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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현실, 컬러의 연극

애스터로이드 시티

by 김정우 Jan 07. 2024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프렌치 디스패치' 등 웨스 앤더슨의 영화들을 봤었지만 여전히 그의 영화 형식이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 된다. 영화 애스터로이드 시티도 독특한 형식을 보여준다. 연극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이라는 형식이다. 형식부터 참 특이하다. 그의 영화가 특이하고 느끼는 또 다른 이유는 영화 속 배경과 색감이다. 때로는 특이함을 넘어 기이하다고 표현하고 싶다. 지나친 파스텔 톤은 이제는 너무나도 잘 알려진 웨스 앤더슨의 특색이다. 이 영화에서는 원자폭탄 실험과 분화구, 외계인처럼 어느 하나 특이하지 않은 소재가 한 마을에서 벌어진다. 연극의 주인공인 오기의 자동차가 망가지는 것도 범상치 않다. 등장인물들도 지나치게 현실주의자인 작가와 천재 아들, 유명 배우, 항상 내기를 하는 소년 등 등장인물도 평범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씨는 지나치게 맑고 마을은 너무나 평온하다. 참으로 기이하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특이한 배경과 기이한 소재들에도 불구하고 영화 애스터로이드 시티를 보다 보면 어느덧 집중해서 보고 있다. 그만큼 영화를 몰입해서 보기에 큰 어려움이 없다. 영화 속 인물들이 평범하지 않지만 그들을 둘러싼 사건들은 현실에서도 있을법한 사건들이다. 지병으로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어린 자식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아버지,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의 괴리감에 고민하는 사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아들과 그런 아들이 이해 안 되는 아버지 등 있을법한 인물관계를 보여준다. 이런 현실적인 관계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형식, 배경, 소재의 요인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몰입해서 보게 만든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영화에서는 연극과 현실세게를 흑백과 컬러로 나누어 보여준다. 연극의 막 사이사이 흑백으로 TV 프로그램의 사회자가 설명함으로써 이것은 연극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 그러나 연극의 마지막으로 향해갈수록 이러한 구분이 점점 무너진다. 연극 내에서 사회자가 등장하기도 하고, 오기를 맡은 배우가 갑자기 뛰쳐나가 현실로 돌아오기도 한다. 현실과 연극의 경계가 무너진 순간 연극은 더 이상 연극에 머무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일부 반영한다. 더 이상 배우들의 대사도 단지 연극의 대사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오기를 맡은 배우는 연극에서 오기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뛰쳐나간다. 연극을 쓴 작가도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모른다. 그럼에도 연출가는 잘하고 있다고 말해준다. 배우가 오기인지 오기가 배우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말이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의문을 안고 살아간다. 그러나 의문들 중에 우리가 답을 얻고 가는 것은 극소수일 것이다. 그러나 답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절대적이거나 보편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들이 잘 살아간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각자의 방식대로 잘 살아갈 것이다. 이 영화의 연극의 주인공들처럼 기이하고 이상한 일들도 벌어지겠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잘 살아갈 것이다. 











글에 사용된 사진의 모든 저작권은 영화 제작사에 있으며, 네이버 영화의 스틸컷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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