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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나봄 Sep 22. 2019

[Review]  아쉽게 친 박수

햄릿,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공연]

오필리아 무릎에 기댄 햄릿

 나는 마지막에 아쉬운 마음으로 박수를 쳤다. 그동안 연극을 볼 때마다 마음에 들수록 박수를 세게 쳤다. 자신의 직업에 열정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도 많지만, 시간이 지나 무뎌져 그냥 반복되는 일거리로 생각하고 일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 말을 꺼내는 이유는, 이 3명의 배우가 온 힘을 다하여 연기를 한 건지, 아닌지 알 수 없단 거다. 그래도 배우가 열심히 연기했다는 전제하에 이 글을 쓰자면, 제일 먼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연기력이다.


 우선, 이 연극은 ‘햄릿’ 자체에 대해 말하는 연극이 아니다. 연극 보기 전에는 햄릿의 내용을 3명이 어떻게 각색해 소화할지 궁금했었는데 이게 아니고, 햄릿을 공연하는 현재의 배우들 이야기이다. 그래서 그들이 햄릿 연극을 할 때의 연기와 대기실에서 배우로 있을 때의 연기를 확실히 구분할 필요가 있었다. 근데 여자 배우의 연기가 조금 신경 쓰였다. 빨리 말해야 하는 대사에선 호흡이 짧아서 목소리가 떨렸고, 발성도 그리 좋지 않았다(참고로 발성은 성악, 영화나 드라마, 연극 등 분야에 따라 다르다). 그래도 표정 연기는 잘하더라.


 그리고 디테일하게 불편했던 점을 말하고 싶다. 이게 일종의 배려 문제인데, 내가 연극을 본 날은 비가 내렸다. 안으로 들어가니 습하고 더웠다. 에어컨은 없었다. 그래서 나눠준 간단한 책자로 열심히 부채질했다. 20분가량? 내가 긴 팔을 입어서 나만 덥나- 싶었는데 반팔을 입은 남자도 부채질하더라.


 게다가 난 야맹증이 심한 편이다. 깜깜함의 정도가 짙을수록 무서워한다. 그래서 여태껏 불을 다 끄고 자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할 때 어두워지는 거나, 연극 중간에 막이 바뀔 때 어두워지는 정도는 괜찮다. 근데 연극이 시작하자마자 새까맣게 변하더니 너무 늦게 불이 비쳤다. 난 무서워서 엎드려 있었다. 같이 간 사람은 3~4분 정도였다고 하는데, 난 체감상 5~7분인 줄 알았다. 짧은 시간이지만, 3분 명상하는 것도 힘들다. 3분이 어떻게 보면, 누군가에겐 짧은 시간이 아니란 말을 하고 싶다. 아무튼, 엎드려 있는데 남자 목소리가 들려서 ‘이제 시작하나 보다!’하고 고개를 들었다. 한참의 어둠 속에서 빨간색 불빛 하나가 주인공을 비추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눈이 아팠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서 거울 쪽을 봐버렸다. 불빛을 정확히 봐서 눈이 쨍했다. 해를 정면으로 보면 눈 아픈 것처럼. 아, 이 극장은 굉장히 작은 편이다. 그래서 불빛 하나로도 충분히 이럴 수 있다.


 그래도 극 내내 거울을 이용한 공간은 색달랐다. 활용도가 높았달까? 위의 두 가지 사소한 점만 빼면 소극장은 많은  매력을 가진 무대다. 여러 제약이 많은데도 배우들은 매우 동적인 연기를 했고, 적은 소품과 조명으로도 연극을 잘 이끌어 나갔다.





 분장사 역인 배우 장성익 씨는 자기 직업에 대한 권태와 아쉬운 점을 토로하며 많은 공감을 하게 했다. 특히, 자기를 깎았다가 다시 합리화하며 올렸다가 다시 또 자신을 낮추는 이런 패턴이 반복되는 점에서, 사람의 심리 묘사를 잘했구나- 싶다. 그의 독백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3명 중 특히 장성익 배우의 연기가 좋았다. 적절하고 적당했다.



배우 장성익 씨

 이 연극의 제목이 <햄릿, 죽은 자는 말이 없다>인데, 실제로 극 내내 해골을 가지고 연기를 한다. 그렇다고 주된 내용이 햄릿은 아니었다. 햄릿의 필요성은 하나였다. 자신들의 처지와 상황이 비슷한, 햄릿에 나오는 인물과 비유하고 비교하는 것. 이 공연은 굳이 햄릿이 아니어도 됐다. 왜냐하면, 각 3명이 햄릿 연극보단 각자의 독백으로 구성돼 있고 그 내용은, 자신의 힘듦을 호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대다수 사람이 공감할 만한. 여배우는 극단 내에서 수동적인 자신의 태도, 하지만 이럴 수밖에 없게끔 만드는 권위적인 남자들, 직장에서 겪는 성추행 등 현 사회의 문제를 콕 짚어줬다.


 음, 굳이 햄릿을 이 연극과 연결해 본다면... 작가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뭐였는진 모르겠지만 내가 받은 제일 와닿은 메시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이다. 셰익스피어가 글을 쓴 시절과 지금이 별반 다를 게 없다. 요즘 여자의 권리가 많이 올라갔다고는 하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으니까.


 보통 ‘햄릿’ 하면 ‘우유부단’을 많이 떠올린다. 물론 명대사인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도 있지만. ‘햄릿 증후군’이 생겨날 정도로 햄릿은 유명하고, 우유부단하다. 혹시 작가가 수동적인 여성이 아닌 주체적인 여성이 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노고를 알아줬으면 하지만 뒤에서 묵묵히 일만 해야 하는, 이런 우리들의 삶 우유부단한 햄릿과 비슷하다 여겨 비교한 게 아닐까?





2019 서로단막극장

- One Act Play -



일자

2019.09.19 ~ 09.29

2019.10.03 ~ 10.13

2019.10.17 ~ 10.27


시간

월,화,수,목 오후 8시

금 오후 3시, 8시

토 공연 없음

일 오후 3시


*

공휴일(10.03 / 10.09) 3시


장소 : 서촌공간 서로


티켓가격

전석 20,000원


주최/기획

서촌공간서로


관람연령

만 7세 이상


공연시간

60분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43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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