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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연 Jun 28. 2020

내 어깨를 너에게 내주고 싶다.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첫 글자... 첫마디.... 글을 정말 오랜만에 쓴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내 마음과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게 두려워져 갔다. 사실 이게 두려움일까, 귀찮음일까. 생각해보면 나의 감정과 생각을 아는 것이 가장 어렵다. 글을 깊고 오래 쓰지는 않았지만 글을 쓸 때가 가끔 그립다. 예전에 썼던 글들을 보면 너무나 새롭다. 저 당시에 저런 생각을 하며 글을 쓰고 올렸다는 게 너무나 신기하다고 할까나. 예전 글을 보다 다시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나의 진심을 글로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서랍을 보니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에 대한 끄적인 나의 조그마한 생각들이 있었다.


사실 예전에도 마찬가지로 글을 쓰고 싶었지만 막상 행동하기엔 글에 진심들이 담기지 않을 것 같아 포기하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이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영화를 보고 왠지 모르는 동질감과 나의 마음속 감정이 피어올라왔다. (사실 고양이가 너무 귀엽긴 했다)

이 작품은 처음 개봉했을 때부터 매우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자마자 음악영화를 좋아하는 나에게 딱 맞는 영화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때가 20살이었는데 어느새 4년이 지나서야 넷플릭스에서 보게 되었다.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은 마약중독자인 제임스와 고양이 밥의 이야기이다. 제임스는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뮤지션이며 집이 없는 떠돌이 마약중독자이다. 치료 중이지만 여러 차례 실패했다. 치료 중인 제임스는 어느 날처럼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돈을 벌고 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밥 먹을 돈도 벌지 못하고 비까지 내려 결국 조금 남은 돈으로 마약을 하게 되는데 다음 날 아침 낯선 이에게 발견돼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치료사는 그런 제임스가 익숙하듯이 바라보며 제임스는 또다시 자신이 잘못을 되풀이한 것을 알아챈다. 애원하며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하는 제임스를 보며 치료사는 결국 마지막으로 제임스에게 기회를 준다. 심지어 집까지 구해주게 되는데 집이 생긴 제임스는 첫날밤에 목욕하는 중 밖에 인기척이 들려 도둑이 들었다고 생각을 하게 되지만 그 도둑은 한 마리의 고양이였다. 우연한 만남으로 제임스와 고양이 밥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고양이 밥(출처: 네이버 영화)

처음 이 영화를 보게 되었을 때 제임스의 눈빛이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불안하며 인생이 내 뜻대로 되지 않아 힘든 그런 눈빛. 바뀌고 싶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아 답답하고 결국 또 예전의 나로 돌아가는 그런 모습들. 

제임스는 노숙자이지만 가까이에 부모님이 계신다. 하지만 부모님에겐 제임스는 아들이 아니라 눈엣가시이다. 여러 차례 사람에게 버림받고 상처 받으며 아무에게도 지지를 받지 않는 그런 삶이 너무나 괴로워 보였다. 그런 그에게 밥이 나타나 그와 함께 다니게 된다. 밥과 버스킹도 나가고 노숙자를 위한 일도 구하게 되어서 함께 다닌다. 어딜 가든 함께 하게 된다. 밥과 다니는 순간마다 그에겐 행운으로 바뀐다. 제임스에겐 밥이 어둠 속에 있는 자신을 구해주는 빛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아님 어쩌면 제임스는 그냥 밥처럼 누군가 아무 말 없이 옆에 묵묵히 있어주는 존재를 원하지 않았을까?

 



Who are the people that make you feel alive? 
어떤 사람들인가요? 당신을 살아있다고 느끼게 해 주는 이들은.. 
Are any of them standing by your side? 
그 사람들이 당신 곁에 있나요?
Are you chasing every sunset? 
하루가 지나가는 걸 바라만 보나요?
Are you facing every fear? 
두려움을 마주할 용기가 있나요?
Are you reaching even higher?
더 높은 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나요?
when your dreams all disappear 
모든 희망이 사라져도 멈추지 마세요 

-Charlie Fink, Luke Treadaway - Satellite Moments (Light Up the Sky)-           
영화 속 밥과 제임스(출처: 네이버 영화)


어깨는 무언가를 지는 일을 한다. 짐이나 가방, 혹은 책임감을 진다고도 말한다. 그리고 어깨는 누군가에겐 위로가 될 수 있다. 어깨를 내주며 기대어 그 사람을 잠시 쉴 수 있게 해 주고 같은 짐까지 나눠가질 수 있는 그런 순간들도 만들어진다. 그 어깨를 내주며 함께 살아가는 게 삶이 아닐까? 제임스는 밥에게 어깨를 내주며 진정으로 밥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면서 함께 의지하며 살아간다. 나에겐 그런 존재가 있을까?


안 그래도 살기 어려운 세상 속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과의 소통은 쉽지 않다. 너무나 어렵다. 이 영화에서도 '사람보다 동물이 나아'라는 대사가 나온다. 우리가 기대며 의지하고 있는 존재들은 어쩌면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님 없을지도 모른다. 의지한 만큼 상처 받고 더 이상 회복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두려움 때문에...


어쩌면 나는 하루하루 전쟁 같은 삶 속에서 많은 걸 바라고 있지 않을걸 지도 모른다. 

그저 내 옆에 묵묵히 있어주고 힘들 때 어깨 한번 내주는 사람, 그거면 충분하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책을 영화로 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영화에 출현한 고양이는 실제 실화의 주인공인 밥이라고 한다. 정말..... 연기가 압권이다. 고양이 밥은 향년 14세로 이번 달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한다.  

힐링과 감동, 위로, 음악을 느껴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그리고 고양이의 연기와 귀여움까지 있어 배가 될 것이다. 

실제 제임스 보웬과 밥(출처:네이버블로그AMIR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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