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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우 Nov 26. 2023

인생사의 한 그릇

남극의 쉐프

  삶의 기억을 떠오르게 만드는 음식이 있다.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마들렌과 같이 그 시절로 돌아가게 만드는 음식이 있다. 영화 남극의 쉐프에서는 맛없는 가라아게가 먼 남극과 일본을 이어주는 음식이다. 아내가 만들어준 맛없는 가라아게는 남극에 느닷없이 가게 된 니시무라가 잊고 있던 소중한 가족과의 일상의 맛이었다. 이 영화는 음식과 관련된 코미디 영화이지만, 음식 속에는 감정과 문화와 인생 모두가 담겨있다. 


 니시무라가 있는 남극 기지는 다른 기지보다 더 외딴곳에 위치해 있는 기지이다. 그렇기에 월동대의 생활은 극히 제한적이다. 일과 외의 삶의 낙은 오직 음식이다. 이 모든 것은 요리사인 니시무라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니시무라는 입맛도 까다롭고 바라는 것도 많은 월동대 대원들을 잘 받아주며 제한된 환경에서 최고의 요리를 대접한다. 섬세하고 배려심 넘치는 니시무라의 성격이 그의 요리에서도 잘 드러난다. 월동대원들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음식을 즐긴다. 누구는 깔끔하게 먹는 반면 다른 누구는 급하게 음식을 먹기도 한다. 또 매우 짜게 먹기도 하며, 손을 쓰거나 도구를 쓰느냐도 갈린다. 음식을 먹는다는 행위에서 먹는 사람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 



 니시무라가 속한 월동대에도 위기가 찾아오는데, 월동대원들이 실수로 니시무라가 소중하게 아끼던 딸의 유치를 얼음구멍으로 빠트렸기 때문이다. 상심한 니시무라의 삶은 모두 멈추었다. 그가 책임지던 월동대들의 식사도 모두 멈추게 되었다. 배고픈 월동대원들은 주먹구구식으로 가라아게를 만들게 된다. 니시무라는 그 소란에 이끌려 얼떨결에 같이 밥을 먹게 된다. 대원들이 해준 어설픈 가라아게를 먹고 그는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다. 아내가 만든 맛없는 가라아게가 오버랩된 것이다. 니시무라는 그 이후로 무사히 월동대 생활을 마치고 사랑하는 가족과 재회한다. 


 영화의 마지막에 니시무라는 가족과 같이 놀이 공원에 간다. 놀이 공원에서 그는 아내가 건네준 가장 기본적인 햄버거를 받아 든다. 햄버거를 한 입 베어문 순간 '맛있다'라고 감탄한다. 이제까지 높은 기준으로 음식을 평가하던 니시무라였지만 놀이공원의 햄버거를 먹고는 맛있다고 했다. 더 이상 니시무라에게 음식은 맛이 전부가 아니게 된 것이다. 좋은 사람과 좋은 분위기에서 먹는 음식은 평범한 음식도 맛있게 한다. 음식의 가장 큰 양념인 '행복'을 추가한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줄 알았던 니시무라는 맛있게 음식을 먹을 줄도 알게 된 듯하다. 








글에 사용된 사진의 모든 저작권은 영화 제작사에 있으며, 네이버 영화의 스틸컷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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