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제 Oct 12. 2023

지금, 잃어가는 중입니다.

이 죽일 놈의 사람..

제목과 소제목이 드라마 제목의 짝퉁 같은 느낌이다.


작년에 방영한 송혜교 님과, 장기용 님의 고군분투에도 시청률이 저조했던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와

2005년, 무려 17년 전에 방영한 '이 죽일 놈의 사랑'이라는 시청률에서는 패배(?)했지만 내가 가장 재미있게 본 드라마들이다.


두 드라마의 내용은 상이하지만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헤어짐에 관한 내용이다.

사랑, 이별은 드라마의 단골 소재이다.

드라마의 소재지만 현실에서도 있을 법한 얘기들이다. 주인공과 비주얼이 달라서 그렇지만..




나는 헤어진 지 4년이 넘어 5년에 임박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도 전 연인을 잊어가는 중이다.

헤어짐에 완전 해방되는 기간이 연애기간의 두배가 걸린다 라는 말을 어디에선가 들어봤다.

그럼 나는 4년을 만났으니 8년이 걸린다는 말이고 앞으로 4년 더 남았으니..

그때가 되면 내 나이는 마흔셋이다.


4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한 것은 아니다. 정확히 하자면 잊었다고 말하는 게 맞다.

하지만 현재 다른 연애를 하고 있지는 못하다.

새로운 이성을 안 만나본 것은 아니나 매번 전 연인의 모습과 포개 놓고 보는 바보 같은 행동들로 인해 성사가 되지는 않았다.   

전 연인이 외모가 뛰어나거나 남들과 다른 특별한 무언가가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랜 기간 만나면서 맞춰오고 맞았던 부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다시 시작한다는 게 두려웠던 것일 수도 있다.


"눈에서 멀어져야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라는 말이 있다. 안 보고, 못 들어야 조금이나마 생각을 덜 할 수가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한다. 매일 그의 자동차와 그를 가끔씩이라도 마주쳐야 한다.

이쯤 되면 눈치 빠른 사람은 눈치챘을 것이다.

그렇다. 사내 연애하다 헤어진 커플이다.

그나마 비밀연애를 해서 서로의 눈치만 보면 된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기에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비밀연애라 했지만 알 사람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아닌 척하는 거고 그냥 그렇게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헤어지고 나서도 어쩔 수 없이 마주칠 수밖에 없다는 것, 처음에는 정말 쉽지 않았다. 진짜 퇴사를 많이 고민했다. 하지만 먹고사는 문제가 걸려있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원치 않는 그의 사생활에 대한 소식, 아침, 점심, 저녁으로 혹시라도 마주치게 되면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기분 나쁜 느낌을 매일같이 느껴야만 했다.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그의 새 남친 소식에는 심장이 뛰다 뛰다 튀어나올 뻔했다. 화가 나서....

헤어지고 잊어가는 중이고 내가 다시 만날 것도 아니지만 정말 힘들었다. 그때의 그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지는 않다.

결혼을 예정하고 있다는 소식에 또 한 번의 기분 나쁜 느낌을 느껴야만 했고 정신적으로 힘이 들었다. 하지만

다시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거나 돌아와 달라는 애원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내가 뒤쳐진다는 느낌이 컸었다.

이런 게 ’ 내가 갖기는 싫고 남 주기도 싫고 ‘ 이기적인 내 마음이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고, 시시때때로 소식을 알 수 있었던 그 거지 같은 시간들로 인해 지금 시점에서는 더 무덤덤 해질 수 있었다. 내성이 생긴 것 같다.

이젠 어떤 얘기를 들어도 괜찮다. 아무렇지 않다. 기분 나쁜 ‘쿵쾅‘ 거림도 전혀 없다. 헤어짐이란 것을 최악의 조건에서 제대로 배웠다. 버틴 나.. 칭찬해주고 싶다.




연인과의 헤어짐.. 처음은 아니지만 참 면역력이 생기지가 않는다. 매번 짜증 나고 화나고 아프다.

그리고 참 기약도 없다. 언제쯤 잊을 수 있는 건지.. 잊혀지는 건지 말이다.


사랑은 사랑으로 잊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전 연인보다 더 괜찮은 사람을 만나고 싶고 만나야 한다는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이다.

왜??

보란 듯이 너 아니어도 잘살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하니까..

새로운 사람이 전 연인보다 나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것도 그 사람을 생각하고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은 상대방에게도 하지 말아야 할 못된 짓이며, 그 만남은 결코 오래 유지할 수도 없으며, 이런 마음 없이 정말 좋아할 수 있는 인연을 만나는 것에 집중을 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고 한참 후에 생각해보면 참 부질없는 짓이었단 걸 깨닫게 될 쯤이 되면 그때가 헤어짐에서 완전 해방되는 날이 아닌가 싶다.


쿨하게 그의 행복을 빌어 줄 수는 없지만 욕하고 나쁘게 생각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냥 이제 나에게는 별로 친하지 않은, 관심이 가지 않는,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을 직장 동료일 뿐이다.




연인과의 만남과 헤어짐은 언제나 가슴 아프고 힘들고 답답한 일이다.

잊어야 되는 일이 아니고 잃어버려야 하는 일이다. 기억 상실증처럼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기보다는 내 마음에도 굳은살이 생겨 단단해지고 무덤덤 해지는 날이 온다. 분명..

잊겠다고 마음먹는 다고 잊혀지는 것도 아니다.

사랑하는 동안은 달콤하지 않았던가??..

사랑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부터 헤어짐도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잊으려고 애쓰지 마라.. 언젠간 기억 상실증처럼 잃어버리게 되어 있다. 그만큼 무덤덤 해지는 날이 온다.


그럴 각오가 되어있지 않다면 이 죽일 놈의 사랑을 시작조차 하지 마시길..

그만큼 만남과 헤어짐은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이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잃어가는 중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30대는 대견함과 안타까움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