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차 수면 연구가, 라이센스 없는 전문가의 맞춤형 수면 환경 이야기
유럽 이야기를 한참 했는데, 이제 아시아 이야기를 해볼까? 우리 한국인이잖아.
아시아에서는 말총과 삼나무 침대 대신에 어디서 잤을까?
돈이 있으면 나무를 깎아서 만든 침대에서 자고, 돈이 없으면 초가집같이 지붕에도 지푸라기 깔고 아래에도 지푸라기 깔고 자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일상이었어.
그런데 개중에 고무가 나는 동네도 있잖아 동남아시아처럼, 그런 데서는 아주 특별한 매트리스가 있었어. 오늘 이야기는 그 특별한 매트리스 종류로 맞춤형 침구 추천을 원했던 분 이야기를 해볼께.
관심 가진 사람 거의 없지만 Palm 매트리스라는 것이 있어.
노동력이 많이 들고 원료 채취가 힘든 라텍스에 비해서, 코코넛 열매로 만드니까 저렴한 가격에 적당한 지지력을 제공해서 옛날부터 저렴이 매트리스로 중국에서 선풍적이지는... 않고 소소한 인기를 끌어왔어.
그리고 이제는 쿠팡에 역으로 중국에서 등록되고 있는 아이템이야.
하지만 개취라는게 있잖아. 의뢰인의 가족분이 이 팜 매트리스를 사랑하신대. 푸욱 꺼지지 않는 느낌이 너무 좋다는거야. 팜 처럼 단단하면 허리를 잘 받쳐주는 느낌이 들어서 허리가 안좋은 분들이 간혹 좋아하는 경우가 있어.
팜 매트리스에 대해 말해보자면!!
장점
1. 단단하고 질기고 억센 야자섬유가 높이 대비 강한 밀도로 잘 받쳐준다
2. 코코넛 특유의 좋은 향이 괜찮은 팜 매트리스에서는 난다.
단점
1. 코코넛 섬유를 10cm 두께로 엮어서 만들어서 접착제로 붙여야 하고 (인체에 해로움) 10cm 이상으로 만들기 어렵다.
2. 잘 부서진다.
3. 피부에 닿는 부분이 균일하지 않아 라텍스, 메쉬 같은 부드러운 겉감이 반드시 필요하다.
4. 물에 약하므로 세탁을 할 수 없다.
5. 열에 약하고, 열 전도율이 좋지 않다 (온수매트와 궁합 나쁨)
6. 별로 안싸다 (생각만큼)
이렇게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많은 매트리스라 사실 관심을 거의 끄고 있었어.
하지만.. 주사위는 던져졌잖아. 고객님이 원하신다는데!!
그래서 단단한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걸맞는 싱글 사이즈로 10cm(약 9cm) 의 두께를 자랑하는 제품을 골라보았어. 제일 중요한 기준은 단단한 느낌이니까, 이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코코넛 섬유층이 두꺼운 것이 중요했고 인증 및 검사를 받았는지가 중요했지.
또, 주문한 분은 단단한 느낌을 좋아하겠지만, 막상 자보니 불편해서 더 좋은 제품을 찾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니까 단단한 느낌을 완화시키는 라텍스 층 없이 퀄팅 커버만 있는 제품도 골라봤어.
만약 보완이 필요할 경우 부드러운 느낌은 토퍼나 매트 등으로 보강할 수 있고, 혹시나 각성해서 팜 매트리스를 버린다면 얼마든지 더 좋은 매트리스를 추천할 수 있지.
그래서 가성비가 좋은 팜 매트리스 하나를 고르고
경제력이 좋고 취향이 확실한 의뢰인을 고려하여 가장 좋은 팜 매트리스도 하나 골랐어.
야자열매 섬유를 가공 공정없이 압축해서 표면이 거칠고 먼지도 많은 팜과 달리 코이어(Coir)는 야자 섬유 중 겉껍질과 이물질이 제거된 길이 10~20cm 이상의 섬유만을 채취해서 한쪽방향으로 꼬고(twist) 고온 스팀으로 성형한 고품질 섬유야. 이 섬유로 만드는 코이어 매트리스가 있어. 코이어 매트리스는 액상 라텍스를 도포해서 거칠거칠한 표면을 보완하는 방법을 쓰는데 그야말로 made in Southeast Asia 느낌이 좔좔 흐르지.
보다시피 코이어 매트리스와 일반 팜 매트리스는 가격 차이가 X25배 정도 나기도 해. 한국에서 팔렸던 코이어 매트리스도 170만원이었던걸 생각하면 30배 가까이도 나는 셈이야.
요청사항은 싱글 사이즈로 들어가는 제품이어서 방의 크기나 이런걸 고려해서 싱글보다 작은 90X190 제품으로 추천했어. 물어오면 코이어 제품을 추천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물어보고 나서 얼마 뒤에 그냥 팜 매트리스를 의뢰인이 사셨나봐.
그래서 약간 급엔딩으로 추천이 종료되었지만, 덕분에 팜 매트리스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좋았어! 수면도 스타일 처럼 퍼스널 쇼핑이 가능하다구!
그런 면에서 다음에는 모두의 고민이자 모두의 사랑인 베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
베개만 몇 백개 누워봤고, 지금은 4개의 베개를 쓰고 있어서 제법 흥미로울 수도 있어.
베개는 말이야, 뭐가 제일 중요하냐 하면~
다음으로 가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