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연재를 마치며..
어쩌다 마케터를 위한 AI 활용법은 저의 첫 책이었습니다. 책이 출간되고 교보문고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나네요. 소심해서 책을 들고 셀카는 찍지 못했습니다만 그날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네요.
책이 출간된 이후 약 1년 반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여러 기업들은 물론, 멀티캠퍼스·패스트캠퍼스·한겨레교육 등 여러 기관에서 AI 강의에 대한 섭외를 진행했고, 제가 운영하는 모임에 “책을 보고 한 번 만나 뵙고 싶었다”며 찾아오신 독자분들도 있었습니다. 악필이라 책에 사인을 하느라 쩔쩔맸던 생각도 나네요. 아, 그리고 최근에야 알게 됐는데 — 종이책만 있던 어쩌다 마케터가 드디어 이북으로도 출간되었더군요. 혹시 '어쩌다 마케터'라면 관심 부탁 드리겠습니다~
개인적인 소회와 별개로 그 사이 AI나 그 사용 환경은 또 엄청나게 발전을 했는데요. 이 시점에 돌아보니 책에 대해서 다소 아쉬운 점도 있고 나름 잘 판단했다 싶은 부분도 있습니다.
좀 더 실무적인 부분이나 다양한 AI에 대해 기술적인 통찰이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지금처럼 딥리서치를 통해 방대한 자료를 빠르게 분석하거나, 노트북LM을 활용해 핵심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기에 부족한 시간 내에서는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아니 AI가 발전할수록 더 중요해진 것은 기술이 아니라 업의 본질 자체라는 것입니다.
책에서 영화 머니볼의 사례를 들며 야구를 비유했는데요. 전술(5 툴 플레이어’ 대신 ‘출루율이 높은 선수’)은 달라질 수 있지만, 핵심은 변하지 않습니다.
야구는 결국 출루하고 점수를 내야 이기는 게임이듯, 마케팅 역시 ‘고객을 이해하고 움직이게 하는 일’이라는 본질은 바뀌지 않는 거죠.
그간 우리는 현실에 치여 눈앞의 업무를 처리하기 바빴지만, AI 시대에는 좀 더 전략적으로, 본질에서 출발하는 마케팅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AI 덕분에 마케터가 할 수 있는 일의 폭은 상상 이상으로 넓어졌습니다. 가끔 영화 속 슈퍼히어로가 갑자기 생긴 힘을 주체하지 못해 당황하는 장면을 볼 때가 있죠. 어릴 적엔 그런 장면을 보며 “나도 저런 힘이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상상을 하곤 했는데, 지금의 마케터들에게 AI라는 슈퍼파워가 주어졌습니다.
이제 필요한 이미지를 간단히 텍스트 프롬프트 만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물론, 원하는 스타일과 배경 등을 추가해서 편집까지 가능해졌습니다. 영상을 만드는 것도 더 이상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죠. 이미 유튜브에는 김햄찌나 야나두의 영상처럼 AI로 만든 다양한 영상들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상세 페이지 제작은 물론, 바이브 코딩을 활용해 개발도 할 수 있게 됐죠.
영화와 다른 점은 이 힘이 선택받은 한 사람이 아니라 모두에게 주어졌다는 것, 그리고 바로 그 점에서 ‘경쟁’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누가 더 빨리, 더 깊이, 더 전략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레버리지는 완전히 달라지겠죠.
인간과 침팬지의 DNA는 1.2%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작은 차이만으로도 침팬지는 인간보다 몇 배의 힘을 낼 수 있죠. 그렇다면 AI의 힘을 얻은 인간은 과연 어느 정도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아마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일 겁니다. 다만 그 힘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기술보다 더 큰, ‘생각의 크기’를 키워야 합니다. 생각의 스케일이 곧 성과의 스케일이 되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책은 원래 브런치 연재로 기획되었지만, 1편만 쓰고 나서 바로 출간 제의를 받아 책이 먼저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제야 그 책을 다시 브런치 연재로 마무리하게 됐다는 게 조금은 아이러니합니다.
그만큼 바쁘다는 핑계로 게을렀다는 반증이겠지만 최근 다음 책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책 역시 ‘AI’ 그 자체보다 ‘일의 본질’, 그리고 ‘AI 시대의 워크프로세스’를 다루려 합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아쉬웠던 점을 보완하고, 좀 더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려고 하는데요.
이번에는 브런치 연재를 마무리한 뒤에 출간으로 이어갈 계획이니 관심 있는 분들은 구독도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