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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경 Dec 29. 2019

한 권으로 보는 세계사와 영화로 보는 세계사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 서평

급식받아먹던 시절 내가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 중 가장 지루했던 과목을 뽑으라면 단연 국사나 세계사 같은 역사 과목을 뽑을 것이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나는 역사 과목은 싫어했지만 역사를 바탕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 만화는 좋아했다.


나는 8살 때부터 아빠와 함께 아직도 재방송되는 전설적인 드라마 '태조왕건'을 항상 챙겨봤다. 궁예가 기침소리를 낸 신하를 철퇴로 때려죽이라고 명령하는 유명한 장면도 본방으로 봤다.

누가 기침소리를 내었어?

나의 최애 드라마 중에는 '불멸의 이순신'도 뺄 수 없다.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 김명민 배우를 좋아하게 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나는 역사를 꽤나 좋아했는데 왜 학교에서는 옆자리 친구와 떠들기만 했던 걸까? 그냥 내가 공부를 싫어해서? 맞다. 사실 내 탓인데 책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의 추천사를 쓴 이덕일 소장님의 말씀으로 변명해보려고 한다.


"나를 당혹하게 만든 것은 국사나 세계사 할 것 없이 그 내용이 난해하다는 사실이었다. ... 난해한 교과서는 너무 재미없어서 역사를 전공으로 삼은 내가 보기에도 지루하고 짜증 날 정도였다. ... 학생들은 마치 화학 공식 외우듯이 역사 사실들과 연대들을 암기하고 있었다. ... 나는 절망했다. 인간의 꿈과 도전, 그리고 기쁨과 눈물이 담긴 역사가 암기 과목 이라니...."


이덕일 소장님 말씀대로 나는 인간의 꿈과 도전, 한 나라의 흥망성쇠 같은 드라마틱한 스토리 때문에 역사를 좋아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인류의 세계사를 한 권으로 꿰뚫어낸 이 책을 읽으며 생각난 영화들을 시간대 별로 소개해보려 한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2800119


(기원전 480년) 3차 페르시아 전쟁

페르시아 왕 크세르크세스 1세는 대군을 이끌고 아테네로 쳐들어오게 된다. 아테네의 지도자 테미스토클레스는 전투 가능한 시민을 군함에 태워 살라미스 해협에서 페르시아 해군과 최후의 결전을 벌인 끝에 승리를 거두게 된다.


관련 영화 : <300>

책에서는 레오니다스 왕과 스파르타 전사들의 전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지만 영화가 흥행한 덕분에 페르시아 전쟁을 말할 때 이 영화는 빼놓을 수 없는 얘기가 되었다. 


특히 레오니다스 왕이 "This is sparta!!"라고 외치며 거만한 페르시아 사신을 황천길로 보내는 장면은 해외에서 수많은 짤로 재생산되며 유명한 '밈'이 되었다.


(기원전 334년) 알렉산드로스 왕의 페르시아 정복

마케도니아의 왕 필리포스 2세의 아들로 태어나 젊은 나이에 왕위를 계승한 알렉산드로스는 기원전 334년 마케도니아군과 그리스군을 이끌고 페르시아 제국 정복 원정을 떠난다. 


페르시아 제국을 손에 넣은 알렉산드로스는 페르시아 제국을 계승하고자 자신도 페르시아 왕의 딸과 결혼하고 1만여 명의 장병을 페르시아 여성과 결혼시킨다.


관련 영화 : <알렉산더>

승승장구하던 알렉산더는 인도까지 정복하려다 더 이상의 진군은 무리하고 판단해 회군한다. 그러나 그즈음 얻게 된 열병으로 33세에 세상을 떠나게 되고 왕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알렉산드로스 제국은 이집트, 마케도니아&그리스, 시리아로 분열된다.


(기원전 27~기원후 395년)

96년부터 180년까지 5인의 황제가 지배한 100년을 '5 현제 시대'로 부르며 로마의 전성기였다. 지중해를 제압한 거대한 로마 제국은 각각의 도시를 두께 2미터의 견고한 도로로 연결하고 제국의 화폐와 도량형을 보급했다. 이 시기를 로마의 평화 '팍스 로마나(Pax Romana)'라고 부르기도 한다. 

관련 영화 : <글래디에이터>

로마의 장군 막시무스를 질투한 왕자 코모두스는 막시무스의 가족을 살해하고 막시무스도 죽이려 했지만 가까스로 탈출하지만 노예로 끌려가게 된다. 노예 검투사로 승승장구하던 막시무스는 인기를 얻고 마침내 로마의 콜로세움에 입성하게 된다.


이 영화는 시작 부분의 게르만족과의 전투, 노예로 전락한 이후 검투사로 활약하는 장면 등 모든 전투씬이 너무나 잘 만들어진 명작이라고 생각한다.


(1096~1291) 십자군 전쟁

야망 넘치는 교황 우르바누스 2세는 동서 교회의 통일과 서유럽 세계에서의 교황권 강화를 원했고. "성지 예루살렘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며 "이 땅에서 불행한 사람은 그 땅에서 행복을 얻을 것이다"라고 했고 군중들은 열광했다. 


이렇게 만화 '원피스'의 골드 로저 때문에 대해적 시대가 시작된 것처럼 교황 때문에 약 180년에 걸친 대십자군 전쟁이 시작되어 버렸다.


관련 영화 : <킹덤 오브 헤븐>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대장장이 ‘발리안(올랜도 블룸)’에게 십자군 기사 ‘고프리(리암 니슨)’가 찾아온다. 무언가 비밀을 품고 있는 듯한 그의 정체는 바로 발리안의 아버지였다. 발리안에게 숨겨진 자질을 꿰뚫어 본 고프리는 자신과 함께 떠날 것을 제안하고, 발리안은 성스러운 도시를 지키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이 영화는 위에 소개한 <글래디에이터>의 감독 리들리 스콧이 만든 영화다. 러닝타임이 좀 길지만 지루하지는 않았다. 


영화를 보며 주인공 올랜도 블룸 보다 종교가 다른 상대방도 존중하는 현명한 이집트의 왕 '살라딘'의 모습이 더 인상 깊었다.


(1519~1572) 스페인에서 이방인에게 멸망한 아스텍과 잉카제국

아스테카 왕국의 전설에는 추방당한 흰 피부의 신이 다시 돌아와 아스테카 왕국을 지배한다는 믿음이 있었는데 이 믿음 때문에 손쉽게 코르테스와 병사 500명으로 멸망하고 만다.


역시 스페인 출신의 피사로는 제2의 코르테스가 되고자 '엘도라도(황금의 나라)'를 찾다가 1531년 잉카제국에 들어갔다. 마침 혼란스러웠던 잉카제국의 모습을 본 피사로는 잉카제국의 왕을 포로로 잡고 금과 은을 약탈했고 1533년 잉카제국을 멸망시켰다.


관련 영화 : <엘도라도>

1519년 스페인, 도박판을 전전하며 사기 치며 먹고 살아가는 사기꾼 툴리오와 미젤은 어느 노름판에서 엘도라도로 가는 지도를 놓고 도박을 벌이다 막판에 조작한 주사위가 들통나 달아나다 신세계로 출발하는 배의 드럼통에 숨게 되고, 선장 코르테스에게 발각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코르테스의 말 알티보의 도움으로 배를 훔쳐 달아난다. 육지에 닿은 그들은 그곳이 엘도라도 지도에 나오는 지형과 똑같음을 알게 된다.


어린 시절 재밌게 봤던 추억 돋는 영화다. 그런데 책에서 보면 코르테스가 정복한 곳은 아스테카이고 피사로가 황금과 은을 약탈한 '엘도라도'는 잉카제국인데 영화에서는 편의상 두 제국을 섞은 듯하다.


(1592)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침략 

'혼노지' 사건으로 오다 노부나가가 암살당한 뒤 이를 빠르게 수습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일본을 통일하며 전국시대를 마무리 짓는다. 이후 명나라 정벌을 빌미로 조선에게 길을 내어 달라고 요청하고 조선의 왕 선조는 "오랑캐가 어딜 감히!" 하고 거절한다. 이를 명분으로 일본은 조선을 침략한다.


관련 영화 : <명량>

1597년 임진왜란 6년, 무서운 속도로 한양으로 북상하는 왜군에 의해 국가존망의 위기에 처하자

누명을 쓰고 파면당했던 이순신 장군이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된다. 하지만 그에게 남은 건 전의를 상실한 병사와 두려움에 가득 찬 백성, 그리고 12척의 배뿐.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배가 속속 집결하고 압도적인 수의 열세에 모두가 두려움에 떨지만, 이순신 장군은 단 12척의 배를 이끌고 명량 바다를 향해 나선다.


12척의 배로 수백 척의 배를 박살 낸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보러 영화관에 갔는데 역사 영화가 아닌 역사적 인물을 바탕으로 한 픽션 영화를 본 느낌이었다. 


세세한 고증을 바란 건 아니었지만 강선도 없는 조총을 들고 흔들리는 배 위에서 조선 수군을 저격하는 일본군 스나이퍼라던가, 칼을 들고 직접 백병전에 나서는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 역사적 사실보다는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에 가깝다고 느껴졌다. 아무튼 흥행은 잘 돼서 1천7백만 관객으로 우리나라 역대 관객수 1위를 차지한 영화다. 흥행하려면 철저한 고증보단 과장스럽게 만드는 게 잘 먹히는듯하다.


이렇게 책을 통해 6개를 영화를 소개했다. 서평인데 책 보다 영화 소개가 더 많은 것 같다면 여러분의 기분 탓이다.


아무튼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긴 글 읽어주셔서 고생하셨고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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