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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유쌤 May 09. 2022

교실에 찾아온 새로운 친구

거북이 이름은 꼬부기 밖에 없는 거니??

초등학교 교과서중에 실과라는 교과가 있다. 이 교과의 목표는 우리 실생활에 활용할 다양한 활동을 직접 해보는 데 있다. 음식 만들기, 식물 키우기, 애완동물 키우기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직접 해봐야 할 다양한 활동이 나와 있다. 그래서 난 이 교과는 따로 이론만 하거나 책을 가지고 수업하는 걸 즐겨하지 않는다. 직접 부딪혀봐야 무엇이 어렵고 어떤 점이 좋은지 느끼기 좋다. 

 1학기 실과수업에 대해서 학기초에 학급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직접 실천에 옮길 내용을 정리했었다. 


1인 1 화분 키우기

텃밭 가꾸기

거북이 키우기

음식 만들기


 위의 4가지 활동이 아이들에게 선택받은 활동들이다. 실과 교과서에 다 나와 있으나 섣불리 덤비지 못할 거북이 키우기 활동도 담겨 있다. 일단은 저질러 놨으니 해결을 해봐야겠다. 일단 아이들에게 말을 던져놓으면 하기 싫어도 하게 된다. 내가 자주 쓰는 강제 활동 운영 방법이다. 자기 주도적 활동이 잘 안 될 때는 그냥 애들한테 던져두면 이런 말이 들린다.

 선생님 이건 언제 해요?
선생님 저번에 말한 거 언제 할 거예요?
선생님 왜 약속 안 지켜요?
선생님 저번에 하기로 한 거 어떻게 할 거예요?


높은 확률로 잔소리를 들을 확률이 높아진다. 이 잔소리가 듣기 싫어 결국 원하던 거북이 키우기를 오늘부터 시작해본다. 

 

우리반을 찾아온 꼬부기


일단 교과서에서 말하는 애완동물을 키우는 다양한 방법은 제쳐두고 교실에 새로운 친구들 맞이하는 자세에 대해서는 줄곧 이 문장을 반복하곤 했다. 

 생명을 키우는 데는 무한한 책임감이 필요합니다. 한번 맡아서 키우려고 시작했다면 도중에 포기하고 그만두지 않을 수 있다고 자신이 들 때 시작하세요.

 그래서 거북이를 키울 수조와 여과장치, 히터와, 모래, 할로겐 등과 같이 기본적인 환경 구성은 당근에서 구입하거나 인터넷 구입을 통해 준비를 해줬으나 거북이를 직접 입양해오고 먹이는 데는 아이들이 의견을 모아 펀딩을 하도록 유도해봤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흔쾌히 펀딩에 동참하여 학급 단톡방도 만들어졌고 날씨가 따뜻해지는 시기를 틈타 기습적으로 새로운 친구가 우리 교실을 찾게 되었다. 

 

거북이 이름은 꼬부기밖에 없나 봅니다. 


 5백 원짜리 동전보다 조금 더 큰 크기의 꼬북이는 오자마자 환경에 적응을 하더니 물의 온도가 좀 높아지자 물에 풍덩 뛰어들며 빠르게 적응을 해나갔다. 거북이를 처음 키워본 아이들은 꼬부기가 먹이를 한입 먹자마자 여기저기에서 환호하는 육성이 터져 나온다. 

어~~~~ 먹었다!!!
어? 귀여워
어? 올라갔어 대박

을 외친다. 아마 얼마 가진 않겠지만 쉬는 시간에 아이들의 관심사를 당분간은 꼬부기가 받을 건 확실해 보인다. 잠깐의 회의시간을 줬더니 1주일에 한번 어항청소를 할 순번을 정했고 1일 차 사진을 찍어서 출력을 해줬더니 꼬부기 일지도 하나 만들어서 걸어두려는 모양이다. 교실이 저녁에는 좀 춥기 때문에 거북이가 잘 적응을 할지는 미지수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녔을 적의 일이다. 당시에는 물고기를 어항에서 키운다는 개념이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 그때 선생님이 교실에 있던 큰 어항이 적적했는지 어느 날 집에서 물고기를 가져올 친구가 있는지 물으셨다. 그때 당시엔 열대어라는 개념이 없고 파는 곳도 없던 시골이었지만 한 친구가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제가 가져올게요. 집에 물고기 많아요.

 그때 당시에 선생님이 원하는 물고기와 우리가 생각하는 물고기는 달랐다. 그다음 주 월요일이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초등학생 혼자서는 들고 올 수 없어 엄마와 함께 등교를 한 그 친구는 웬 정체불명의 물고기가 꿈틀대는 대야를 교실에 내려놨다. 교실에 오신 선생님께서는 그 대야 위에 얹어진 비닐을 벗기곤 어쩔 줄 몰라했던 기억이 난다. 그 대야 안에는 바다에서 잡히는 농어 한 마리가 애처롭에 꿈틀대고 있었다. 

어머님 어항에 키울 물고기를 요청했는데 우리 OO가 잘못 들었나 봅니다.

 그때는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면 당장 구할 수 있는 건 구해오려고 발버둥 쳤던 시절이었다. 우리를 애처롭게 쳐다보던 농어의 눈망울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결국 그다음 주에 우리 반 선생님은 직접 붕어를 어디서 구하셨는지 가지고 오신 후 우리에게 어항 청소를 지시하셨다. 그 붕어는 어항에서 약 3개월 정도 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과시설이나 물갈이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던 시절에 그래도 붕어라서 제법 오래 살긴 했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얼마나 춥고 얼마나 숨이 막혔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아찔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딱 맞는 상황이었다. 물이 더러워지면 안 될까 봐 부지런히 물갈이를 했었고 그 물은 수돗물도 나오지 않는 시골학교인지라 한여름에도 시원함을 느끼 수 있는 깊고 깊은 지하에서 퍼올린 지하수였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 벨인 이야기지만 거꾸로 붕어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잔인하지 않을 수 없는 슬픈 이야기다. 


 다시 꼬부기의 입장으로 돌아와야겠다. 학교는 야간에 전기를 내리기 때문에 여과장치나 온열기가 작동을 할 수 없다. 그래도 아침에 어항의 온도가 23도를 넘는 것을 확인했고 낮에는 히터로 금방 26도까지 온도가 올라갈 수 있기에 이러한 온도 변화에 대해 꼬부기가 적응을 잘할 수 있을지 일단은 몇 주 정도 관찰을 잘해봐야 붕어의 참사를 막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먹이 반응이 어려워진다면 꼬부기의 환경을 바꿔줄 다른 방법을 아이들과 함께 찾아봐야겠다. 

 이번에 우리 반 교실을 찾아온 이 친구는 여름이 지나 가을에 접어들 때쯤 원하는 학급 친구에게 분양을 해줄 예정이다. 가을이 되면 학급에서 거북이를 키우기에는 환경이 너무 가혹해질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그때까지는 반 아이들이 일치단결하여 한 생명을 키운다는 의미에 대해서 조금은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꼬부기도 건강하게 잘 지내길 기원해본다. 붕어의 추억은 과거로 남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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