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힘든 날이더라도 즐거워지는 시간이 있다. 시계가 12시를 가리켜 오면 점심시간이 다가옴을 느끼고 조건 반사가 일어난다. 배꼽시계가 울리는 데는 많은 조건이 필요하지 않다. 점심식사 시간을 알리는 시곗바늘 방향 하나면 이미 내 몸 상태는 식사를 위한 준비가 끝난다.
내 교직의 원동력... 우리학교 급식은 짱이다!!!
난 이 시간만 되면 엔도르핀이 솟는다. 밥을 먹지 않고 쳐다만 봐도 일단 기분이 좋아진다. 영양사 선생님, 조리사분들의 정성으로 만들어진 식판 위의 만찬을 보며 기분이 좋아지는 건 당연하다.
3월에 학교로 전출을 와서 받아본 급식은 한결같다. 사진만 보면 선생님들만 따로 더 챙겨줘서 그렇겠지 라는 편견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급식이 잘 나온다. 아이들도 똑같이 나오지만 선생님들은 김치 몇 가지 정도 더 가져갈 수 있게 챙겨주시는 수준이라 우리 반 아이들도 우리 학교 급식 최고를 외친다.
학교 급식은 참 많은 발전을 해왔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만 하더라도 급식이란 게 이제 막 시작하려고 준비를 하는 상황이었고 초창기에는 학부모님들의 인력을 동원하여 급식 당번이 있었다. 중학교를 다닐 때쯤 지금의 급식이 만들어졌던 걸로 기억한다. 어릴 적 엄마가 반찬을 급식판에 덜어주는 학교급식을 먹어봤다면 아마 내 또래일 확률이 높다.
어린 시절 식사에 대한 추억은 급식보다는 도시락이 더 많다. 둥그런 보온도시락에 밥, 국, 반찬을 싸오면 하나씩 꺼내며 친구들과 나눠먹던 추억이 가득하다. 김칫국물이 새어 나와 도시락 가방이 엉망이 됐던 추억, 소시지 반찬으로 인싸가 되었던 추억, 겨울에는 도시락을 난로 위에 올려놓고 따뜻하게 데워먹었던 추억 등 도시락에 얽힌 에피소드는 참 많다. 심지어 도시락으로 친구들의 가정 형편을 추측할 수 도 있어 부모님들의 경쟁구도까지 얹혀 있던 게 도시락이었다.
2022년 오늘의 학교에서는 급식이 당연한 것이 되었다. 일각에서는 무상급식이라는 단어를 쓰지만 난 그 단어를 인정할 수 없다. 우리 부모님들이 낸 세금으로 만들어진 급식에 무상이라는 단어를 붙인다면 동사무소의 서비스도 무상이고 각종 복지도 전부 무상이라는 단어를 붙여야 하지만 왜 정치의 정쟁 수단으로 급식에 무상이란 단어를 붙인 건지 그 현장에 있는 나로선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상이란 단어를 붙이려면 거기에 맞는 논리와 조건을 갖췄을 때만 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한 끼를 위한 정책에 무상이라는 비하된 표현을 붙이는 몰염치한 행동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이끌려 봤던 영상 중에 다른 나라의 급식과 우리나라의 급식을 비교해놓은 영상을 본 적 있다. 유튜브의 영상을 모두 전적으로 믿을 순 없지만 우리나라 급식을 밴치 마킹하러 외국에서도 찾아온다는 내용이었는데 내가 겪어본 경험을 대입해보니 왠지 설득력 있었다. 교직 경력 12년간 겪어봤던 학교의 급식들은 매년 좋아져 갔다. 신선한 채소와 고기반찬, 디저트류, 그리고 하루 걸러 나오는 특식 등 어느 하나 뺄 것 없는 알찬 식단으로 채워진 학교급식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꿇리지 않는 고퀄리티의 건강한 한 끼가 되고 있다.
요즘 학교급식을 배식받고 사진을 한 장 찍은 다음에 식사를 시작하곤 한다. 내가 뭘 먹었는지 남겨놓으려고 시작했는데 간혹 사진을 깜박할 때가 있다. 급식을 받자마자 얼른 먹고 싶다는 충동을 이기지 못한 날이다. 브런치 카페에 가서 먹음직스럽게 플레이팅 된 음식을 받자마자 손을 대 버리곤 사진을 찍지 못해서 후회하는 것처럼 한입 베어 물고 아차! 를 외치는 게 아마 절반은 되는 것 같다. 음식에 대한 식탐이 폭발하게 만드는 급식의 비주얼이 문제다. 적당히 맛있게 생겼으면 참았을걸...... 그냥 일단 먹고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