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규원 May 15. 2024

인생의 삼분의 일

아무리 바빠도 잠을 줄이는 선택은 하지 않기를

  우리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잠을 잘 자야 한다. 잠을 자는 동안 우리 몸의 많은 기관들이 활동을 멈추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활동들이 우리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들이 이처럼 효율성 낮아 보이는 활동을 필수적으로 해야만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잠을 자는 것은 많은 위험성을 내포하는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잠을 자는 동안에는 주변 환경을 파악할 수 없고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신속하게 대처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잠을 자다가 포식자에게 사냥이라도 당하면 그냥 아무것도 못해보고 먹잇감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위험성에도 잠은 모든 동물들에게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 우리가 본능이라고 부르는 욕구 중 하나가 수면욕인 것을 생각해보면, 잠은 우리들에게도 운명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잠을 자는 동안 우리 뇌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우리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일들이 많다. 그 중 하나가 잠을 자는 동안 우리 몸에서 발생한 독소들을 배출해내는 기능이었다. 이는 지금껏 통상적으로 받아들여졌던 주장이었는데, 여러 간접적인 증거들에 의해 잠의 주요 유익 중 하나로 알려져 왔었다. 그동안 다양한 연구들을 통하여 뇌에서 독성을 띠는 단백질 성분들이 쌓임으로써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치매 질환들이 발생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리고 치매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나타는 주요 특징 중 하나가 부족한 수면이었기에 잠이 알츠하이머와 밀접한 관계를 가질 것이라고 생각되어 왔다. 즉, 잠이 부족하면 뇌로부터 독성 물질들의 배출이 충분히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알츠하이머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 여겼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이 생각에 반대되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 Imperial college London)의 연구팀은 실험용 쥐의 뇌에서 직접 투입한 염료가 배출되는 경향을 살펴본 결과, 수면중에 있는 쥐의 뇌와 마취 상태에 있는 쥐의 뇌에서 염료가 배출되는 속도가 깨어있을 때보다 30-50% 낮았다는 것을 밝혀냈다[1]. 이 결과로부터 수면상태에서 독소 성분의 배출이 원활하게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히려 그 배출 속도는 줄어드는 경향을 나타냈는데, 연구진들은 기존의 예상과 정반대의 결과를 마주하게 된 것에 대한 놀라움을 표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면이 뇌건강을 유지하는 데 유익을 주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잠을 통해 얻는 유익 중에는 기억력을 강화하고, 정신건강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2]. 연구진들은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이런 현상의 원인에 대해 더 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전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는 시간도 아껴가며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지금껏 살아온 삶의 30% 정도를 잠을 자면서 보냈다는 것을 생각하며 마치 아까운 시간을 허비한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수면부족으로 겪게되는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은 우리가 간과할 때가 많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깨었을 때 맑은 정신으로 일상생활을 시작하기 어렵다. 이는 즉각적으로 몸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끼치고, 일상생활을 계속 하기 위해 잠을 쫓기 위한 행동들을 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선택할 수 있는 행동 중 하나는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인 커피를 마시는 것인데, 그렇게 커피에 의존해서 하루를 버티면 그 이후에 또다른 악영향을 받게 된다. 카페인은 우리 몸을 각성해서 또렷한 정신으로 생활할 수 있게 도와주지만 그 효과가 끝나면 그에 따른 후폭풍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하루 중 늦은 시간에 커피를 마시게 되면, 잠을 자야할 시간까지도 각성상태가 유지되어 숙면을 취하기 어렵게 되고 그 다음날도 결국 피곤한 상태로 일어나게 된다. 그래서 수면부족으로 인한 생활의 어려움은 건강한 수면으로 극복할 수 밖에 없다(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다).






  잠에 관한 아주 좋은 책을 모두가 읽어봤으면 좋겠다. 출간된지 좀 되어서 건강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많이 읽어봤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굉장히 좋은 책이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 살지만, 잠을 줄이는 선택만큼은 절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매슈워커, 우리는 왜 잠을 자야할까 (출처: 교보문고)




[1] https://www.imperial.ac.uk/news/253273/scientists-find-sleep-clear-brain-toxins/

[2] https://www.sciencealert.com/study-reveals-more-about-how-the-brain-strengthens-memories-during-sleep





사진: UnsplashAlexander Possingham

매거진의 이전글 가장 사랑받고 있으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