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rietto Feb 19. 2022

살아있다는 건,

그래 이 맛이지.


음악을 사랑하고,
여행을 즐기며,
운동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했을 때 에너지를 얻는지 명확하게 아는.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할 수 있을 때, 그런 일로 하여금 심장이 뛸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런 내가 내 삶의 모든 기준을 '임신'으로 설정해 놓고 주변을 보지 못한 채 그렇게 길고 긴 터널을 건너고 있었다. 끝이 어디인지도 모를 어둠의 터널을.


 여름이 시작되었다. 제법 공기는 후끈해졌고 사방은 초록 초록했다. 사계절  가장 싱그러운 녹색빛을 띠는 초여름.  어느 색으로 표현할  없는 싱그러운 초록의 잎들이 생명력을 뽐내며 성장하는 계절이다.


잠시 쉬기로 했다. 나도 저 자연을 닮아 다시 싱그러움을 되찾기로 했다. 제일 먼저 결심한 것이 운동이었다. 그냥 운동 말고 소위 진짜 개빡신 운동.


그간 임신을 위해 운동을 했지만 운동 다운 운동을 제대로 하진 못했다. 시험관을  때마다 다리에 나도록 누워 있었고, 시험관 시술을 하지 않을 때는 잠시 운동을 시작했다가  착상기에는 혹여나 방해가 될까 중단했었다.


어차피 8월에  시험관 시술을  거니깐 남은 기간 동안 좋아하는 운동 실컷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기구 필라테스도 성에 안찼고 그냥 죽어라 무게 치는 웨이트를 해보고 싶었다. 혼자는 역부족이라 PT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PT 가격이 어마 무시하다. 사실 시험관 시술을 하면서 이래저래 줄줄 돈이 나갔는데 PT까지 받는  맞을까? 하는 고민이 잠시 들었지만 그동안 고생한 몸과 마음을 생각하니  정도 보상은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저 않고 PT샵에 들러 상담을 받고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PT만 전문으로 하는 샵이라 동시간 대 운동하는 사람도 없고 집중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나름 꾸준히 운동을 해왔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PT 받은 첫날, 저질 체력에 놀랬다. 정말 체력이 어디 동네 할매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 네 발로 집에 기어 왔지만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싱글벙글한 내 모습이 남편도 보기 좋았나 보다.


변태 같은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의 한계에 도전하는 무게를 쳐 올릴 때 그 짜릿함과 희열은 그간 쌓였던 힘듦과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버릴 강력한 무기였다. PT의 횟수가 거듭 될수록 구깃구깃 구겨져있던 마음이 조금씩 펴지기 시작했다.


'살아있다는  이런 맛이구나.

그냥 이렇게 살아간다는 것도  괜찮구나.'


평범한 일상이 주는 행복이 참으로 크게 느껴7월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 좀 쉬어도 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