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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나봄 Sep 23. 2019

만들어지는 사이코패스

영화 <케빈에 대하여>

최근 진-짜 흥미롭게 봤던 영화. 사실 유전적인 것도 있다곤 하지만…. 학창시절 선생님들께 이유 없는 나쁜 말을 자주 들었던 나는 사회가 사이코패스를 만들거나, 그런 기질을 가진 사람을 더 부추기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지금도 하고 있고.


사회와 동시에 가정적 영향도 크겠지. 이 영화는 후자의 이야기를 너무 잘 보여준 영화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엄마의 잘못만 비난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엄마'의 역할과 '무조건적인 사랑'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틈을 주는 영화.


엄마가 되고 싶지 않은데 엄마가 된 사람도 있으니까.. 원치 않는 임신이었거나, 임신으로 인해서 자신의 미래가 불분명해졌다거나 등등 여러 이유로 엄마로 인생을 살길 원치 않는 여성들도 꽤 있다. 물론, 엄마가 된다는 건 영광스럽고 신성한 것이지만, 모든 여성이 그런 건 아니라는 뜻이다.


만들어지는 사이코패스가 어떤 건지 나는 알 것도 같다. 어릴 적 이유 없이 선생님들과 많은 충돌이 있었던 나는, 한번은 실제로 ‘살인’의 충동이 든 적도 있다. 곧바로 난 너무 놀랐던 기억이 있다. 동시에, ‘아, 이래서 사이코패스가 만들어지는 거구나. 이런 일을 여러 번 당하면 정신이 돌만도 하겠다.’ 싶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만들어지는' 사이코패스의 과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Episode 01. “뺨 때리기 전에 눈 깔아라.”


중학교 2학년 때였다. 1분만 지각해도 발바닥 체벌을 하는 도덕 선생님이 계셨다. 여자들은 공감하겠지만, 솔직히 여자 화장실은 변기가 하나라도 막히거나 더러우면 정말 오래 기다려야 한다. 쉽게 자리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몇 번 지각하고 발바닥을 맞은 적이 있다. 여기까진 괜찮다.


근데, 너무 억울하게 지각한 적이 있다. 다른 선생님의 심부름 때문에 지각을 한 경우였다. 그렇다고 내가 따지듯 그 선생님께 해명을 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다른 선생님 심부름하느라….”하며 소심하게 얘기했다. 여기서 내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면 선생님 눈빛을 응시했다는 것. 내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며 얘기한 게 대드는 것 같다고 하시면서 “뺨 맞기 전에 눈 깔아라.”라고 하셨다. 선생님이라는 자가, 학생을 교육하는 지도자라는 자가,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은 충격에 처음으로 선생님이란 직업에 반감을 가지게 됐다.



Episode 02. “불여시 같은 것!”


중학교 3학년 때였다. 역사와 사회에 관련된 과목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셨다. 그 당시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남녀 합반이었고, 사건이 있던 때의 내 짝꿍은 여자하고는 말을 잘 못 하는 쑥스러움이 많은 남학생이었다. 그 아이와 오래 짝꿍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친해졌고, 그 선생님 수업 시간에 서로 책상에 낙서를 하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래, 학생인데 수업은 안 듣고 장난을 치다니 참으로 내가 잘못했지-. 그런데, 학창 시절에 그런 장난 한번 안 쳐 본 학생이 있을까? 그것도 매일 그렇게 장난을 쳤으면 매번 혼났을 텐데, 그런 것도 아니어서 그날만 사건이 터진 것이다.


남학생은 평소에 선생님께 조용하고 내성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었다. 막상 친해지면 활발한 아이였는데. 튼, 수업 시간에 장난치는 우리를 보더니, 선생님께서 “너, OOO(필자 이름)! 교탁 앞으로 나와.”라고 하셨다. 그러곤 “너 같은 불여시 때문에 OOO(짝꿍 이름) 같은 순수한 애가 물드는 거 아냐?!” 라면서 심하게 뭐라고 하셨다.


이땐 너무 억울하고 또 억울해서 나도 같이 선생님을 노려봤다. 그랬더니 선생님 손이 올라갔다가 잠시 멈추더니 다시 내려갔다. 날 때리려다 참으신 것 같다. 쉬는 시간이 됐다. 반장이었던, 친한 친구가 내게 오더니 “난 너 뺨 맞는 줄 알고, 휴대폰 영상 찍을 준비 하고 있었어.”라고 하더라. 그 정도로 심각한 분위기였다. 지금까지 26년 살면서 ‘불여시’라는 소리는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내가 진짜 불여시라면 그 뒤로도 또 듣지 않았을까?



Episode 03. 같은 파마머리, 다른 반응



억울함의 시작은 중학생 때부터였지만, ‘교사’라는 직업이 그렇게 아이들에게 ‘공정’하진 않다고 느꼈던 건 초등학생 때였다. 때는 초등학교 5학년. 난 반장이었고, 우리 반엔 소위 ‘일진’인 여자아이가 있었다. 어느 날 그 여자아이가 파마머리를 하고 왔는데, 초등학교는 두발에 대한 간섭이 없었음에도 담임 선생님께서는 보기 안 좋다는 식으로 그 아이에게 말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가 파마하러 가셔서 따라갔다가 어쩌다 보니 나도 파마를 하게 됐다. 할 땐 신기하고 좋아서 생각이 안 났는데, 학교에 가려고 하니 일진 여자아이에게 좋지 않은 식으로 말했던 담임 선생님이 생각나서 겁이 났다. 그런데, 내 머리를 보시더니 너무 잘 어울린다면서 칭찬을 해 주는 게 아닌가! 이때 난, 괜히 그 일진 여자아이에게 미안해지면서 그 여자아이가 더 삐뚤어지면 어쩌나 걱정이 됐다.


사실 일진이란 것도 인터넷이나 뉴스에 나온 그런 일진은 아니었다. 다른 학생에 비해 선배들을 많이 알고 그랬던 것뿐이지, 누군가를 괴롭히거나 그런 짓은 하지 않았던 학생이다. 아마 걔도 내가 중학교 때부터 받았던 억울함을 자주 겪다가 진짜 ‘일진’이 되진 않았을까? 가난하단 이유로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선생님들의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해 겉으로 나돌다 점점 일진이 된 아이였기 때문에 더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 나도 파마머리를 했는데, 담임 선생님이란 사람이 이렇게나 다른 반응을 보이다니. 얼마나 상처였을까?



Episode 04. “난 네 눈빛이 이유 없이 마음에 안 들어.”


당연히 고등학생 때도 수많은 사건이 있었다. 너무 많은 사건이 있어서 더는 억울하지도 않고, 그저 늘 있는 일과(?) 같은 거였다. 그냥 그러려니 하며 다녔던 것 같다. 내 인상이 안 좋은가 보다- 하면서.


그래도 잊지 못할 사건 하나는 있다. 고등학교 2학년, 입학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아주 짧은 기간 동안, 담임선생님이 내게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 충격적인 말씀을 하셨다. 때는 교복 복장 검사가 있던 날이었다. 치마 길이를 검사하는데 난 치마 길이가 적당해서 걸리지 않았다. 검사가 끝나고 담임 선생님께서(지금 이렇게 압존법을 쓰는 것도 사실 못마땅하다.) 날 부르셨다. 그러더니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널 처음 봤을 때부터 네 눈빛이 마음에 안 들었어.
그러니까 나한테 밉보일 짓 하지 마!
오늘 치마 안 걸렸더라? 두 개니?잠깐만, 너 렌즈 끼니? 
어휴~ 징그러. 눈 돌려 빨리.
넌 참, 애가 멍청한 건지 영악한 건지 모르겠다.

cf. 필자는 중학생 때부터 다이어리를 썼기에 글에 왜곡된 부분은 없습니다.


나는 고등학교 2학년 가을에 자퇴했다. 선생님들 때문은 아니지만, 자퇴할 당시 내 어머니께서는 내가 담임 선생님께 이런저런 말들을 들은 사실을 알고 계셨기 때문에 한마디 하려고 하셨다. 하지만 내가 말렸다. 이제 관두는 마당에 굳이 말할 건 뭐며, 사과를 받아봤자 그 사람은 가식적인 사과를 할 뿐, 변하지 않을 사람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이 얘기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난 자퇴를 할 당시, 내 어머니를 말린 걸 무척 후회하고 있다. 그래서 8년이 지난 지금, 그 사람이 일하는 학교를 찾아갈까도 생각해 봤다. 찾아가서 “당신의 그 말이 8년간 날 괴롭혔고, 사람들을 처음 만날 때마다 내 인상에 대해서 과도하게 신경 써야 했다. 그리고 그 어린 18세 여학생 가슴에 그렇게 큰 상처를 남겨야 했나?”라고 말하고 싶다.


혹여라도 이 글을 읽는 교사가 있다면 제발 학생들을 편견 없이 봐주었으면 한다. 잘못이 있을 때만 다그쳤으면 한다. 학생들은 교사의 가르침을 받고 자란다. 그리고 그게 나중에 사회생활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자신이 ‘교사’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자신의 ‘자질’을 조금이라도 갖췄으면 바란다. 부탁드린다.


난 이제 ‘선생님’이란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피하고 본다. 나도 편견이 생긴 것이다. 교대를 다니는 사람이나 교직 쪽에 직업을 가진 사람을 싫어하고 싶지 않아도 싫어하게 된다.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위에 언급한 에피소드는 일부에 불과하다. 그런 일들을 달에 한 번씩 겪었다고 상상해 봐주길 바란다. 얼마나 억울할지, 얼마나 답답할지, 얼마나 외로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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