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나봄 Oct 31. 2019

[Preview] 듣기만 해도 설레는
세 명의 조합

뮤지컬 '우리들의 사랑'

뮤지컬이라. 개인적으로 나는 연기와 음악을 동시에 하는 장르를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 <레미제라블>, <알라딘>, <맘마미아>를 보다가 나온 기억이 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알지만, 노래하는 순간 스토리에 대한 몰입도가 깨진다. 허구지만 그래도, 몰입하며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기에 저런 부류의 영화를 보면 ‘아, 이건 진-짜 허상이지 참. 이렇게 몰입해서 볼 이유도 없는데. 기회비용으로 따지면 내 시간이 더 아깝네. 나가야겠다.’ 이러고 나간다. 친구랑 같이 간 경우 끝까지 앉아있긴 하지만. 정말 유명한 인도 영화 <세 얼간이>도 DVD로 보다가 단 한 번을 웃지 못한 채 그 길고 긴 영화를 간신히 다 봤다면 어느 정도인지 알 터.


그러나 뮤지컬이라면 또 다르다. 뮤지컬이 중심이라면, 오케이다. 뭐, 말은 이렇게 하지만 아직 제대로 된 뮤지컬을 본 적이 없다. 아 이번 <우리들의 사랑>이 내 생에 첫 뮤지컬이구나! 이 글을 쓰는 지금에서야 알았다. 나도 참 편협한 인간이다. 전시나 연극, 공연은 많이 보러 다녔는데 오페라나 뮤지컬은 본 적이 없구나…. 본 적 없어도 난 나를 잘 알기에 확신할 수 있는 점 하나가 있다. 재밌으면 뮤지컬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영화를 본다’와 ‘뮤지컬을 본다’는 마음가짐이 다르다. 그렇기에 가능한 확신이다.


뮤지컬을 소극장에서 본다는 게 어떤 스토리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번 스토리를 봤을 땐 제격이다. 어렵고 알아듣기 힘든 노래가 아닌, 내가 평소 좋아하고 사랑했던 노래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 내 뮤지컬 입문에 좋은 공연이 될 듯하다. 그리고 이런 노래는, 감상하는 맛과 작은 공간에서의 울림이 통기타와 만나는 순간의 멋을 즐기는 데에 소극장이 어울려서 제격이라 한 거다.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잔잔한 여운이 남는 뮤지컬이 될 것 같아서 기대된다. 여기에 판타지 요소를 가미한 스토리라니. 주 노래가 고(故) 김현식, 김광석, 유재하인데 어떻게 좋지 않을 수 있겠냐만은..!


이 위대한 세 가수가 비록 천국일지라도 한곳에 모여있다는 것만으로도 감탄인데 지상으로 내려와 주다니. 음악과 스토리 두 가지를 다 잡은 뮤지컬이다. 상상을 초월할 조합이다. 뭐랄까, 마치 최민식 배우, 송강호 배우, 황정민 배우를 한 영화에 다 캐스팅한 느낌? 어벤져스 같은 느낌?


나는 예능을 즐겨 보지 않는 편인데, 예전에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K팝 스타>를 즐겨 본 적이 있다. 시즌 4까지 봤던 것 같다. 이때 처음 고(故) 유재하 씨의 노래를 들었다. 오디션 참가자 중 한 사람이(윤현상 씨) ‘그대 내 품에’란 노래를 불렀는데 가사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그리고 이 오디션 심사위원 중 한 명이었던 박진영이 엄청난 감탄을 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내가 생각한 박진영은 팝을 좋아하고, 그루브한 R&B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근데 이렇게 한국 정서의 노래를 좋아한다는 게 첫 번째 의외였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가 유재하 씨란 말이 두 번째 의외였다. 그는, K팝 스타 외에서도 유재하 씨를 자주 언급했다. 한 번은 이런 말도 했다. 


“대한민국 음악이 유재하 전과 후로 나뉜다고 생각해요”


공기 반 소리 반을 강조하던 그에게서 이런 말이 나온 걸 듣고 깜짝 놀랐다게다가 그의 작업실 벽면은 프린스 < Purple Rain >, 마이클 잭슨 < Off The Wall >, 휘트니 휴스턴 < Whitney Houston >, 베이비페이스 < Tender Lover > 등 1970~80년대 팝 음악계를 화려하게 장식한 R&B 명작들이 대부분인데거기에 어울리지 않게 유재하 1집 앨범이 떡하니 꽂혀있더라그는 다시 한번 말했다.


"유재하 선배님의 목소리를 너무 좋아한다. 편안하게 말하듯이 부른다. 바로 공기 반 소리 반이다.”
출처 : Olive

 이렇게 난 유재하란 가수의 팬이 됐다. 김현식, 김광석 가수도 마찬가지다. 사실 내 시대의 노래는 아니지만 자주 들을 정도로 참 명곡이 많다. 이건 나이를 불문하고 어느 세대나 인정할 것이다. 노래란 이런 거니까. 유일하게 시대를 초월해 감성이 통하는 것. 이게 바로 노래니까. 세월이 아무리 흘러 다시 들어도 명곡은 항상 좋은 것 자체니까. GOD의 노래처럼. 


고(故) 김광석 가수는 명작인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DVD로 처음 접하게 됐을 때 알았다. 이 영화의 OST엔 2가지 곡이 나온다. ‘이등병의 편지’와 ‘부치지 않은 편지’이다. 나는 이걸 ‘이등병의 부치지 않은 편지’라고 감히 멋대로 부른다. 김광석 가수는 <김광석>이란 제목으로 영화가 나올 정도이다. 우리나라에 큰 획을 그은 멋진 사람이다. 고(故) 김현석 씨는 유재하 가수와 김광석 가수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팬이 됐다.


노래는 참으로 신기하다. 화면처럼 표정이 보이는 것도, 제스처가 보이는 것도 아닌, 그저 목소리. 이 목소리만 들릴 뿐인데, 감정이 느껴진다. 고작 3~4분 사이에 사람들을 울린다. 사람들 가슴을 툭-치고 간다.


이번 뮤지컬을 기다리면서 ‘주크박스 뮤지컬’이란 단어를 처음 들었다. 그래서 좀 검색을 해 봤는데, 주크박스 뮤지컬이란 과거 인기를 누리던 대중음악을 가져다 다시 극적 형식과 엮어 무대용 뮤지컬로 재탄생한 일련의 작품들을 말한다. 이미 대중성을 검증받은 가사와 멜로디의 대중음악이 무대 문법에 맞춰 다시 해체되고 배열되는 재구성의 과정을 거쳐 하나의 극으로 완성됨으로써 음악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친숙할 뿐 아니라 다시 무대적으로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는 장르라 할 수 있다.


확실히 주크박스 뮤지컬 장르로 만든다면, 최소한의 관객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어느 정도 성공은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절 유명했던 가수들의 노래를 소화한다는 건 엄청난 부담이며, 관람객도 많은 기대를 하기에 그만큼 실망이 클 수도 있다. 게다가 이 뮤지컬에서 열창하는 노래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아끼는 가수들 아니던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했지만, 그래도 난 한껏 기대하련다. 소극장에서 그 시절의 통기타 리듬이 울려 퍼지는 걸 지그시 눈을 감고 떠올리면 기대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작은 소극장이 그 어떤 큰 무대보다도 꽉 찬 느낌일 것 같다.


<시놉시스> 


故 '김현식', '유재하', '김광석'은 천국에서 밴드를 결성해 사람들(망자)을 위해 매일 라이브 콘서트를 하며 천국 생활을 하고 있다. 세 사람은 가끔씩 재미 삼아 내려다보는 현실 세계에서 자신들과 자신들의 노래를 멘토로 삼아 싱어송라이터의 꿈을 꾸고 있는 이초희(29)의 노래를 듣고 삶을 보게 된다.


초희는 아버지의 반대에 불구하고 자신이 꿈꾸는 음악과 뮤지션의 삶을 지키기 위해 퍽퍽한 삶의 일상을 꿋꿋하게 견뎌낸다. 초희의 꿈을 향한 열정과 일상을 지켜보던 세 사람은 이상한 끌림이 발동해서 

옥황상제에게 하나의 조건을 걸고 간청을 해서 초희의 뮤즈(수호천사)가 된다.


故 '김현식', '유재하', '김광석'은 초희의 수호천사가 되어서 나이 순대로 현실 세계에 내려와 초희를 도와주기 시작하는데...


우리들의 사랑 

- ACOUSTIC MUSICAL -

일자 : 2019.11.01 ~ 2020.01.05


시간

11.01 ~ 11.29

화/수/금 저녁 7시 30분

토/일/공휴일 오후 4시

11.30 ~ 12.29

화/수/목/금 저녁 7시 30분

토 오후 4시/7시

일/공휴일 오후 4시

12.25 오후 4시

12.31 ~ 01.05

화/목/금 저녁 7시 30분

토/일 오후 4시

01.01 공연 없음


장소 : 대학로 예그린씨어터


티켓가격

전석 50,000원

기획

LP STORY

제작

㈜ 크림컴퍼니, LP STORY


관람연령

만 7세 이상


공연시간

150분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44487

작가의 이전글 아이쿠 이런, 동거는 우리나라에서 금기어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