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하다 뭉클한건 참기 어렵다.
수업하다 보면 가슴이 뭉클한 주제를 간혹 만나곤 한다. 그중 대표적인 주제는 바로 인권이라는 주제다. 오늘은 때마침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인권 주제 수업을 하려던 날 5.18 광주 민주항쟁 기념일이 겹치고 말았다.
오늘은 인권 수업을 하는 김에 5.18 광주 민주항쟁 기념일을 맞아 인권을 위해 노력하신 분들에 대한 내용을 한 시간 더 수업하도록 할게요
교과서에는 마틴 루터킹 목사님, 마더 테레사수녀님 등 인권 보호를 위해 노력했던 대표적인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있지만 오늘의 수업 포인트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다. 우리의 이웃들이 인권을 위해 투쟁했던 역사를 주제로 수업을 진행해본다.
이런 주제를 수업할 땐 아이들은 잘 모를 것이다. 뭉클한 내용이 지나갈 때쯤 몰래 모니터 뒤로 얼굴을 피하곤 한다. 나도 모르게 감정이 복받쳐 오를 때 눈물이 날 것 같은 위기의 순간이 오곤 한다. 아이들에게는 수업시간에는 엄격한 스타일의 선생님이기에 울컥한 감정이 담긴 눈물이 괜히 부끄럽기만 하다. 그래서 빠르게 눈을 감았다 떴다를 빠르게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안약을 넣어 눈에 바르는 것처럼 눈가에 살짝 맺힌 물기가 말라버리곤 한다.
오늘은 두 번의 위기가 왔었다. 마더 테레사 수녀님의 노벨평화상 소감 발표와 5.18 광주 민주항쟁의 실황이 담긴 영상을 시청하면서 왔다. 그래도 아마 아이들은 잘 몰랐을 것이다. 모니터 뒤로 나의 부끄러움을 숨겼다.
5.18 광주 민주항쟁은 매년 계기 교육을 해도 질리지 않는다. 매년 반복해서 읽어보고 시청했던 영상들이지만 볼 때마나 감회는 새롭다. 초임 시절에 수업을 위해 준비했던 5.18 광주민중항쟁 사건의 기록은 곧 마흔에 접어 들어가는 지금의 시선에서 보면 좀 더 애절하고 가슴이 아프다.
젊었을 적에는 불의에 대한 저항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그 당시 많은 아픔을 겪었던 가족들의 입장에서 이해하게 된다. 같은 사건이지만 나이가 들고 가정을 이루면 바라보는 시각은 달라진다. 그래서 수업하며 당시 신군부의 패악질과 문제에 대항하던 광주시민들의 저항이라는 요점을 장황하게 설명했던 과거보다 많이 힘을 뺀 설명이 곁들여진다.
당시 신군부에 저항해서 전국에서 많은 저항이 있었지만, 그중에 광주에서는 군대를 동원한 진압이 이뤄졌었고 그 진압에 시민들이 합심하여 저항했던 역사입니다. 이 사건은 훗날 6월 항쟁의 도화점이 되어 오늘날의 민주국가가 되는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그 희생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수업 말미에 5.18 광주 민주항쟁 추모글을 써보는 활동을 하며 수업을 마친다.
다른 이의 글을 참고해서 쓴 추모글이지만 아이들의 기억 속에 5.18 광주 민주항쟁이 우리 민족의 저항의 역사였으며 우리가 오늘날 이렇게 살아갈 수 있게 된 많은 원인 중의 하나였다는 것 정도만 기억에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