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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주 May 09. 2020

<미안해요, 리키>를 보고

아빠와 함께 대한극장에서 <미안해요, 리키>를 보았다. 감독의 전작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보고 반했던 경험이 있기에 사회 속에서 지워지기 쉬운 존재들을 사실적으로 또 따뜻하게 바라본 영화를 기대하며 영화관으로 향했다. 

켄 로치 감독은 정말 그 직업을 일생 동안 해 본 사람처럼 너무나도 실감나게 운수업 노동자의 삶을 표현했다. 운수업을 실제로 하고 있는 우리 아빠는 보기 너무 힘들다고 했다. 살려고 하는 일인데, 그 일이 내 삶을, 가족의 삶을 무너뜨리고 남는 것은 망가져버린 몸과 마음, 불어난 빚 뿐인 현실. 애비가 꾸는 악몽처럼 가라앉는 모래에 빠져 살려고 허우적 댈수록 더 깊이 빠져든다. 

처음 가족들이 모여있는 식사 장면을 보았을 때, 고흐의 그림 중 <감자 먹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렇게 발전했다는 기술력은 오히려 노동자를 옥죄어 그들이 더 효율적으로 일하도록 한다. '총'이라 불리는 기기는 리키가 트럭에서 조금만 나가있어도 경고음을 내며 울어 댄다. 리키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까지 모두 데이터화된다. 기술은 모두를 위해 존재하지 않았다. 기술은 자본을 위해 만들어지고 쓰여 왔다. 옥죄어 오는 노동 속에서 리키와 애비는 여유를 잃어갔고 그들은 가족을 잃어갔다. 도대체 누굴 위해 그렇게 죽도록 일해온 것일까? 아들은 학교를 가지 않는다. 벽에 그래피티를 하며 즐거움을 찾는다. 그는 대학을 가도 자신의 삶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아들에게 교육은 결코 구원이 되지 못했다. 가장 가슴 아팠던 순간은 딸이 아빠의 차키를 자신의 인형 안에 숨겼을 때. 가족이 예전처럼 돌아오길 바라면서. 하지만 아빠에게 돌아오는 건 엄청난 벌금이 었고, 강도를 당한 이후로 더 늘어난 빚을 갚기 위해 무너지고 찢겨진 몸을 이끌고 자신의 차를 막는 가족들을 후진으로 피해 달릴 수밖에 없는 쳇바퀴 위에 다시 올라섰다. 악순환은 계속 됐다.

<미안해요, 리키>의 원제목은 <Sorry, We missed you>이다. 신속 정확한 배송, 효율성과 이익에 눈이 멀어 우리는 리키를 놓쳤다. 노동 안에 있는 사람을 놓쳤다. 무엇이 중요한지 우리는 무얼 위해 살고 있는지 잊은 채 살아가곤 한다.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얼 위해 그리 바쁘게 가는지. 그 탐욕이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 멈춰서 주위를 둘러볼 여유는 잃지 않는 세상이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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