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의 종말> 서평
프레더릭 윈슬로 테일러는 산업 세계에서 이름을 떨친 인물이자 '사람보다 시스템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라는 신념을 가진 평균주의자였다. 테일러는 1890년대부터 평균 방법이 오류를 최소화해준다는 가정으로 비효율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표준화'를 비전으로 내세웠다. 그는 특정 공정을 완수할 '단 하나의 최선책'이 늘 있기 마련이며 그 단 하나의 최선책은 바로 표준화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테일러에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하려는 근로자는 최악의 직원이었을 것이다. 또한 기업을 관리하기 위한 기준으로 근로자들을 감독하고 하나의 최선책을 결정할 책임을 맡길 '관리자'라는 직책을 만들어냈다.
테일러는 1906년 한 강연에서 사원들과 관리자들의 관계에 대해 "우리 조직에서는 인간의 창의력이 요구되지 않고, 오로지 시키는 대로 명령에 순종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서 그의 평균주의와 표준화에 대한 신념이 뼛속까지 스며들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테일러주의'는 20세기 초 전 세계 산업화에 기여했지만 대부분의 근로자는 테일러주의라는 시스템 안에서 조그만 톱니바퀴처럼 사용되었다.
이 책의 저자 토드 로즈 교수는 이런 테일러주의적 사고를 깨부수는 개개인성의 세 가지 특성을 얘기한다.
인간의 복잡한 특성은 일차원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다차원적인 것이며 우리의 재능, 지능, 성격, 창의성, 체격 등등 모든 특성이 들쭉날쭉하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의 들쭉날쭉한 특성을 인정하게 되면 아이들, 직원들, 학생들의 미 발굴된 잠재력을 알아볼 수 있고 강점을 활용하는 동시에 약점을 개선하도록 도와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위 사진처럼 동일한 IQ를 가진 학생일지라도 두 학생의 지적 능력은 전혀 똑같지 않다.
사람의 체격 역시 매우 들쭉날쭉한 측면을 보여준다. 같은 키, 같은 몸무게라고 하더라도 어깨너비, 가슴둘레, 발의 크기 등등 신체의 세세한 부분까지 비슷할 확률은 극도로 낮다.
어떤 아이가 수업 중에는 내향적이지만 운동장에서는 외향적일 수 있는 것처럼 맥락에 따라 다른 특성이 나타나기 때문에 한 사람의 '본질적 기질' 따위는 없다는 것이다. 즉, 평균에 의존해 판단할 경우 한 사람의 행동에서 중요한 세부 요소들을 모조리 놓치게 된다. 사람의 정체성에는 어느 정도 일관성이 있지만 그것은 특정 맥락 내에서의 일관성일 뿐이다.
같은 공격성 점수를 받았지만 두 아이는 상황에 따라 완전히 다른 공격성을 보여준다.
성실함 역시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때문에 특정 부분의 성실함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건 섣부른 행동이다.
경로의 원칙은 하나의 정상적인 경로가 있는 것이 아니며 우리 삶의 모든 측면에는 똑같은 결과에 이르는 길이 여러 갈래이며 그 길은 저마다 동등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경로는 자신의 개개인성에 따라 결정된다는 원칙이다. 경로의 원칙은 속도와 학습 능력이 관련이 없음을 일깨워 주며 학습 속도 = 학습 능력은 착각임을 알려준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 교육 시스템이 그런 개개인성을 고려해 설계되지 않았으며 학생들의 잠재력과 재능을 제대로 키워주지 못하고 있다는 슬픈 팩트도 전달한다. 이 부분은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개개인을 연구하기 위해 매우 큰 노력과 자금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기술의 발달과 빅데이터로 인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개개인성을 연구하기 훨씬 쉬워졌다. 지금 시대야말로 평균주의, 테일러리즘을 역사의 뒤안길로 보낼 때가 되었다.
미국은 이미 점차 변화하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코스트코 등등의 대기업들과 MIT 같은 명문대가 앞장서고 있다. 미국이 세계 최강인 이유는 자원, 금융, 군사, 지리적 이점 등등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많은 이유 중에는 토드 로즈 교수처럼 고등학교를 중퇴한 사람이 하버드 교수가 되고, 카트 정리하는 알바가 코스트코 부사장이 될 수 있는 누구나 올바른 방향으로 최선을 다한다면 무엇이든 될 수 있는 환경이 미국의 저력 중 하나인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웃나라 일본의 교육 역시 변하고 있다. 일본은 내년 2020년부터 수능이 폐지된다. 일명 '4차 산업 혁명'이라고 불리는 흐름에 맞춰 시스템을 조율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미래 기술의 핵심인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기초가 되는 수학인 선형대수학 즉 행렬과 벡터를 내년부터 배우지 않게 된다. 고등학교 수학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선진국들과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이 더 늦기 전에 올바른 선택을 해서 다음 세대를 책임질 지금의 학생들을 진짜 인재로 길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