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유지의 단계까지 화이팅!!
난 자존심이 센 사람이다. 이제까지 난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모든 일들에 대해선 잘 알고 있다고 착각을 하며 살아왔다. 내 직업과 관련된 일들부터 시작해서 내가 관심가지는 취미까지 한동안 그 분야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관심을 가지면서 내가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한 자신감이 강했다.
어쭙잖은 주워들은 지식들의 모음들로 시작했던 주식투자에서 쓴맛을 보고 비로소 현실과 이상은 다르다는 점과 난 정말 하수였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오만함이 준 벌이었다. 벌이라고 생각하면 씁쓸하겠지만 나의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난 벌이 아니라 선물이라고 칭하고 싶다.
최근에 도서관에서 빌린 부의 인문학이란 책을 정독을 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20페이지, 50페이지씩 읽다가 최근 들어 노션을 활용한 일기를 쓰는 활동을 시작하면서 매일 나의 루틴을 체크하는 공란에 독서 부분을 만든 이후 속도가 붙어 책의 절반을 3일 만에 다 읽어버렸다.
이 책은 부에 대해 나의 관점에 몇 가지 변화를 준 책이 되었다. 이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이뤄져 있다. 4개의 장 중에 나의 관점 변화에 영향을 준 부분은 바로 제4장 투자의 길을 만드는 부의 법칙이었다.
이 장에서는 투자라는 행위를 통해 미래에 대해 감히 예측을 하거나 확언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20대 80의 법칙, 무위험 거래의 허구성, 블랙 스완은 예상보다 더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사례를 통해서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만을 가져갈 수 있다는 주장의 허점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그동안 경제지나 뉴스에서 나오는 나열된 정보들로부터 얻은 얄팍한 지식으로 한 기업의 미래에 대해서 논하고 앞으로의 주가 향방이나 집값을 방향에 대해서 확신을 가져왔던 나의 무지함에 이 책은 비수를 꽂았다.
그래도 경제 관련 책들을 과거에 몇 권 주워서 본 기억이 있어서 적립식 펀드니, 위험 분산이니 하는 이야기들을 종합하여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아야 된다는 격언 하나만 가지고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던 과거를 돌이켜보면 총알과 수류탄이 날아드는 전장에서 날도 들지 않은 목검 한 자루 들고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치는 격이 아니었나 싶다.
이 4장에서는 그동안 내가 간과하고 있었던 인간의 본능에 대한 성찰을 이야기하고 있다. 대부분의 인간은 인간의 본성에 충실하고 투자 또한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필자는 주장한다. 인간이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그 과정에 대한 성찰을 하지 않고 무작정 남과 똑같은 판단을 한다면 투자에 있어서도 쓴맛을 볼 확률이 높다고 말하고 있다. 이 부분은 그동안 부에 대한 나의 태도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릴 적 우리 집은 대박을 쳤던 시절도 있었고 쪽박을 차던 시절도 있었던 전형적인 IMF를 정통으로 겪은 가정이다. 시골에 살았지만 한 달 용돈으로 당시는 거금이었던 10만 원 이상을 쓰며 살았던 초등학교 시절도 겼었으며 집안 살림 곳곳에 빨간딱지가 붙어 손대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며 버티던 시절도 있었다. 이런 성장과정은 나에게 돈이란 것은 있을 땐 있고 없을 땐 없는 신기루와 같은 존재처럼 비쳤다. 힘들던 시절이 전반기였다면 나의 생각이 좀 바뀌었을 수 있지만 지금을 기준으로 했을 때 힘들던 시절이 더욱 가까웠고 나 의학창시절 대부분을 차지했으니 그 영향은 후자가 더 많았으리라 생각된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난 부자에 대해서 외면하는 회피동기가 더 강했었다. 내 또래 중에서도 유복하게 사는 사람들은 부모가 잘 사니까..라는 말로 치부하고 우연이라도 대박을 친 지인이 있으면 나 스스로 위안을 삼기 위해 자기 방어를 적극적으로 했었다. 여전히 이런 반응은 나도 모르게 일어나고 있다. 그걸 최근 들어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경제 공부를 시작하고자 하고 이번 책이 총 4번째 책이다. 정보의 나열로만 된 책을 빼고 두 번째로 인상 깊은 책이기에 독후감을 쓰고 있지만 이제까지 읽은 4권의 책은 모두 부에 대한 태도에 관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 시장 경제에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지 마라."
그동안 난 돈에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있었다. 돈을 버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정당하게 벌지 않은 돈은 지저분하다고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나 돈 앞에서 정당하다 정당하지 않다는 건 종이 한 장 차이다. 주식투자로 돈을 벌면 정당한 걸까?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벌면 정당 한 것일까? 투기라고 치부해야 하는 걸까? 누군가의 성공에 있어서 그 사람의 성공과정에 집중하지 못하고 그 사람의 정당성에 더 집중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다. 이 책도 표현은 다르지만 이런 이야기를 똑같이 하고 있다.
책의 마지막에 이런 문장이 있다.
" 투자에 성공하려면 원시적인 본능을 극복하라." 그렇다. 난 그동안 원시적인 본능으로 행하던 일을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라고 포장을 하곤 했다. 그 이면에는 잘 알지 못한다는 불완전함이 깔려 있었다. 들키지 않기 위해서였으리라. 앞으로는 투자의 관점을 바꿔보려고 한다. 과연 모든 사람들은 어떤 관점에서 이 상황을 생각할까? 거기서부터 모든 투자의 방향은 시작돼야 할 것이다. 지금은 어렴풋한 느낌만으로 이해를 하고 있지만 실전감각이 생기기까지 많은 공부와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더 뚜렷해질 때까지 공부는 계속되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