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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딸일까? 아들일까? (1)

궁금증도 즐거움인 것을~

손주 성별에 대한 소망


손주의 성별, 딸이면 좋을까? 아들이면 좋을까? 하나님이 주신대로 건강하게만 태어나면 감사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솔직히 말하자면 딸이었으면 좋겠다. 


서프라이즈의 기쁨

딸 민은 임신 3개월이면 초음파 검사로 성별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미 초음파 검사를 했는데도 말을 안 하길래 궁금해서 물어보니, 민은 지금은 가르쳐 줄 수 없다고 했다. 서프라이즈로 알려주려는 이유란다. 민은 어릴 때부터 서프라이즈를 즐겼다. 무언가를 그냥 주는 것보다 깜짝쇼로 기쁨을 배로 만드는 일을 좋아했는데, 민에게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민은 어렸을 때 내 생일이나 결혼 기념일에 자주 서프라이즈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곤 했다. 예를 들면 집에 들어 왔는데 현관부터 바닥에 화살표 표시가 있어 그 방향을 따라 가면, 방 안에 색종이로 만든 커다란 하트 모양 안에 있었고 생일 선물이 놓여 있었다. 그때 받은 선물은 기억나지 않지만, 현관부터 방까지 이어진 화살표 종이와  하트 모양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결혼 기념일에는 동생과 함께 퀴즈 쇼를 만들어 우리 부부에게 문제를 풀게 했다. 문제 답을 맞추때마다  '30분 안마 받기'같은 작은 선물을 주는 등 감동적인 이벤트를 자주 준비했다. 난 이런 서프라이즈를 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이런 딸도 이런 서프라이즈를 받고 싶어 한다는 건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잠옷, 가방, 학용품, 책 등 필요한 물건들을 생일 선물이라는 이름만 붙여 그냥 주곤 했다. 어느 때는 생일을 깜박 잊어 민에게 큰 실망을 주기도 했다.


미안한 마음을 좀 상쇄시키고 싶어 서프라이즈를 시도해 봤지만, 아이들에게 들키거나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은 실용적인 선물에 No Surprise를 선언하며 '난 내 스타일로 간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내심 아이들이 전혀 기대하지 않는 상황에서, 언젠가 한 두번 제대로 된 서프라이즈를 준비해 볼 궁리도 하곤 한다. 어쨋든, 서프라이즈에 진심인 민이 손주의 성별을 서프라이즈로 알려주겠다고 하니, 이 궁금함을 꾹 참아야 하는 상황이다. 


아들을 선호했던 그때


난 처음부터 아이 둘을 낳겠다고 마음먹었고, 두 아이 모두 아들이기를 바랬다. 1990년대는 병원에서 성별을 알려 주는 것을 불법이었다. 아들을 선호하는 산모들이 딸임을 미리 알면 낙태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상상도 안 되는 일이지만, 당시엔 남아선호사상이 강했다. 적어도 아들 하나는 낳아야 며느리로서 역할을 다했다는 인식이 있었다. 어떤 지인은 3번의 낙태 끝에 아들을 얻었다며 자랑하기도 했다. 나 역시 시댁을 생각하면 아들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두째도 아들이기를 바랬던 것은 당시에 남자아이가 내 눈에는 훨씬 더 귀여워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원에서 성별을 알려 주지 않아서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마지막까지 아들을 낳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때로는 하지 말아야 할 기도를 할 때가 있다.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오히려 행운일 때도 있다. 그래서 삶이 오묘하고 재미있는 것 같다.)


분만실에 들어가서도 아들이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10시간이 지나도 아이가 나오지 않자 그때서야 다른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딸이던 아들이던 엄마가 되게 해 주세요!' 전 엄마가 꼭 되보고 싶어요!' 그리고 아이가 나왔는데, 딸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기적을 경험했다. 딸이라 실망할까 걱정했는데 간호사가 "공주님이세요."라고 말하는데 서운함은 전혀 없었다. 그저 새 생명인 그 자체로 감탄이 나왔다. 그 때 떠오른 단어는 '보름달'이었다. 조금의 부족함이 없는 완전함과 100프로 만족한 느낌이었다. 지금 그 때의 사진을 보면 그런 감정이야말로 기적이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광고 속 예쁜 아기 모습과 다른 핏덩이를 보고도 100프로 만족감을 느끼다니. 아이와의 첫 만남에서 실망했다는 친구들도 있지만, 내게는 그야말로 보름달 그 자체였다. 그렇게 난 딸을 가진 엄마가 되었고, 지금은 내 기도대로 아들만 둘을 주지 않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있다. 


딸일까? 아들일까? 궁금증


다시 돌아가자면, 1990년대만 해도 아들이 꼭 있어야 한다는 분위기였지만, 30년이 지난 지금은 딸은 필수, 아들은 선택이라는 인식으로 바뀌었다. 딸과 아들 선호도에도 시대에 따른 트렌드가 있다는 것이 참 재미있다. 이런 트렌드가 내게 영향을 미쳤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난 손주가 딸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외할머니, 나의 엄마, 나 그리고 딸 민, 그리고 손녀 딸까지 이어지는 여성의 라인이 생기는 게 좋다. 여자로서 서로를 이해해 주는 것도 좋고, 딸에게 알려 줄 것들이 많은 것도 좋고 베프같은 관계를 맺는 것도 좋다. 이러다 손주가 아들이면 어쩌나 싶지만, 남편의 입장으로 생각하면 되니 그것도 좋은 일. 이건 모두 나의 생각이고, 딸이길 바라던 민이 지금 아이의 성별을 알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급기야 손주 성별 예측 투표까지


손주 성별이 궁금한 마음을 난 재미로 풀어보기로 했다. 가족 단톡방에 민의 아이 성별 예측 투표 올렸다. 시어머님께는 전화를 걸어 하는 투표 방법을 알려 드렸다. 아들만 둘인 시어머님은 여전히 아들은 꼭 있어야 한다며, 아들에 한표를 던지셨다. 결과는 딸 4명 아들 6명으로 아들이 높은 것으로 나왔다. 각자 바라는 성별을 올렸는지 아니면 느낌을 올렸는지는 자신만 알 것이다. 나는 딸이기를 바라는 마음에 딸에 투표했다. 다행히 성별은 투표로 결정되는 게 아니니 좀조금 더 인내심을 가지고 민의 발표를 기다려야겠다. 


궁금증도 즐거움인 것을


지금부터 30년 후에는 다시 아들 선호의 트렌드가 생길지, 아니면 아이를 낳는 일이 아주 특별한 일이 될지 모르지만,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경이로운 순간을 기다리며, 이시간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자체가 삶의 즐거움이라 느낀다.  손주가 태어나는 순간, 나에게 주어질 '할머니'라는 타이틀이, '엄마'라는 타이틀과 어떻게 다를지 궁금한 마음을  살맛이라 여기며, 난 오늘도 이렇게 글을 쓰고, 운동을 하고 상상의 날개를 펴 본다. 마지막까지 딸이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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