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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손주 돌보는 할머니의 성공법칙

손주맞이 프로젝트

할머니가 될 날이 다가오고 있다.

손주가 태어날 2월까지 5개월이 남았다. 할머니가 될 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아들, 딸 모두 해외에 있에 남편과 둘만이 사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도 내가 원하는 일에 몰두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미루었던 취미생활도 활발히 한다. 독서모임, 골프, 댄스, 산행, 합창 등 시간과 여유가 없어 못했던 것들에 이제는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한가지에만 집중하여  어느 경지에 이룰 수도 있겠지만, 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잘하든 못하든 즐기고 있다. 사실 취미로 하는 일도 쉽지는 않다. 몸도 머리도 마음처럼 쉽게 따라주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60대에 근육운동을 시작하여 70대에 시니어 보디빌더 대회에서 1등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굳이 하나에만 몰두하고 싶지 않다.  조금씩이라도 해보고 싶었던 것은 다 해보고 싶다. 이제 내 나이는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며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래서 60세를 인생의 황금기라고 하나 보다. 

손주를 돌보는 일, 그리고 달라질 일상

하지만 5개월 후면 내 일상은 어떻게 될까? 딸이 사는 뉴욕에 가서 1달이든 100일이든 손주를 돌보는 일이 내 하루의 중심이 될 것이다. 한국에 돌아왔다가 다시 뉴욕으로 가는 일이 잦아질지도 모른다. 뉴욕은 말만 들어도 화려한 도시지만, 아기들 키우기에는 이보다 참 열악하다. 주거 공간은 협소하고 불가는 어마어마하다. 방2개의 렌트비가 20평에 7천달러 정도로 비싸니 생활 자체가 만만치 않다. 

뉴욕에서 손주를 돌본 친구는 주거 공간이 좁아서도 힘들었다고 한다. 여기에다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가사일이 늘어나고, 사위 눈치도 봐야할 테니 불편한 일이 한 두개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난 다 괜찮다고 생각하려 한다. 한 생명이 태어나는 일인데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엄마가 되었을 때도 천지개벽  같은 변화가 있었다. 딸에게도 그런 변화가 닥쳐오는데, 내가 예전과 똑같다면 말이 안 된다. 나도 할머니가 되니, 세상이 뒤바뀌는 변화를 기꺼이 환영해야겠다. 물론 변화는 고통을 동반하지만, 난 그 변화를 즐겁게 받아들이려 한다. 

손주 돌보는 성공 스토리

이런 마음의 준비를 했다해도, 손주를 돌보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걱정이 밀려든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할머니는  "손주 보는 일 너무 힘들어요. 가능하면 하지 마세요." 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한 친구는 동료 교사가 퇴직 후 손주를 돌보다 2년 만에 완전히 늙어버렸다고 했다. 손주 돌보는 일이 몸과 마음을 얼마나 지치게 만드는지 말해 주었다. 손주를 돌보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보면 여전히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그런데 얼마 전 후배와 대화 중 손주를 돌보는 할머니의 성공 스토리를 들었다. 그 분은 딸이 판사라서 손주를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키웠는데, 이 과정에서 딸과 한 번도 갈등이 없었다고 했다. 지금은 손주이 할머니에 대한 사랑으로 행복한새로운 경험도 많이 한다고 한다. 이 비결을 들어보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이 할머니는 처음부터 분명히 선언했다. "난 손주 돌보는 것만 하고, 교육은 하지 않는다."라고. 그리고 아이에게 필요한 일만 해 주고, 아이의 행동에 대해서는 퇴근 후 딸에게 일일이 보고해 딸이 직접 훈육하도록 했다. 즉 할머니 본인의 방식대로 훈육하지 않고, 전적으로 딸에게 맡긴 것이다. 

어떻게 이런 지혜를 얻었을까 궁금해 물어보니, 그 분은 신실한 불료신자로 매일 법문을 읽으며 마음의 수양했다고 한다. 이런 일은 마음의 수련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 할머니는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고  선을 넘지 않았다. 쉽지는 않았겠지만, 자신만의 시간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성공사례에서 배우기

이제 나는 더 많은 성공 사례를 찾아보아야겠다. 실패 사례에서도 배울 점이 있지만, 성공 스토리에서 배울 점도 크다. 어떤 일을 잘 하려면 그 일을 잘 하는 사람을 따라 하라는 말이 있듯이, 손주 돌보기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주변에서 손주를 잘 돌보면서 딸과도 갈등 없이 지내는데 성공적인 할머니들을 찾아보고, 그들의 지혜를 얻어야겠다.

세대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

결국 딸과의 갈등은 엄마가 자기 방식대로 할 때 생긴다. 세상도 많이 변했으니, 손주 돌보는 방식도 또한 크게 달라졌음을 인정해야한다. 세대 차이을 설명하는  우스갯소리 중 "우리는 후진국 세대,  아이들은 선직국 세대'라는 말이 있다. 태어난 시대가 다르니, 선진국 세대 아이들 방식을 존중해주는 것이  관계를 좋게 하는 방법이다.  딸이 원하는 방식대로 아이를 키우도록 전권을 딸에게 주고, 나는 도움을 요청받을 때만 돕는다면, 당연히 관계도 좋아질 것이다. 특히 나처럼 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코칭을 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주장을 내려놓고, 딸에게 모든 결정을 맡기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이 편해지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딸이 해달라고 하는 것만 하면 되니 한층 가벼워진다. 복잡하게 머리를 쓸 필요가 없다.  딸이 요청하는 도움만 주고, 그 외에는 나만의 시간을 보내면 된다. 요즘 세상은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보다는 과해서 생기는 문제가 더 많다. 너무 많이 먹어서 몸에 생기는 문제가 많듯이, 관계에서도 너무 많이 하려고 해서 문제가 발생한다. 손주 돌보는 일에 있어서는 딸에게 전권을 주고, 내가 할 일만 하면서 나머지 시간은 나 자신을 위해 쓰면 될 것이다.

물론  손주가 태어나면 계획대로 되지 않는 부분도 많겠지만, 그래도 미리  준비를 하려 한다. 이를 위해 손주맞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의 경험이 후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성공 스토리’가 되길 바란다. 앞으로 남은 5개월 동안 하고 싶었던 일들을 충분히 즐기고, 손주를 돌보게 되면 내 취미와 일은 잠시 뒤로 미루고, 손주 돌보는 일에서 가장 큰 즐거움을 찾을 준비를 하려 한다. 오늘도 이렇게 글을 쓰고, 운동을 하고, 노래 연습을 하고, 책을 읽는 이 모든 것들이 손주가 태어나면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을 알기,에 지금 이 시간을 아끼며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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