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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유쌤 May 01. 2022

교사 모드, 체험학습 모드

ON, OFF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의 내용 중에 자기 방어 기제라는 것이 있다. 보통 전체적인 내용은 잘 모르지만 방어 기제라는 부분은 교육학에서 가르친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시절 교육학 내용을 매우 재밌게 공부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중에 자기 방어 기제라는 부분의 강의 내용은 임용고사를 본 지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흥미로웠었다. 

 방어 기제(防禦機制, 영어defence mechanism)는 받아들일 수 없는 잠재적 불안의 위협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실제적인 욕망을 무의식적으로 조절하거나 왜곡하면서 마음의 평정을 찾기 위해 사용하는 심리학적 메커니즘이다. (출처 위키백과)

 SNS가 발달하는 요즘 부캐나 멀티 페르소나라고 표현되는 또 다른 나의 자의식을 찾는 활동들이 TV를 가득 채우고 있다. 내가 아닌 다른 나를 통해 자신의 자의식을 표현하는 것이 프로이트가 말한 방어기제 중 해리와 비슷한 면이 없지 않은 것 같다. 용어가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교사인 내가 나를 교사로서의 자아에서 해리시키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바로 체험학습에 갈 때다. 초임 시절부터 줄 곳 유지해온 나의 패턴인데 체험학습을 가면 난 나의 모든 것을 우리 반 아이들이 하고 있다는 것에 초점을 두고 교사였던 나를 잠시 내려두고 학생의 자아로 나를 해리시킨다.

 코로나로 주춤했던 체험학습이 다시 시작되었다. 오랜만에 가는 체험학습에 아침부터 괜히 들뜬 마음이 든다. 아이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겠지... 

 아이들과 하루 종일 모든 활동을 함께 했다. 장비도 같이 착용하고. 물에도 함께 들어가고 선생님이라고 하니까 교관 선생님께서 친히 시험도 요청해주시고 안내도 따로 해주신다. 즐겁게 하루를 보냈다고나 할까? 교사로서 참여했다기 보단 체험학습을 다녀왔다고 생각이 든다. 

 

5미터 위에서 뛰어내린 교관의 시범을 잘 보셨습니까?

 오전 활동이 끝나고 점심을 먹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갖는데 아이들이 지나가며 뭔가를 자꾸 손에 쥐어준다. 손을 살며시 펴보면 과자가 보인다. 한 명이 주고 가니 연달아서 과자를 쥐어주고 간다. 체험학습의 국 룰은 아이들이 주는 과자를 주워 먹으며 오후에 있을 체험학습을 위한 체력을 비축하는 것이다. 이때 잠시 아이들로 해리했던 내 자의식이 다시 선생님으로 돌아온다. 

 " 얘들아 먹고 떠난 자리는 깨끗해야지? 뒤처리 잘하고 이동합시다."

괜스레 잘 받아먹고 잔소리만 하는 선생님으로 돌아갔다. 

몇 년 만에 받아본 뇌물인가. 

 사실 며칠 전 아킬레스 건염이 날 찾아와 하루 종일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태에서도 아이들과 같은 모습이 되어 폭우 재난에서도 살아 나왔으며 화재 재난에서도 대피하여 살아 나왔다. 체험학습을 종료하고 교실에 돌아오니 발 뒤꿈치가 다시금 욱신대는 것을 느낀다. 신기한 경험이다. 교사 모드에서 체험학습 모드로 온 오프를 할 때마다 난 나의 불안으로부터 피난을 갈 수 있다. 이렇게 교사로서의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맨날 교실에서 수업만 하면 에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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