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캠퍼스의 학생들이 교과 내용을 주제에 맞게 엮어 만드는 '교과맵'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낙연 총리가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습니다.
8월 22일 목요일 오후 3시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거꾸로캠퍼스를 찾은 이낙연 총리는 (사)미래교실네트워크와 정찬필 사무총장의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교실을 방문했습니다. 교과맵과 사최수프 활동이 한창이었죠.
"수업을 하는데 제가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 미안하네요"
학생들이 각자의 주제에 맞춰 몰입을 하고 토론을 이어가는 장면을 보며, 이 총리는 연신 조심스러워 했습니다.
이낙연 총리가 시각장애인들이 지폐 종류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거꾸로캠퍼스 학생들의 프로젝트를 눈여겨 보고 있다.
"신문을 보다가,
즉흥적으로 오게 됐습니다."
이 총리는 "신문을 보다가, 즉흥적으로 오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정동 청와대 경제과학특보가 지난 16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거꾸로캠퍼스의 배움장터를 방문했던 소회를 밝히며 "이런 식의 배움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했던 언급이 계기가 된 모양입니다.
첫 순서였던 대담에는 거꾸로캠퍼스의 학생, 교사, 학부모가 참석했고, 이 총리는 한 명 한 명에게 조심스레 질문을 이어나갔습니다. 대담은 거꾸로캠퍼스에 투자하는 씨프로그램의 교육서재 온더레코드에서 30여분간 진행됐습니다.
"성과를 어떻게 측정하나요?"
이 총리의 첫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정찬필 사무총장의 브리핑을 듣고 난 후였죠.
"초창기부터 연구팀을 꾸려 꾸준히 아이들의 성장과 변화를 측정합니다. 이미 국제적으로도 검증된 역량 기준을 기본으로 하고 자체적인 항목을 더해 어떤 역량을 어떻게 측정할지 설계했습니다."
정 총장이 대답했습니다.
동숭동 공공일호 3층 온더레코드에서 진행된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대담.
이 총리는 학생과 교사들이 거꾸로캠퍼스에 합류한 배경에 대해서도 궁금해했습니다.
"정년이 끝나는 그날까지 미래교실네트워크 덕에 행복하게 수업을 하고 나왔습니다. 정년 후 이 단체의 대표로 있으면서 제가 바라는 것은, 제 손녀를 비롯한 학생들이 집앞의 학교에서도 이런 살아 있는 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최명숙 (사)미래교실네트워크 대표의 말입니다. 이 총리는 공감한다는듯 무겁게 끄덕이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수업이 힘들지는 않았는지 묻는 질문에 "울기도 많이 울었지만, 정말 도움이 되는 경험들이었다"고 답한 포도(김수연)에게는 "그럼 앞으로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해결을 부탁해도 되겠냐"고 물어 분위기를 풀어주기도 했습니다.
"분명 세상은 늘 변합니다.
하지만 어른들의 전망대로 변하지는 않죠"
대담을 마친 총리는 미래사회와 교육에 대한 짧은 소회를 밝혔습니다.
"분명 세상은 늘 변하고 있습니다. 1899년, 20세기를 1년 남긴 시점에 미국의 언론 <레이디저널>은 '바퀴벌레가 없어질 것이다'라는 예측을 내놨죠. 하지만 인공지능을 만드는 지금 이 시대에도 우리는 바퀴벌레를 없애지 못하고 있죠. 기존의 틀로 보는 미래예측은 틀릴 수 있습니다. 미래를 살아갈 학생들을, 기존의 틀에 옭아 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에겐 새로운 방식이 필요합니다. 그 답의 하나가 거꾸로학습이라고 믿습니다."
이 총리는 학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로 대담을 마쳤습니다.
항해를 하기 위해 배를 만들었듯, 우리도 멈춰 있기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닙니다. 학생들께서 불안해 마시고 새로운 길에 나서기를 바랍니다. 지금은 남들과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나중에 분명 좋은 선택을 했었다고 할 때가 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