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그리고 반희수는 초반에 이야기의 시작점을 바라본다. 한 명은 딸의 대한 이야기이며 또 다른 한 명은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컨택트에서 루이스는 딸 한나와의 첫 순간을 비롯해서해맑게 뛰노는 모습, 엄마가 싫다며 소리 지르는 모습, 그리고 한나의 마지막 모습까지의 장면들을 마주한다. 반희수는 친구들과 함께한 일상을 본다. 책을 보고 수다를 떨고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이다. 반희수는 그런 친구들을 캠코더에 담는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녀의 시선에는 다른 사람이 담기기 시작하고 서서히 친구들과는 멀어진다. 캠코더 속 모습에는 점점 친구들의 비중이 줄어들고 결국에 캠코더를 부수며 친구들과의 추억을 내려놓게 된다.
이 이야기는 영화 컨택트 그리고 뉴진스 뮤직 비디오에 대한 것이다. 컨택트에서는 루이스가 자신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도중에 딸의 모습들을 자꾸 바라보게 된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는 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영화에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야 이것이 루이스 박사의 미래임을 알게 된다. 루이스는 미래를 회상한 것이다. 햅타포드라는 외계종족의 문자를 이해함으로써 그녀의 사고방식도 인과관계로 흘러가지 않고 시작과 끝을 동시에 지각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의 방식의 변화는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큰 사건 둘을 동시에 보게 만들었다. 바로 딸을 처음 본 순간과 마지막으로 본 순간이다. 반희수는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의 캠코더로 찍었던 영상들을 본다. 비록 그녀가 캠코더를 부수긴 했지만 찍었던 영상들이 남아있다. 우리는 뮤직비디오 side A의 시작과 side B의 끝을 보고 반희수가 현재 시점에서 과거를 회상함을 알 수 있다. 반희수는 side에서는 친구들과 같은 시공간에서 바라보지만 side B에 이르러서는 친구들과 그녀가 같은 시공간에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루이스의 이야기에서는 딸인 한나와의 관계의 끝이 어딘지 루이스는 이미 알고 있다. 반희수의 이야기에서는 이미 친구들과의 이야기가 끝이 났다. 더 나아가 반희수가 뉴진스를 보는 우리라고 한다면 우리도 언젠가 뉴진스와의 관계가 끝이 날 것임을 알 수 있다. 루이스는 시작과 끝임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도 한나를 만나겠다고 한다. 그것이 삶에서 최소로 가는지 최대로 가는지 파멸로 가는지 행복으로 가는지처림 어떤 목적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나와 시간이 소중할 것임을 알기에 대담히 시작점에서 나아가겠다고 한 것 같다. 반희수 역시도 과거의 기억들을 보면서 미소 짓고 다시 그들과 함께 있음을 느낀다. 추억을 통해 소중함을 다시 느낀 것이다.
루이스의 이야기도 있고 반희수의 이야기도 있지만 우리의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처럼 우리들의 이야기도 시작과 끝이 있다. 우리의 이야기가 어떤 인과관계 연쇄로 벌어질지 아니면 어떤 목적으로 쓰여지는 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야기의 끝에서 당신의 이야기는 소중했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Ditto"라고 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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