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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원 May 11. 2024

가장 사랑받고 있으면서

채움의 양은 각각 다르다

  바다가 주는 특별한 느낌이 있다. 해변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풍경은 평화롭기만 하다. 맑은 하늘에 수면 위로 햇살이 부서지며 반짝이는 윤슬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앞뒤로 흔들리는 물결이 해변의 모래 알갱이들을 평준화 시킨다. 눈 앞에 보이는 광경은 바다와 하늘 뿐이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며 충만하다.


  배를 타고 넓은 바다로 나가면 바다 아래의 지형은 알 수가 없다. 완만한 대륙붕일 수도 있고, 높은 산일수도 있고, 마리아나 해구처럼 깊은 골짜기를 지나고 있을 수도 있다. 만일 잠수복을 입고 수면에서부터 밑바닥을 찍고 돌아와야 한다면, 해저 지형에 따라 필요한 시간이 다를 것이다. 나는 우리의 마음이 바다와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정확히 말하면, 바다 아래의 해저지형 같다고 생각한다. 각각의 지형별 수심은 마음의 깊이와 같다.


수면 위에서는 바다 아래를 다 알 수가 없다.


  어떤 이의 마음은 해저 산맥과 같아서 바닥에서 수면 위로 금방 다다를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의 마음은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바닷물로도 채워질 수 있다. 반면, 해구와 같은 사람은 밑바닥이 저 아래 한참을 내려가야 닿을 수 있다. 심연의 깊은 곳까지 이르러서야 속을 알 수가 있다. 이런 사람의 마음을 충족하려면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필요하다. 당연히 해저산맥과 같은 사람은 해구와 같은 사람이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충분할 것 같지만 도무지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같으니 말이다.



바다 위에서는 평평한 수평선이지만 그 아래는 깊이가 다 다르다


    각 사람의 마음은 비교대상이 아니다. 개별적인 인격체이기에 분리해서 바라봐야 할 것이다. 이제 막 초등학생이 된 아들은 해구와 같은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처음 학교에 입학했을 때 얼마나 두렵고 렸는지가 생각나면서 우리 아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기를 바랐다. 그런데 아들이 학기 초에 학교가는 것을 유독 힘들어 하길래 걱정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다. 같은 반의 다른 친구들도 담임선생님이 많이 엄하셔서 그것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마침 학부모들이 모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다른 여러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 중 생각치도 못한 이야기가 있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선생님의 깐깐하고 엄한 교육방식에 힘들어 하고 있었는데, 그런 중에도 선생님이 우리 아들에게는 제일 친절한 태도로 대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이 우리 애를 부러워했고, 어떤 아이는 OO이(아들 이름)처럼 선생님이 대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집에서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가장 사랑받고 있으면서



우리 아들은 반에서 선생님으로부터 가장 큰 관심과 애정을 받고 있으면서 학교 생활이 힘들다고 했고, 그 원인이 대부분 엄한 선생님에게 있는 것처럼 이야기했었다. 아들에게 물어보니 선생님이 자기에게는 친절하시다는 것을 이녀석도 알고 있었다. 그래 너는 그렇게 특별하구나.


  나는 아들이 이제 초등학생이 되었으니 당연히 유치원 때보다 더 나아져야 한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을 반성했다. 그리고 우리 아들이 다른 아이들처럼 잘 참아내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것도 뉘우쳤다.





  우리 아들을 존재 자체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을 다시 연습 중이다. 누나와 비교하고 다른 아이들과 엮어서 생각하는 것을 버려야 한다.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공감해주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도 가치있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 그림은 AI Copilot에게 그려달라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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