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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애 Oct 24. 2021

출간 전 올리는 글

D-10

글쎄요, 여행 이후 많은 분들이 새로운 삶을 만들어 가시기도 하지요. 세계여행 이후 셰프로 전향했다거나, 다이빙 강사가 되었다거나, 본인의 브랜드를 내건 사업을 한다거나 하는 드라마틱한 변화를  또한 맞이한 것은 아니에요. 저의 경우는 장기 여행의 순기능이 비교적 평범한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발현된 케이스이지요.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태도와 성격, 사고방식과 가치관, 인간관계에서까지 전방위적으로 일어난 변화의 결과라고 생각해요. 여행이 이러한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는 주요한 변수였지만, 그렇다고 여행만이  모든 변화를 일으킨 것은 아니겠지요. 그래서 오직 여행만을 이야기하는 글은 아니기도 해요.


여행하며 있었던 기가 막힌 해프닝, 절체절명의 순간들, 어디를 어떻게 갔고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했는지와 같은 에피소드들을 싣지는 않았어요. 이런 이야기는  말고도  재미있게  풀어주실  있는 분들이 계실 테니까요. 대신, 여행하며 키워간 자존감을 고백하고, 다른 관점으로 세상과 스스로를 바라보게   시각을 공유하려 해요. 오랜 여정 속에서 되짚어보게 되는 나와 타인의 관계, 감히 가늠해 보는 삶의 가치와 핵심을 논하여도 보고, 더하여 여행이 이후의 삶에 미친 영향, 변화된 진로와 현재의 상황을 가감 없이 털어놓고자 해요.


과연, 세계여행은 제게 무엇을 가져다 주었고 이후 저는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요.


많은 이들이 그러했듯, 현실에 좀 먹힌 날들이 있었어요. 어느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씻고 옷을 챙겨 입는 그저 보통의 일과가 해변의 모래알을 세는 것만큼이나 막막하게 느껴지는 두려움에 울기만 하던 때도 있었지요.

죽어지기를 더는 소망치 않고, 어느 누구도 곁에 없다는 생각을 이제는 어느 순간에도 하지 않아요. 나는 나로 완전하고, 스스로 행복하고, 그저 자존함에 감사하는 날들. 내가 나여서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지 이제는 알아요.


수많은 여행들 속에서 여행의 의미와 본질을 고민했던 날들. 어쩌면 그것은 삶의 의미를 고민하는 또 다른 모습이었겠지요.


세상엔 이렇게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는 것을 오감으로 느끼고, 태어난 것에 감사하게 되는 일. 
나를 빚어 생을 선사한 이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하게 되는 일. 여행이란 다름아닌 이런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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