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사(死)와 나의 생(生)이 공존하는 순간. 곱씹게 되는 표현이네요. 아빠 장례식이 떠오르네요. 슬퍼도 울 수 없는, 슬퍼할 여유조차 주지 않는 장례식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참 외로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의 그 불편했던 공기가 새삼 떠오르네요.
한편의 잘 쓴 글을 만날 때 가슴이 뛴다.
서점에 못 가는 요즘 브런치 작가의 글 탐닉에 빠졌다. 도서 어플보다 훨씬 좋은 작품들이 많다. 언젠가부터 교보** 신간 베스트셀러의 목록을 믿지 않기로했다. 국회에만 정치가 존재하는 건 아니다. 자본과 수익이 우선시되는 모든 곳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야기가 있다. 출판사에서 밀어주는 책, 유명 작가가 쓴 글은 언제 부턴가 쉽게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하나의 글을 쓰고 퇴고를 거치기까지 애지중지 잘 쓴 책의 수많은 작가들을 기타 등등으로 만드는 이 처사가 난 싫다. 책 내용이나 좋으면 또 모를까. 보기 싫은 광고처럼 글 사이사이로 허위 허식과 유행만이 깃든 플렉스 넘치는 사진을 끼워 팔았다. 차라리 타블로이드판 연예인 가십거리나 디스패치 연애사진이 더 흥미 있다.
유명 SNS를 보면 자기자랑인지 제품홍보인지 그런 제품을 협찬 받는 자신을 자랑이라도 하듯 사진들이 넘쳐난다. 누가 찍었는지 모를 셀카의 각도에서 온갖 여유와 진짜 흉내를 내고있다. 출판사의 홍보, 표지의 화려함, 휘황찬란한 일러스트 삽화로 가득한 책에는 진실성이 없다. 마치 유명SNS를 보는 것 같이 감흥이 없다. 유명서점 및 도서 어플 대신 브런치를 즐겨 읽는 이유다.
불편한 공기
그런데 언제부턴가 브런치에서도 내 글이 초라해지기 시작했다. 기계적이지만 전문가스런 곡선과 직선 채색의 화려한 일러스트 그림들이 눈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오로지 피그마펜과 색연필에 의존한 손그림이 보잘것없어 보이게 된것이다. 아마도 그건 내 자존감이 하락한 것일까?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것일까? 일러스트 작가들이 대거 브런치에 유입된 것 같아 씁쓸했다. 왜냐하면 글발 아닌 그림발이라고 같은 내용이라도 일러스트레이터 작가들의 글이 더 있어보이기 때문이었다. 여기서도 경쟁이 시작된 것인가? 아 이런 비타민 C....
무엇이 문제인것인가?
문제로 보는 내 시선이 문제인 것인가?
문제는 메인반열에 오르고 싶은 불편한 진실에 있었다.
사실 한 편의 글을 올리기 위해 내적 사유하는 시간이 꽤 길긴하다. 그만큼 깊이감과 성숙도 를 위해 숙성과 퇴고의 과정을 많이 거친다. 푸념하듯 늘어놓는 생각들을 그대로 노출시키는게 어쩌면 두려운 것일지 모른다. 이런걸 글이라고... 생각하는 그 이면에는 작가란 모름지기 이정도의 글발과 실력은 있어야지. 스스로 정해놓은 굴레 혹은 기준에 사로잡혀 있는 건지도. 그런데 억울한 것은 이렇게 열심히 퇴고의 과정을 거친 완벽하다 (매번 그런건 아니지만) 생각한 글이 인기가 없다는 것이다. 야심차게 준비한 단편소설 춘희도 그렇다. 무엇을 기대한 것인가? 몇개월 전 소설을 연재하는 작가님의 글에는 올라오는 즉시 좋아요와 댓글이 쏟아지는 걸 보고 아마 내 소설도 그럴것이다 기대했던 것 같다. 결국 나도 인기있는 메인반열에 오르고 싶은 것인가? 사람들이 열광하는 글에는 뼈를 흔드는 문체와 심장을 후벼파는 글밥이 존재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내 글은 지극히 평범했다.
그들의 글에는 있고 내 글에는 없는 단 한가지, 사람냄새가 났다. 인간미가 내게 없는 그것이었다. 정말 그런가요? 묻고싶다. '브런치에 기생하는 작가의 유형'에서 난 진정 글쓰기를 즐기는 '진정한 작가'라 생각했다. 지금도 그 사실엔 변함이 없다. 다만,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사는 직업인지라 그 전에 사회적 소통과 관계를 맺고자 하는 인간 본연의 욕구도 있는지라 글을 올린 뒤에 오늘은 '좋아요'와 '댓글'이 얼마나 달렸나 확인한다. 다행인 건 지금까지 브런치 메인반열에 몇 번 올랐고 조회수를 기록했다는 사실, 불행인 건 글에 공감력이 없는 것인지, 재미가 없는 것인지 구독자수는 여전히 두 자릿수라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의외로 친구맺기에 인색하다. 어떤 작가님의 말처럼 읽는 이보다 글쓰는 이가 더 많아서일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독자가 몰리는 글은 따로 있다. 그만큼 내 글이 인기가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
독자들은 너무 잘 쓰는 척하는 글과 완벽한 척하는 글에는 흥미가 없다. 조금 부족해도 내 이야기같은 글에 공감하고 소통댓글을 달고 좋아요를 누른다. 그리고 내가 구독하는 작가의 글은 믿고 누르는 신뢰와 의리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런 점에서 난 아직 부족하다. 글실력도 구독자수도 많이 부족하다. 글도 사람도 힘을 좀 더 빼야겠다. 고개를 빳빳이 들기 보다는 겸손한 자세로, 허위허식을 벗어던지고 다가서고 싶은 사람 글이 되어야겠다. 주류에 들지못한 아류의 외침일지니 이 또한 겸허히 받아들이고 노력할지다.
다시 초심으로
구독자 수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매우 연연해한다. 아주 많이 갈망한다. 그것이 내 존재이유가 될 수는 없지만 글쓰는 힘이 될수는 있으니까. 그렇지만 여전히 구독취소를 누르지 않고 의리를 지키는 71명의 구독자들이 존재하기에 나 또한 살아 숨쉰다. 아끼고 소중하다. 초반 구독자 스물 몇 명일때부터 내 글의 진가를 알아봐주고 필력을 높이사준 초이스 작가님, 매번 1순위로 공감 댓글을 달아주신 아무도 작가님, 글의 깊이가 남다르다며 눈꽃처럼 마음을 적셔준 히읗작가님, 실상은 멋지지 않은 내 모습 자체를 멋지다 칭찬해주시는 자유로운 콩새 작가님, 악플을 선플로 대하는 관조의 마음을 알게해주신 김도형 작가님. 그리고 제 1, 2, 3호 팬이 되어준 윤성훈님, 염지윤님, 이용애서인 안균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대가 있어 제가 존재합니다. 앞으로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매일 꾸준히 글 쓰겠습니다.
브런치 사유(思惟)하러 갑니다.
브런치 사유를 즐기는 이유. 잘쓰지 않은 글도 많다. 적어도 가식과 가짜는 없다. 서툴지만 진솔하고 은유법은 없지만 나대지는 않는 글이라 좋다. 화려한 겉보다 내실 있고 역량 있는 작가들을 탐색하는 재미가 있다. 구독자수에 연연하지 않는 글에는 글쓴이의 생각과 고민, 취향과 향기 모든 것을 담고 있다. 개성도 제 각각이다. 골라 읽는 재미가 있다. 무엇보다 이 모든 서비스가 무료라는 사실!! 흙 속의 진주알처럼 숨겨진 귀한 보석을 찾는 일이 즐겁다.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읽힌다는 사실만으로도 설레고, 가감없이 평가를 받을 수 있기에 실력을 더욱 정진할 수 있다.
다른 작가들이 쓴 글과 함께 뛰어놀며 내 글 실력을 점검해볼 수 있다. 어떤 글이 인기있고 어떤글이 냉대를 받는지 수요조사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은은하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글을 통해 스스로 치유가 된다는 점이다. 나보다 월등한 실력의 글은 영감과 공감이 되어 긍정적인 학습효과를 일으킨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고, 누구나 작가가 되고,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자유출판 플랫폼, 브런치에선 돈 안들이고 내가 쓴 책을 낼 수 있다. 이 자체만으로도 글 쓰는 이들에겐 꿈과 희망찬 목표가 된다. 오늘도 브런치 사유하러 갑니다.
2021년 1월 3일 쓰고
2021년 4월 13일 매듭
새벽 2시 13분. 장독대를 열고 묵혀둔 글밥을 꺼냈다. 어우 된장냄새... 맛깔나게 요리 좀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