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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유쌤 May 13. 2022

선을 넘지 마라...

아슬아슬한 줄타기

오늘 교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 선생님 화장실 좀 다녀올 테니 하던 활동마저 하고 다음 시간까지 마무리해서 제출합시다."

이 말을 하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점심을 먹은 게 잘못되었는지 배가 살살 아파오길래 좌변기에 앉아서 일을 치르고 있는데 화장실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들어왔다가 나가는 게 느껴진다. 누가 왔다 간 건가? 하는 생각을 하며 뒤처리를 하고 교실에 들어갔는데 교실 분위기가 좀 이상하다.

 서로 킥킥대며 웃고 있길래 무슨 재밌는 일이 있는지 처음에는 웃으면서 물어본다. 

 " 무슨 일인데 그래?" 

 질문에 대답을 하는 아이는 없고 계속 서로 눈빛만 교환하며 웃어댄다. 그렇게 몇 분 정도 웃음소리만 주고받는 걸 보다 아까 들어온 아이가 우리 반 아이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내가 오해를 하고 있는가 해서 다시 묻는다.

 " 그래서 무슨 일인데 그러니? 왜 말을 못 하는 건데?"

이 말에 아이들은 계속 눈빛만 주고받으며 계속 킥킥댄다. 그 모습에 확신을 가지곤 한마디 일갈을 한다. 

 " 너희들은 똥도 안 싸냐? " 

 갑자기 교실 분위기가 얼어 붓는다. 좋게 이야기를 하며 웃으며 넘기려고 했던 처음의 시도는 결국 실패한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간단하게 넘어갔을 일이 점점 커지고 만다.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에서 넘어서는 안될 선이라는 것이 요즘 참 애매하다.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면 웃어 넘어가 수 있는 일이 어색한 분위기가 돼버리곤 한다. 수업 중에 말과 함께 하는 손짓을 자꾸 따라 하는 아이, 하는 말 끝마다 혼자서 계속 의미 없는 토를 다는 아이, 내가 보는 앞에서 만만한 아이를 돌아가며 핀잔주는 아이들... 요즘 간혹 보이는 이런 행동들은 결국 선을 만들고 만다. 

 이 선이라는 것은 고무줄 같다. 교사도 사람인지라 감정과 컨디션에 따라서 이 선이 넓어질 때도 있고 한 없이 이 얇아지기도 한다. 보통 오전에는 넓어졌다가 오후에는 얇아지곤 한다. 교실의 풍경은 이 선의 경계선에 서 있는 아슬한 줄타기와 같다. 

 아이들과 격이 없이 지내고 싶고 서로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받아주고 싶어 하는 건 모든 교사들이 바라는 이상이다. 교육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려면 왠지 그래야 할 것 같고 그래야만 한다고 배운다. 그러나 현실은 살얼음이 언 물 웅덩위 위를 걷는 아슬아슬함이 한가득 채워져 있다. 요즘의 우리의 교실이 그렇다. 교권을 말하면 권위적이라 매도 당하는 현실이 그렇다.  

 오늘의 이 선은 내 말문을 막아버렸다. 더 이상 할 말도 없어 결국 수업이 끝날 때까지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고 수업의 끝까지 그냥 사무적인 대화만 주고받다 종례를 한다. 아이들이 선을 넘는 날에는 왠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아이들이 가고 난 교실에서 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교실에 있는 거북이 한 마리만 쳐다보다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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