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두화. 부처의 머리처럼 곱슬곱슬하고 부처가 태어난 4월 초파일을 기준으로 만발한다 하여 佛頭花라고 부른다. 과연 그렇다. 나는 이 흰 꽃무더기가 몽글몽글 차오르는 걸 보고서 계절이 무르익고 있음을 실감한다. 집에서 나와 역 방향으로 3분 정도 걸으면 보이는 어느 빌라 주차장 입구에 자리하기 때문에, 못 보고 지나칠 일이 없다. 꼭 이 자리에 한 트럭이 주차를 하는데, 4~5월이 되면 마치 상여처럼 굵고 동그란 꽃장식으로 덮인다. 나는 매해 불두화를 처음 마주할 때마다 '아! 벌써? 봄도 곧 끝이네!' 하고 속으로 외친다.
와중에, 꽃에 처음 이름을 붙인 자의 시선이 궁금하다. 아기 주먹 같기도 하고, 풍물놀이 모자의 장식 같기도 하고, 수북한 백미밥 한 공기처럼도 보이는데(아니면 소금간만 한 주먹밥?) 어째서 많고 많은 것들 중 '부처의 머리'였을까. 불심이 깊은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되려 부처를 업신여기는 사람이었을까. 어린아이였을까. 누구였든간에 그의 안목은 공인받았다. 불두화는 이제 불두화다. 시 속에 들어오지 않는 이상 다른 이름으로 불릴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꽃은 자신이 꽃이라는 의식도 없이 꽃이고, 늘 같은 자리에서 그저 피고 지겠지. 인간만, 그저 지나치는 법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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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면일기는 각자의 정신 상태를 나타내는 내면의 일기가 아니라 사람, 동물, 사물 같은 외적인 세계로 눈 돌린 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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