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디자인하기 3. 바이브 코딩으로 MVP 제작
여러분은 혹시 브랜드 사이트를 만들어 본 적이 있나요? 한때 신제품이 출시되거나, 새로운 캠페인을 진행할 때면 당연히 브랜드 사이트(또는 마이크로 사이트)를 구축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온라인의 가치가 아직 '웹 브로슈어'나 'TV 광고의 보완재'라는 생각이 남아 있던 때라, 내 제품과 브랜드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제공할 수 있는 우리만의 채널(Owned Media)이 필요했죠.
하지만 디지털 마케팅이 '최종 고객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라는 것에서 차츰 '퍼널(Funnel)'과 '전환율(Conversion)'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이런 웹사이트의 중요성은 많이 줄어들었죠. 고객이 이동하는 단계를 하나라도 줄이고, 그 즉시 구매로 전환하게 만들기 위해 SNS 콘텐츠나 쇼핑몰 상세 페이지가 중요해졌습니다.
그럼에도 최종 접점에서 온전히 우리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브랜드 사이트나 서비스에 대한 니즈는 있게 마련입니다. 쿠팡이나 네이버에서 쇼핑몰을 운영하더라도 궁극적으로 자사몰을 갖고 싶은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죠.
오늘은 개발자나 디자이너 없이 이런 바람을 실현시켜 주는 '바이브 코딩'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바이브 코딩이란 마치 한마디로 기존의 코드가 아닌 느낌과 의도를 기반으로 대화하듯 개발하는 것을 말합니다. 처음 이 용어를 사용한 Andrej Karpathy는 '코드가 있는 것조차 잊어버리게 만드는 개발 방식'이라고 정의하고 있죠. 한마디로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LLM을 기반으로 대화하듯 원하는 결과물을 설명하면 AI가 코드를 생성하는 방식입니다.
만약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할 수 있는 간단한 페이지를 만들어줘. 제출 후엔 환영 메시지를 보여줘”라고 요청하면, AI가 HTML, CSS, JavaScript 코드까지 자동으로 만들어주게 되는데요.
예전에 브랜드 사이트나 프로모션을 위한 서비스 하나를 만들려면 꽤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죠. 기획자가 스토리보드를 만들고, 디자이너가 시각 요소를 잡고, 개발자가 코드를 짜서 완성했습니다. 이 과정이 최소 몇 주, 길게는 몇 달이 걸리곤 했습니다.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다 보니 기획 단계의 의사 결정이 늦어지고, 이런 딜레이가 다시 비용과 시간을 잡아먹는 악순환이 이어졌습니다. 막판에 시간에 쫓겨 부랴부랴 오픈하게 되죠.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마케터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이었습니다. 기획 의도가 디자인이나 개발 단계에서 희석되거나, 때로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변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기존에도 노코드/로우코드 같은 개념이 있었습니다. 노코드가 미리 만들어진 템플릿으로 조합하는 방식이라면, 바이브 코딩은 자연어로 원하는 기능을 직접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더 유연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빠른 페이지 제작’이 아니라,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메시지를 결과물에 바로 반영할 수 있는 자유도가 훨씬 크다는 점에서 차별화되죠.
바이브 코딩을 직접 해볼 수 있는 툴은 다양합니다. 이미 개발자들도 기본 코딩은 GitHub Copilot을 코딩 보조로 활용하고 있고, Cursor, Replit 같은 대화형 서비스, Codex처럼 챗GPT 안에서 작동하는 서비스도 있죠. 하지만 초보자들이 가장 간단하게 시도할 수 있으면서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서비스는 구글의 AI Studio가 아닐까 싶은데요.
The fastest path from prompt to production with Gemini
https://aistudio.google.com/
AI Studio에 접속하면 좌측 사이드바에 있는 'Build' 메뉴를 통해 기존에 만들어진 서비스들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쇼케이스를 통해 바이브 코딩을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바로 감이 올 겁니다.
AI Studio의 강점은 Gemini 모델과 Google 생태계를 바로 연계해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특히 최근 공개된 ‘나노바나나(Gemini 2.5 Flash Image)’와 연결하면, 이미지를 인식하고 또 새롭게 만들어 내는 기능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사진을 등록하면 우리의 브랜드 로고나 메시지와 결합한 이미지로 만들어주는 서비스 만들 수도 있는 거죠. 단순히 페이지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직접 참여하고, 또 그 결과물이 SNS 등을 통해 다시 확산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마케터에게는 훨씬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이제 무엇인가를 만들 때 '기술적인 요소'는 허들이 아닌 시대가 됐습니다. 과거처럼 '이걸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MVP를 만들고 반응을 통해 발전시키는 워크 프로세스가 새로운 표준이 됩니다.
바이브 코딩의 가치는 단순히 앱이나 서비스를 쉽게 만들 수 있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간 마케터가 마주했던 현실, 즉 “아이디어를 떠올린 순간부터 실제 고객 앞에 보여줄 수 있기까지”의 시간을 극적으로 줄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제 마케터는 스스로 기획자이자 빌더가 될 수 있죠.
앞으로 기술적인 문제는 AI나 여러 도구들을 통해 더 쉽게 극복할 수 있게 될 겁니다. 하지만 결국 이런 기술이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고객과 시장에 대한 이해겠죠. 애플이 처음 아이폰 출시했을 때도 진정한 혁신은 기술이 아니라 시장을 새롭게 정의한 것이었습니다. 대부분이 기술은 이미 존재하던 것들이었죠.
바이브 코딩, 또는 이런 기술의 발전이 제공하는 기회는 명확합니다. 브랜드 경험을 직접 설계하고 실험할 수 있는 새로운 언어입니다. 그럼 우리는 이 새로운 무기로 어떤 브랜드 경험을 가장 구현할 수 있을까요?
* 이 글은 '어쩌다 마케터를 위한 AI 활용법'을 토대로 현 시점에 맞게 재구성되었습니다. AI 관련 강의나 협업 요청은 아래 링크를 통해 연락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