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오길 벌써 40년이 되어간다. 요즘 계산하는 만 나이로는 아직 1년 남았지만 이미 내 마음은 40살이 임박해 있다. 내가 그동안 살아온 이 자본주의 사회에 대해서 그동안 너무 모르고 살아왔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 왔다.
요즘 경제와 관련된 책 10권 읽어보기를 시작하고 내게 잘 읽히는 책을 찾기 어려워서 한 명의 개인이 쓴 책보다는 여러 명의 기획이 들어간 책이 더 낫겠다 싶어서 밀리의 서재에서 선택했다. 역시 탄탄한 구성과 전문가들의 견해를 잘 버무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명확히 이해가 되는 책이었다.
이 책에서는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과 그 이면에 숨겨진 어두움까지 한꺼번에 설명하고자 하는 의도가 읽힌다. 왜 다수는 가난하고 소수에게 부가 집중되는 것인가? 국가란 무슨 일을 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명제에 대한 해답을 명쾌하게 풀어가고 있다. 그동안 내가 너무 자본주의의 속성에 대해서 잘 모르고 살아오지 않았는가? 하는 반성은 이 책의 시작 부분부터 시작되었다.
그동안 은행은 돈을 빌려주고 거기에서 생기는 이자로 운영되는 곳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해왔다. 이 책에서는 은행이란 존재가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한 축으로써 통화정책과 인플레이션을 컨트롤하는 자본주의의 최전방에 서있는 첨병이라는 견해를 피력한다. 그렇다. 우리가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예금을 예치하는 행위는 곧 돈을 복사하고 복사하는 행위다. 이 돈이 복사되는 환경으로 인해 통화량은 증가하게 되고 그 증가된 통화량은 곧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건 곧 적절한 재테크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이겨낼 수 없다면 풍족한 삶을 살긴 어렵다는 단순한 진리에 이르게 되었다. 소득이 생기면 그 소득을 모아서 부동산이나 주식과 같은 현금성 자산을 사는 행위가 바로 이 인플레이션이라는 괴물을 상대하기 위한 전략이다. 그 돈을 그대로 은행에 묶어두고 가만히 있는 것은 인플레이션만큼 내 소득을 갉아먹는 행동이다.
요즘 경제에 관심이 생기면서 나의 소득이 스스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분주히 공부를 하고 있다. 이 책은 나의 이런 행동에 정당성과 이론적 근거를 제공해 줬다. 고성장을 통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앞으로 절약과 저축이라는 미덕이 더 이상 나의 부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것은 명백한 현실이다. 절약과 저축, 투자가 병행돼야 나의 돈을 지킬 수 있고 내 미래가 조금이라도 더 윤택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의 마지막장을 덮으며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자본주의는 그런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마지막에서는 신자유주의에서부터 큰 정부를 지향하는 의견까지 성장엔진으로써 가장 효율적인 체제인 자본주의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하려 하는 거대담론에 대해 고민하는 이야기로 마무리하고 있다.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의 한계, 큰 정부를 지향하는 케인즈의 패착으로 인한 하이에크의 신자유주의까지 자본주의는 계속 발전해 왔다. 앞으로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알 수 없으나 자본주의는 지속적으로 보완되고 발전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분명 기회는 찾아올 것이다. 기회는 기다리는 자가 잡을 수 있다. 경제가 움직이는 방향을 알 순 없지만 그 그림자는 볼 수 있다. 항상 지켜보고 있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