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석금 May 20. 2024

세상에 이런 일이

광어회와 삼계탕, 그리고

벚꽃이 만발한 4월에 맞은 토요일,

남편과 벚꽃 놀이를 마치고 형님댁에 들렸다. 

형님이 저녁 식사에 초대를 해줬기 때문이다. 

외식을 하자는 형님의 제안에 회와 매운탕을 먹으려 우리 집 가까이에 있는 횟집으로 향했다. 

몇 번 남편과 함께 간 적이 있기에 왠지 친근하게 느껴졌다. 

나이 드신 부부가 운영을 하는 식당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남자손님 혼자 매운탕을 앞에 놓고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맞은편을 보니 일행이 있었던 같은데 어쩌다 혼자만 남으셨을까!


우리가 자리를 잡고 앉자 여사장님이 우리 테이블로 오셨다. 

회를 시키고 나오기를 기다렸다. 얼마 후 우리 테이블 위에 광어회가 담긴 접시가 놓였다. 

처음에는 생각 없이 먹고 있다가 생선과 눈이 딱 마주쳤다. 

'아! 하필이면 왜 지금 너와 눈이 마주쳐서.'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때 생선의 두꺼운 입술이 움직이고 있었다. 분명히 자기 살을 발라 생명이 다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숨을 쉬는 듯 뻐끔거리고 있었다. 

놀라 남편을 힐끔 쳐다봤더니 젓가락으로 회를 집어 입에 넣고 있었다. 

형님이 눈치채셨는지 젓가락으로 생선의 머리 부분을 툭툭 쳤다. 

"얘는 눈치도 없이..... 가만히 있지 않고."

"형님! 아직도 살아있는 거 아니에요? 입을 뻐끔거리는 거 처음 봐요."

나의 말을 들은 남편이 말했다. "이만큼 싱싱하다는 거지."라고 

더 이상 회를 먹을 수가 없었다. 입맛이 싹 가시며 생선의 입술만 쳐다보게 되었다. 


아주 오래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직장에서 친하게 어울렸던 친구와 동생들 다섯 명이 뜻을 모아 모임을 만들었다. 거창한 뜻이 있어 모임을 만든 것은 아니고 좋은 곳이 그리고 맛있는 식당이 있으면 함께 가서 먹고 마시는 그런 편안한 모임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아마 초복이었을 거다. 

우리는 저녁식사 시간보다 늦게 대전시 신탄진 대청호로 가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는 한 삼계탕 전문점을 찾았다. 차를 주차시키고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손님은 우리뿐이었다.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는 여사장님의 친절함에 반해 방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삼계탕을 시키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중에 어디선가 날카로운 닭울음 아니 비명소리가 우리들 귀에 꽂혔다. 

서로 얼굴을 보다가 "지금 우리가 시킨 삼계탕 만들려고 닭 잡는 거지?"라고 누군가 말했다. 

우리의 예상은 적중했다. 


시간이 많이 흐르고 여사장님이 큰 솥을 들고 들어오셨다. 

"많이 기다리셨죠? 토종닭이라 잡고 끊이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예약손님만 받는데 인상들이 너무 좋아 손님들 받았네요."

우리는 대답을 하는 둥 마는 둥 들고 온 솥단지만 바라봤다. 우리의 무더위를 무사히 넘겨주기 위해 죽은 닭을 위해 기도라도 해야 할 심정이었다. 배속에서는 뭐라도 들여보내달라는 듯 꼬르륵꼬르륵 소리를 내는데 고기가 넘어가질 않았다. 다들 맘이 똑같았는지 밑반찬만 만지작 거리다 결국 식당을 나와 차에 올랐다. 

불만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어휴 주문을 받고 닭을 잡는지는 몰랐네. 괜히 죄지은 느낌이야."

"그러게. 그 자리에서 직접 닭을 잡는지는 몰랐네."


그날 닭의 날카로운 울음소리는 한동안 내 귓가에서 맴돌았었다. 

또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광어회를 먹던 그날의 기억을 덤덤하게 받아들일까!  

오늘 아침은 날이 꾸물거린다. 분명 비소식은 없었는데.....







 


작가의 이전글 성냥불이 켜지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