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다 보면 어딘가 도착하겠지
평범한 재즈카페 주인이던 무라카미 하루키는 야구 중계를 보다가 문득 소설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다. 별다를 것 없이 평범한 날이었다. 내가 마주했던 5년 전 9월 19일도 그랬다. 조금도 특별할 것 없던 바로 그날, 달리기라는 세계의 문이 열렸다.
'아무튼 달리기' 김상민
달리면 모든 게 단순해진다. 아무리 무거운 고민이라도 달리기 시작하면 점차 그 부피가 줄어든다. 몸이 바쁘게 돌아가니 평소처럼 복잡하게 생각할 여유가 없어서다. 우선순위 정렬 버튼을 누른 것처럼 중요치 않은 것들은 자연스레 생각의 바깥으로 밀려나고 마음 한가운데에는 고민의 본질만이 남는다. 그렇게 본질과 직접 대면하면 생각보다 쉽게 고민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신발에서 시작된 자본주의 불길은 금세 머리끝까지 옮겨 붙었다. 러닝화 바깥의 영역은 취향에 몸을 맡기면 그만이다. 러닝 삭스, 팬츠, 긴팔과 반팔 티, 바람막이, 헤어밴드까지. 각자 좋아하는 브랜드에서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면 된다. 그래도 다행인 건 달리기는 소비의 상한선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다. 한정판에 열을 올리지 않는 이상 머리부터 발끝까지 구색을 맞추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들진 않는다. 게다가 아웃렛이라는 비빌 언덕까지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