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잰 인터뷰 Apr 12. 2024

내 차가 견인됐다고?

어디서나 미국 교통 법규는 확실히 지켜!

피츠버그에 있을 때였다.


당시 살고 있던 건물의 주차장을 빠져나와 근처에 잠시 차를 대고 우편물을 확인하고 오는 길이었다.

관리비와 관련해 궁금한 점도 물어볼겸 관리실에도 들렀지만 그조차도 5분 안팎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걸 다시 차를 주차한 곳으로 돌아왔을 땐 내 차가 아닌 웬 종이조각 하나가 바닥에 놓여져 있었다. 어안이 벙벙하여 이게 뭔가 들여다보니 Towing Inc 였던가 어떤 견인서비스 회사의 전화번호 하나가 달랑 적혀있는게 아닌가. 그제서야 주위를 둘러보니 이곳에 차를 주차하면 견인된다는 팻말이 시야에 들어왔다.

개인 사유지인 이 건물에 외부 차량이 주차를 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었는데 나는 이 건물 임차인인데 외부인 취급을 받았다는 사실이 황당했다. 설상가상으로 집주인은 차를 견인하거나 범칙금을 부과하는 방법 중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견인하는 쪽을 택한 모양이었다. 주인에게 얘기해보았으나 사정은 안타깝지만 지정된 주차공간 이외에는 그 누구도 이곳에 차를 대서는 안된다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그렇게 나는 종이에 적힌 회사로 전화를 걸어 내 차가 있는지 여부와 그곳의 위치를 물었고 전화 너머로 한 직원이 내 차를 견인중이며 '160불 가량의 벌금을 현금으로 내고 직접 차를 찾아가야한다' 고 답했다.


경황이 없었지만 우선 진정하고 '일단 도착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택시를 불렀다. 어떻게 하면 나의 딱한 사정을 듣고 직원이 벌금을 깎아주도록 설득할 수 있을까 이런 저런 궁리를 하던 차에 어느덧  택시는 견인 회사에 다다랐다.


그런데 택시 기사가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말하며 나를 내려준 곳은 흡사 곧 철거될 위기에 놓인 폐허 또는 공사장을 떠오르게 했다. 회색벽으로 둘러쌓인 음산하며 공허하고 인적 하나 없이 드넓은 공간은 마치 여기서 누가 나를 납치한들 쥐도 새도 모르게 나 하나만 사라질 뿐 문제 삼을 그 누구도 없을 것 같은 섬뜩함마저 느껴졌다. 떨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저만치 보이는 카운터의 한 직원에게 걸어갔다.  화장이 짙은 허스키한 목소리의 여직원은 난생 처음 보는 커다란 시가를 물고 담배연기를 연신 뿜어대며 나를 내려다봤다.


"I... My car ... My car was towed." (제 차가 견인됐어요.)

"What's your vehicle license plate number?" (차 번호가 어떻게 되죠?)

"It's XXXX."

"Give me your photo ID and vehicle registration" (신분증과 자동차 등록증이요.)

 "Here you are."

"The towing fee is 160$. You must pay in cash."

 "Oh, Ok."

택시 안에서 떠올렸던 온갖 시나리오는 이 직원을 마주한 순간 없던 일이 되었다. 당장 이 곳을 빠져나오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 뿐이었으니까. 미국에는 전세계에서 모여든 별의별 사람들이 많으니 견인 회사 직원은 혹시 모를 긴급상황에 대비해 이정도 기선제압은 할 수 있어야하는 거겠지. 이렇게 나는 한순간 분위기에 압도당해 혼자 조용히 되뇌였다.


앞으로 미국 교통 표지판은 매의 눈으로 살펴.

교통 법규 무조건 지켜!

견인되면 빼도 박도 못하고 벌금이야...


 

작가의 이전글 우버 택시 타고 숙소가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