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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인혁 Sep 09. 2022

한국 영화의 현주소 <육사오>

의미와 재미, 그 무엇도 없는

영화 <육사오(6/45)> 리뷰


 오랜만에 부모님이 재미있는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하시길래 따라나섰다. 다른 정보 없이 그저 지나가다 본 광고에 의존한 채로 영화관에 들어섰다. '북으로 넘어간 로또를 되찾으려는 군인의 모험'정도로 알고 있었다.



 나도 몇달 전에 군대에 있었다.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는 몇년 만인 듯 했다. 영화값은 어느새 15000원이 되어있었다. 두 명에 삼만 원. 한 달 내내 집에서 OTT를 보는 데에는 20000원도 안한다. 이제 우리에게는 한 번의 영화가 15000원이 되었다. 취미생활을 넘어선 듯 싶다. 특별한 날이나 데이트만을 위한 장소가 되어버린 것 같다. 물론, 팝콘도 샀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팝콘의 절반을 먹을 정도로 팝콘을 좋아하는 나였다. 팝콘은 만 원에 샀다. 예전에는 팝콘이 훨씬 비쌌는데,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는 건 왜일까. 근데 사실 그 팝콘도 튀기기 전에는 한 줌의 옥수수였으니까, 애초에 가격이 뻥튀기된 상태였을 테다. 영화값이 너무 비싸니 그런 착각이 들기도 했다.


 재미있다고 했다. 아니, 엄마가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하던데' 라고 했다. 기대했지만, 기대한 만큼 엄청난 실망으로 돌아왔다.

 코로나가 일상이 되고 영화관은 관객을 맞을 준비를 했다. 영화관의 앞면의 스크린뿐 아니라, 옆면도 활용해서 입체적인 모습을 가진 광고도 나왔다. 영화관은 열심히 준비했는데, 영화 제작사들은 준비를 못했나.


 내용은 이렇다. 최전방에서 근무하는 병장인 주인공이 바람에 타고 우연히 날라온 복권을 줍게 된다. 그 복권은 1등 복권이었다. 그러나 그 복권은 자신이 주웠을 때처럼 바람에 날라간다. 북쪽으로 날아간 복권은 북한의 군인이 줍게 된다. 그 복권을 되찾기 위해 비무장 지대에서 남북 병사들은 협상을 한다. 복권을 돈으로 바꿔오겠다는 남측의 약속에, 북측은 복권을 돌려주는 대신 한 명씩 사람을 바꾸어 인질처럼 활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남북이 섞이며 일어나는 에피소드가 메인 내용이다.




 허접하고 재미없었다. 유머 코드는 뜬금없었다. 내 앞에 앉아있던 5명의 초등학생들만 웃었던 것 같다. 너무 유치한 웃음포인트였다. 설명을 해주고 싶어도,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영화관에서 이토록 집중하지 않은 적은 처음이었다.

 군인이 핸드폰을 쥐고있는 컷, 그 장면과 이어지는 다른 구도의 컷이 이상했다. 핸드폰을 쥐고 있는 모습이 달랐던 것 같다. 다시 볼 수 있다면 제대로 확인하겠지만, 다시보고 싶지는 않아서 추측만 하겠다. 영화관에서 상영한다는 영화가 그것조차도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것은, 대학교 영상동아리 수준보다 떨어진다고 봐도 틀린말이 아니다.

 제작진 중에 군필은 없었나 보다. 군인이 '다나까'와 '요'체를 섞어 썼다. 군대에서 공식적으로 '다나까'를 쓰지 않기로 했다고 알고있다. 그럼에도 당장 3달 전만 해도, 내가 군생활을 하며 만났던 모든 군인들은 모두 '다나까'를 썼다. 기사로만 군대를 접해서 그랬는지, 국방부에게 어떤 메시지를 받았는지, 그 기본적인 군인 인터뷰도 안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사소하고 기본적인 고증조차 없었다. 완성도에 금이 간다.

 러브라인에 집착하는 시대는 저물었다. 프로페셔널하고 주제에 집중한 영화와 드라마가 성공한다. 한국에서 북으로 인질로서 넘어간 주인공 병사와 북한의 여군에게 러브라인이 그려진다. 만나고, 호감을 느끼고, 썸에 근접한 러브이라인이었다. 하지만 둘은 다시 본인의 위치로 돌아오고, 약간의 아쉬움만 남긴 채로 헤어진다.

 도대체 왜 러브라인을 집어넣었을까. 설레지도 않았고, 오히려 찝찝했다. 넣을 거였다면 제대로 서사를 구축하든가, 그렇지 않을 거였다면 러브라인을 넣지 말았어야 했다.

 나아가, 그 여군이 북한의 남군에게 성희롱을 당하는 장면도 별로였다. 추근대는 남군에게 주먹으로 대응하는 여군의 장면이 나온다. 이를 본 사람들이 통쾌함을 느꼈을까.

 한국이 배경이었고, 정말 재미있는 스토리를 가져서 관객들이 스토리에  빠져버린 영화였다면 웃음포인트 중 하나로 보여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배경은 북한이었다. 과연 그렇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안 그래도 몰입도가 낮았지만, 그 낮았던 몰입도가 깨지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맥락과 배경에 관련없이 젠더 문제를 넣는 것, 코미디라는 서사를 완벽하게 구축하지도 않고서는 영화 안에서 이를 다룬다는 것은 좋지 않다. 성 관련 문제를 희화화하는 비판을 불어일으킬 수도 있다. 누군가는 불편해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설득력없는 영화와 매력이 없는 스토리는 영화의 편에 설 사람을 만들기 어렵다. 비판을 막아줄 여론을 만들어 낼 수 없다.

 너무 뜬금 없는 CG나 이미지들이 많았다. 공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양계장 같은 곳에서 동물들의 번식을 위해 클럽처럼 화려한 조명을 다는 씬이나, 맷돼지가 나타나서 공격하는 장면은 나를 경직시켰다. 내가 이 영화를 보며 웃었다면, 이는 미소가 아닌 조소였을 것이다.




 초반 30분만 괜찮게 봤다. 그 이후로는 영화보다는 팝콘과 콜라에 집중했다. 팝콘을 두 통을 샀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 생각하며 시간을 떼우고 나왔다.

 이 영화를 보고 재미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과연 실존할까? 실체없는 즐거움이 아니었을까. 영화관은 손님을 부르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제작사도 티켓을 팔기 위해 소문을 냈나. 영화를 한 줄로 평하자면, '한국인의 수준이 이렇게 낮아졌는가?'였다. 의미가 없으면 재미라도 있어야 하는데, 재미도 없다. 네티즌 평점을 보니 나만 그랬나 싶기도 하다. 차라리 <탑건>을 볼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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