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 맛이지.
음악을 사랑하고,
여행을 즐기며,
운동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했을 때 에너지를 얻는지 명확하게 아는.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할 수 있을 때, 그런 일로 하여금 심장이 뛸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런 내가 내 삶의 모든 기준을 '임신'으로 설정해 놓고 주변을 보지 못한 채 그렇게 길고 긴 터널을 건너고 있었다. 끝이 어디인지도 모를 어둠의 터널을.
초 여름이 시작되었다. 제법 공기는 후끈해졌고 사방은 초록 초록했다. 사계절 중 가장 싱그러운 녹색빛을 띠는 초여름. 그 어느 색으로 표현할 수 없는 싱그러운 초록의 잎들이 생명력을 뽐내며 성장하는 계절이다.
잠시 쉬기로 했다. 나도 저 자연을 닮아 다시 싱그러움을 되찾기로 했다. 제일 먼저 결심한 것이 운동이었다. 그냥 운동 말고 소위 진짜 개빡신 운동.
그간 임신을 위해 운동을 했지만 운동 다운 운동을 제대로 하진 못했다. 시험관을 할 때마다 다리에 쥐가 나도록 누워 있었고, 시험관 시술을 하지 않을 때는 잠시 운동을 시작했다가 또 착상기에는 혹여나 방해가 될까 중단했었다.
어차피 8월에 또 시험관 시술을 할 거니깐 남은 기간 동안 좋아하는 운동 실컷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기구 필라테스도 성에 안찼고 그냥 죽어라 무게 치는 웨이트를 해보고 싶었다. 혼자는 역부족이라 PT를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와 PT 가격이 어마 무시하다. 사실 시험관 시술을 하면서 이래저래 줄줄 돈이 나갔는데 PT까지 받는 게 맞을까? 하는 고민이 잠시 들었지만 그동안 고생한 몸과 마음을 생각하니 이 정도 보상은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저 않고 PT샵에 들러 상담을 받고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PT만 전문으로 하는 샵이라 동시간 대 운동하는 사람도 없고 집중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나름 꾸준히 운동을 해왔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PT 받은 첫날, 저질 체력에 놀랬다. 정말 체력이 어디 동네 할매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 네 발로 집에 기어 왔지만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싱글벙글한 내 모습이 남편도 보기 좋았나 보다.
변태 같은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의 한계에 도전하는 무게를 쳐 올릴 때 그 짜릿함과 희열은 그간 쌓였던 힘듦과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버릴 강력한 무기였다. PT의 횟수가 거듭 될수록 구깃구깃 구겨져있던 마음이 조금씩 펴지기 시작했다.
'살아있다는 게 이런 맛이구나.
그냥 이렇게 살아간다는 것도 참 괜찮구나.'
평범한 일상이 주는 행복이 참으로 크게 느껴진 7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