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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Sep 16. 2023

'찐 제주'가 궁금하다면 꼭 읽어야 할 필독서

다시 제주


 제주는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여행지라서 한 달 살기도 많이 하는 장소이다. 보통 어디를 가는 게 좋은지 어떤 음식이 맛있는지를 궁금해하지만 역사나 문화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하지만 이 책은 제주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은 생각은 해봤지만  찾아보지 않았던  다양하고 유용한 정보들로 가득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돌하르방, 해녀 , 김만덕부터 생소하지만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제주의 아픔인 4.3 역사 그리고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까지 1월부터 12월, 월별로 다채로운  정보가 정리되어 있다. 500페이지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재밌어서 잘 읽힌다. 게다가 목차만 보더라고 어떤 내용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서 제주 백과사전이라 불러도 손색없다. 이렇게 방대한 정보를 찾기 위해 아무리 제주출신인 작가지만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생각하니 저절로 두 손이 모아진다.


 신비로운 제주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한 겹씩 벗겨질수록 제주의 매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져서 내 손은 자꾸 비행기 티켓을 검색하고 있다. 제주에 대해서 모르고 여행했을 때와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제주는 나에게 너무나 다르게 다가올 거 같다. 제주 갈 때 이 책을 꼭 가져가야 겠다. '신비 섬 제주유산' 이 책은 제주여행 전 필독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객실승무원으로 일했을 때 관광통역사 자격증 공부를 했을 때 그리고 아이의 엄마로서 관심 있는 부분이 다 달라서 그 부분 위주로 작성했다.



객실승무원으로 일하면서

<제주의 상징, 똥돼지문화 >

제주 비행을 많이 하면서 제주가 다른 도시와 다른 점이 많다는 걸 느꼈다. 제주 방언도 그렇고 지역 음식도 특이했다.   칼호텔에서 가까운  동문 시장에 자주 갔다.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시켰는데 모닥치기라고 불렀다. 김밥과 떡볶이가 같이 나오는 제주만의 음식이었다. 이름도 특이하고 떡볶이와 김밥이 같이 나와서 한번에 맛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제주 음식은 고기 국수이다. 서울에서는 국수에 고기를 넣어먹는 경우가 없어서 고기 국수라는 이름이 너무 생소했고 어떤 맛일지 너무 궁금했는데 막상 먹어보니 정말 맛있었다. 이제는 제주에 도착하면 무조건 고기 국수를 가장 처음 먹는다. 이때는 그냥 특이하다고만 생각하고 넘겼는데 이 부분에 대한 답변을 바로 제주의 상징, 똥돼지 문화에서 찾았다. 돼지고기는 모든 가축 중에서 경제성이 가장 뛰어나고  한 번에 아이를 최대 12마리까지 낳을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돼지는 아무거나 잘 먹고 똥을 먹어치우기까지 해서 화장실에서 돼지를 키우게 됐다고 한다.


신비섬제주유산 110페이지
돼지가 있는 화장실을 제주에서 돗통시라고 하는데, 돼지 (돗), 화장실 (통시)라는 뜻이다. 돗통시는 더러울 것 같지만 미생물에 의해 분해가 순식간에 일어나기 때문에 인분 냄새가 사려져 오히려 냄새가 심하지 않다. 109페이지


역시 제주도 선조의 지혜! 돼지는 먹을 걸 해결하고 사람은 똥을 치울 수 있는 완전 일석이조의 현명한 방법이다. 제주 똥돼지는 쫄깃하고 부드러워서 많이들 찾는다. 이걸 작성하면서 입맛을 다시고 있다. 발치해서 지금 아무것도 못 먹는데 이걸 쓰고 있는 나 자신이 가엽다. 잇몸이 다 아물면 무조건 제주 똥돼지 먹으러 가야겠다.


이렇게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내가 4년간 이슬람 국가인 에미레이트 두바이에 살았다. 왜 무슬림은 이 맛있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을까 궁금했다. 단지 코란에서 돼지는 더럽고 불경한 것을 먹어치우는 동물이기 때문에 먹어서는 안되는 동물이라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다른 환경적 요인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돼지고기에 대한 금기 풍속이 있는 곳이 꽤 있다. 돼지는 땀샘이 거의 없어서 키울 때 물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잡식성에다 대식가이다. 소는 풀만 먹지만 돼지는 인간이 먹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먹을 수 있다. 물과 식량이 귀한 중동 지방에선 어쩔 수 없이 돼지고기를 금기시할 수밖에 없었다. 107페이지



관광 통역안내사로서

<바람이 빚은 아름다운 경관, 용천동굴과 에메랄드빛 바다 >

 관광통역안내사 공부할 때 제주가 정말 미웠다. 제주 때문에 외워야 할 정보가 너무 많았다. 아름다운 제주가 이렇게 나를 괴롭힐 거라고 생각도 못 했는데 말이다. 워낙 제주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세계유산이 많기 때문이다.


제주는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생물권 보전지역에 등재됨으로써 3관왕을 달성한 유일한 곳이다. 그러니까 전 세계가 인정한 보물섬이란 말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세계유산 협약이 규정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유산으로서 그 특성에 따라 자연유산, 문화유산, 복합유산 세 가지로 나뉜다.
274페이지


관통사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이 직업 자체가 한국에 여행 온 외국인에게 한국에 대해서 알려주는 민간외교관 역할이기 때문에 한국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부분을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 필기뿐만 아니라 실기에서도 너무 중요한 파트다. 그렇기 때문에 관통사를 준비하는 지원자들에게 제주는  고통을 주는 존재이다. 용암동굴이 한두 개도 아닌데 빌레못동굴 같은 이름조차 어색한 동굴을 외워야 하고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도 알아야 한다.  일단 붙고 보자는 마음이었기 때문에 외우는데 집중을 해서 그냥 암기를 했다. 이 책을 보고 나니 용천동굴이 얼마나 가치 있는 동굴인지 알게 됐다. 이 책을 읽었으니 이젠 제대로 용천 동굴의 위대함을 외국 관광객에게 자세하게 말해줄 수 있다.


2007년 세계 자연유산에 등재되었고 정식 명칭은' 제주 화산 섬과 용암동굴'이다. 제주의 한라산, 성산 일출봉과 함께 용천동굴이 포함된 거문 오름 용암 동굴계의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266페이지


신비섬제주유산 265페이지


왜 세계 자연보전연맹 실사단이 용천동굴을 보고 극찬을 했는지  나도 직접 가서 보고 싶다. 이론으로만 아는 것과 직접 가서 경험하는 건 완전 천지차이다. 보지도 않고 외국 관광객에게 설명하면 용암동굴의 가치를 완전히 전달하지 못할 거 같다.


용천동굴 안 곳곳에서 석회동굴에서만 볼 수 있는 종유관, 종유석, 석순, 석주, 동굴 산호 등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이런 동굴을 유사 석회동굴이라고 한다. 용암동굴로 태어났지만 석회동굴로 태어난 것이다.
 266페이지


"용천동굴은 뛰어난 시각적 충격을 주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굴이다."
 268페이지

유네스코에서 용천동굴을  등재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고 하니 더 궁금해진다. 멀리 가지 않아도 우리나라 제주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굴을 볼 수 있다니 우린 완전 복받았다. 제주에 가야만 하는 이유가 한 가지 더 늘었다.



엄마로서

<제주를 사랑한 나비박사 석주명>

한동안 딸 니엘이가 위인전만 읽었을 때가 있었다. 딸아이가 너무 재밌게 책을 읽어서 제목을 보니 '나비박사 석주명'이었다. 부끄럽지만 난 석주명이란 이름이 낯설었다. 아이가 다 읽고 난 후 그 책을 꺼내서 읽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나비박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그때서야 알게 됐다. 그 이후 절대 이분의 성함을 잊어버릴 수 없었다. 그런데 반갑게도 이분을 '신비 섬 제주 유산'에서 다시 만났다. 석주명 박사는 제주에 다녀온 후 제주의 매력에 흠뻑 빠져서 나비 연구뿐만 아니라 제주의 언어와 문화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서 제주 관련 총서까지 집필하셨다고 한다.


석주명은 나비를 분류하는 방법을 그대로 사용하여 제주도 방언을 수집하고 분류했다. 단어나 음절을 들으면 카드에 작성하는 방식으로 채록한 방언은 무려 7천여 개로, 이것을 사전으로 묶어 1947년에 제주도 총서 제1집 <제주 방언 집>으로 발표한다. 석주명은 제주어를 수집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한반도의 다른 지역, 고어, 중국어. 일본어, 몽골어는 물론 심지어 필리핀과 말레이어와의 유사성을 찾으려고 하는 등 제주어가 가진 세계성과 고유성에 주목한 남다른 안목을 갖고 있었다. 301페이지


타지에서 제주에 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주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석주명은 제주의 색다른 문화와 방언에 관심을 가지며 그들의 삶에 녹아들었다. 석주명은  얼마나 제주를 사랑하고 아꼈는지 알 거 같다.


어쩌면 그가 나비 학자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비에 좋은 나비, 나쁜 나비와 같은 차별은 없다.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이다.  나비의 분류를 통해 석주명은 세계에도 차이가 있을 분 우열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299페이지


이런 시각을 가졌기 때문에 제주의 특이하고 이상한 점을  매력으로 느낀 거 아닐까.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의 눈은 참 아름답다. 열린 사고로 자연을 바라보며 차이점을 찾아서 다른 종으로 분류를 하는 섬세하고 객관적인 눈을 가진 이과생의 눈으로 바라본 제주는 얼마나 석주명에게 많은 호기심을 자극했을까.


신비섬제주유산 300페이지


 제주에 가면 석주명 나비길에 꼭 딸 니엘이와 함께 가서 나비박사 석주명에 대해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제주는 1년 365일, 언제 가도 제주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신비 섬 제주 유산'서 알려준 대로 매월 그렇게 제주의 문화와 역사를 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일단 책을 통해 다채로운 제주문화와 역사를 알았으니 이제 제주도를 방문해서 책의 내용을 직접 확인하는 시간을 가지면 된다. 이렇게라도 제주에 갈 이유를 만들고 싶다.


 이 책을 완독하는데 10일 정도의 시간을 잡았지만 4일 만에 다 읽었다.  다음 달은 어떤 내용일지 목차를 통해서 알 수 있기 때문에 궁금해서  계속 읽었다. 책을 읽으며 제주를 간접 체험하면서 이제는 제주와 조금 친해진 느낌이다.  이제 제주로 떠날 일만 남았다. 이제는 제주가 완전히 다르게 보이겠지. 이젠 내가 아는 제주가 아니니까.


#신비섬제주유산 #제주도#제주문화#제주여행#제주살이#제주역사#한국사#고진숙#역사책추천#다시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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