하는 데까지 도달한 한 줄기 생각이다. 즉 최대한 많은 공감 선에서 그칠 수 있도록 적정 문항을 선별한 것이라고도 적을 수 있겠다. 그래서 글을 수정하거나 비공개로 돌리진 않았다.


글을 계속 공개해 두기로 한 다음엔, 글이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이슈가 된 것인지 궁금했다. 공감이었을까, 시골 생활에 대한 신기함이었을까, 돈에 관한 주제여서였을까, 아니면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서였을까, 나의 솔직함이었을까, 아니면 제목이 다한 걸까 같은 것들 말이다. 뭐 꼭 한 가지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그저 내가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기를. 좀 더 나아가 그 글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떤 울림이나, 공감, 여운, 생각거리, 읽는 맛을 주기를. 그리고 내 밥벌이도 되어주기를 








작가의 이전글 내가 그나마 이런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