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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우 Jan 26. 2024

찍지 말아야 할 순간에 셔터를 눌렀다

노 베어스

  영화를 보고 나서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다 이 영화가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도 감독인 자파르 파나히는 이란 정부로부터 영화 제작이 금지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감독은 지속해서 영화를 만들어간다. 영화는 그런 자파르 파나히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자국에서 영화를 찍지 못해 배우, 제작진을 튀르키예로 보내고 본인은 국경마을에 머무르면서 원격으로 지시를 한다. 영화는 감독이 머무르는 국경마을과 영화 촬영이 이루어지는 국경 마을을 병렬적으로 보여준다.


   튀르키예에서는 이란을 탈출한 이들이 다시 유럽으로 가려고 하는 이야기를 촬영한다. 이들은 이란을 탈출했지만 결국 튀르키예에서도 이방인이다. 환영받지 못하는 이들은 새 인생을 출발하려 유럽으로 가려한다. 오프닝의 시작도 이들의 영화 촬영으로 시작한다. 특이한 점은 이 영화 속의 영화가 현실과의 구분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점이다. 영화 속 설정인 줄 알았던 것은 실제 배우들의 상황이었다. 또 영화 속에서 컷 소리가 나기 전까지 영화 촬영 장면이 영화의 메인 스토리로 보인다. 카메라가 배우를 찍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미 완성된 영화의 일부를 보는 듯하다. 이러한 점들로 인해 영화는 더 이상 영화에 머무르지 않으며 실제와 같아진다.



  튀르키예 그리고 이란 국경 마을 두 곳에서 모두 카메라의 셔터가 눌린다. 그러나 찍지 말아야 할 상황에서 카메라는 장면을 담는다. 영화 초반 감독은 국경 마을에서 자신이 머무는 방의 주인에게 마을 행사를 촬영해 달라고 한다. 그러나 장비에 서툴렀던 그 청년은 찍어야 할 모습에서 멈춤 버튼을 누르고 멈춰야 할 모습들을 찍게 된다. 그러나 이 우연치 않고 의도되지 않은 장면들은 보다 현실을 반영한다. 늘 친절했던 마을 사람들은 감독을 경계하고 걱정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처럼 말이다.

  

  마을 주민처럼 감독과 튀르키예의 촬영진들은 찍지 말아야 할 순간을 찍는다. 감독은 우연히 젊은 남녀의 사진을 찍었다가 마을의 결혼 문제에 얽히게 된다. 튀르키예에서는 누군가 목숨을 걸고 유럽으로 가려는 노력과 실패 이런 것들이 단순히 영화의 소재로 사용된다. 배우들은 거부하지만 그래도 카메라를 들이댄다. 이 찍지 말아야 하는 상황에서 찍게 된 결과 감독은 끊임없이 주민들의 의심을 받고 발뺌해도 추궁당한다. 그렇지만 마을 사람들이 어떤 갈등을 겪고 있는지 생계나 안전에 관해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게 된다. 튀르키예에서는 촬영을 함으로써 배우들이 위조여권을 얻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국경을 건너다 실패한 이의 마지막을 목격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선에는 의도가 담겨있지 않으며 그렇기에 현실을 더욱 가까이에서 담게 된다. 비극적인 결말을 더욱 초라하게 만드는 슬픈 음악과 조명도 없다. 단지 뉴스의 화면과 같이 현실의 상황을 보여줄 뿐이다. 처음에는 담담하게 다가오지만 이것이 진짜 현실임을 자각한 후에는 더욱 씁쓸해진다.


  감독 자파르 파나히도 현실에서 찍지 말아야 할 상황에서 카메라를 든다. 정부로부터 영화 촬영이 금지된 상황에서 때로는 감옥에서도 영화를 발표한다. 그렇기에 그가 담는 영상은 상당히 현실과 밀접하다 생각한다. 그가 이 영화 안에서 감독이 촬영하는 영화와 현실의 구분을 어렵게 만들었는데 이는 단지 영화 속 영화에 그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실-영화-영화 속 영화 이 세 현실의 구분을 허물었다. 그렇기에 영화가 끝날 무렵 영화가 더 이상 영화로만 머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의 영화는 이란에서는 찍을 수 없는 일상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글에 사용된 사진의 모든 저작권은 영화 제작사에 있으며, 네이버 영화의 스틸컷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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