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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boveseoul Feb 21. 2020

자꾸만 보고 싶은 그녀들

백예린, 주다사, 그리고 빌리 아일리시

독특한 매력, 펑키한 감성.

어딘가 모르게 따라하고 싶게 만드는 비주얼까지.


자꾸만 보고 싶은 묘한 매력의 그녀들을 소개한다.



1. 백예린

900만 조회수를 기록한 전설의 '초록색 원피스' 영상을 아는가.


독특하지만 웨어러블한 듯한 사복, 컬러풀한 플라워 타투, 촤르륵 떨어지는 헤어스타일, 꼭은 아니지만 자주 보러오겠다는 수줍은 고백을 담은 가사, 묵직한 듯 가녀린 음색까지.

그 모든 게 어우러져 '백예린' (@yerin_the_genuine) 만이 풍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출처: 백예린 <Our love is great>


그녀의 앨범 커버와 자켓 사진, 그리고 프로필 이미지는 주로 푸른 빛과 붉은 빛, 그리고 필름 카메라와 같은 빈티지한 질감을 더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지난 <Our love is great>와 가장 최근에 발매한 <Every letter I sent you.> 의 이미지는 모두 무궁 작가 (@mu_gung) 와 함께 작업했다.


2018년~19년에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던 일본풍의 시티팝, 그 중심엔 백예린이 리메이크하여 부른 'La La La Love Song'이 있다. 일본 감성의 일러스트를 입혀 더욱 일본의 밤거리를 떠오르게 만드는 한 채널의 오디오 영상 (@KozyPop) 은 유튜브에서 조회수 150만을 돌파하며 백예린을 더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출처: cyidra 유튜브 채널


그녀에 대한 센세이션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단연 'Square'라는 곡을 빼놓을 수 없다.

모든 것은 2017년 한 페스티벌 무대의 직캠 (@cyidra) 에서 시작되었다. 


그 날의 바람과 날씨, 전설의 초록색 원피스의 살랑거림까지 어우러져 완벽한 분위기의 영상을 만들어 냈다. 어색하지만 그래서 더 귀여운 그녀의 제스쳐와 노래에 진심을 담아 부르며 활짝 짓는 미소. 거기에 본인의 연약함을 고백하며 '이렇게 말하며 위로해달라'는 당찬 소녀의 목소리가 담긴 가사까지.


이 영상이 공개된 후,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백예린에 대한 청자의 수요는 엄청났고, 특히 해당 곡을 발매해달라는 요청과 공연 무대에서 불러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하지만 아티스트 본인은 이 곡을 부르는 날과 현장 분위기가 곡을 비로소 완성시킬 수 있다는 소신있는 의견을 밝히며 쇄도하는 요청에 대한 스트레스를 밝혔다.


결국에는 2019년 12월에 발매한 그녀의 정규 앨범 <Every letter I sent you.>에서 'Square (2017)'이 수록되었다. 곡 제목에 (2017) 가 들어간 것도 그녀가 말하는 곡을 완성할 수 있는 2017년 무대 현장이 담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듯 하다. 그녀의 감성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반길 요소인 것 같다.


현재 그녀는 JYP를 나와 Blue Vinyl (@bluevinyl.official) 이라는 1인 레이블을 설립하여 활동 중이며 최근에는 단독 콘서트도 성황리에 마쳤다. 



2. 주다사

페이스북과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스스로를 맡기다 보면 그녀를 마주칠 수도 있다.


주다사는 트위치에서 음악 방송을 하는 스트리머로, 

그녀는 주로 좋아하는 노래를 주구장창 틀며 시청자들과 시간을 같이 보낸다.


@주다사 트위치


스트리머로서는 이례적으로 그녀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냥 그때 그때 하고 싶은 행동을 할 뿐.


어쩔 땐 음악을 들으며 방 청소를 하기도 하고 딸기를 파내고 연유를 속에 넣어 얼려 먹기도 한다.

말 그대로 방구석에 앉아서 '나 하고 싶은 거' 하는데 그냥 캠만 켜져 있는 거다.


그녀의 킬링포인트는 방독면 수준의 실험용 고글과 헤드폰, 그 사이로 삐져나온 떡진 머리, 그리고 장난끼 가득한 햄스터를 연상시키는 입꼬리. 마지막으로 어딘가 펑키해 보이는 입술 피어싱.


심지어 이름조차 본인의 이름에서 '주'를 따오고 '다사'는 키보드로 아무거나 쳐서 나온 단어의 조합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좀익 (Zombie + TOEIC) 이라는 그녀만의 언어를 사용해 모니터나 공책에 글을 써서 시청자들과 소통한다. 이런 것들이 의도된 컨셉인지 그녀 본연의 모습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그녀의 행동과 모습이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출처: #ff9999 유튜브 채널


묘하게도 음원 사이트에서 음악을 듣는 것 보다 그녀의 영상을 통해 음악을 듣는 게 더 곡의 맛이 산다는 청자들이 많다. 덕분에 주다사 영상으로만 편집된 음악 영상이 많다. 


그리고 그녀를 보며 듣는 음악이, 확실히 더 듣기 좋다.


유튜브에 편집되어 있는 '주다사 플레이리스트'도 기분 내기에 추천한다. 감성적이고 분위기 잡기 좋은 노래는 물론이고, 우울하고 울적할 때 아무 생각 없이 미친 듯이 몸을 흔들어 제끼기에 적합한 노래들도 많다.


특히, JT Music의 'Join Us For a Bite' 와 그녀가 야광봉을 흔들며 립싱크하는 모습을 편집한 영상 (@ff9999, Join Us For a Bite)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렇게 신나는 틴 팝과 그녀의 우스꽝스러운 표정, 그리고 그녀가 수집하는 독특하거나 기괴한 소품들이 더해져 그녀의 아싸스러운 방구석 감성을 돋보이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주다사의 최대 수혜자 곡은 Ruel의 'Painkiller' (@ff9999, Painkiller) 라고 생각한다.

뮤직비디오를 따라한 듯한 액션과 제스쳐가 매우 귀엽다. 편집자의 재치있는 컷 편집도 영상의 포인트.



3. 빌리 아일리시

2018년에 거미와 함께 등장해 한국 대중들에게 충격적인 중2병 비주얼을 선보이더니

어느새 그 소녀는 지금 그래미 5관왕을 휩쓴 월드 스타가 됐다.


출처: @billieeilish 인스타그램


2016년, 그녀의 오빠인 피니어스 오코넬과 함께 작곡하여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Ocean Eyes' 로 대중들에게 처음 알려지기 시작했다.


독특한 패션 스타일과 이젠 그녀의 시그니처가 되어버린 다채로운 헤어 컬러, 그리고 그녀 특유의 아이시 블루 아이 컬러까지 더해져 지금의 빌리 아일리시 (@billieeilish) 를 만들었다.


출처: W Korea


그녀가 항상 입는 배기(baggy)한 옷 스타일은 스스로가 타인에게 몸매나 옷차림으로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을 거부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그녀의 스타일링은 대부분 오버 사이즈에 젠더리스한 연출이 돋보인다.


출처: Vanity Fair 유튜브 채널


주목받은 건 Vanity Fair에서 진행한 2017년, 2018년 두 빌리의 인터뷰를 비교하는 영상 (@Vanity Fair).

1년 사이에 소셜 팔로워 수, 함께 작업한 아티스트의 명성, 그리고 본인의 작업물까지 굉장히 눈에 띄는 성장을 보인 빌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짧다면 짧은 그 1년 사이에 감정적으로 깊어지면서 어딘가 모르게 지쳐 보이는 빌리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녀는 노래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감없이, 과감하게 담아낸다.

그 주제는 직접 겪은 우울증, 자기혐오, 자살 충동 등이다.


괴기한 뮤직비디오 연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앨범 커버 모두 그녀의 고독하면서도 고통스러운 정신세계를 표현한 듯 하다. 눈에서 검은 눈물이 나온다던지, 거미가 가득한 왕관을 쓴 채 입에서 거미가 나온다던지, 눈동자가 사라진 채 흰자위만 남아 등에 주삿바늘이 잔뜩 꽂힌다던지.


그와 더불어 때론 나른해서 엔젤릭한 목소리, 그리고 때론 독기를 품은 듯한 펑키한 보컬이 그녀가 곡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진정성 있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요소이다.

이런 비주얼과 감성이 가능한 것은 빌리의 천부적인 재능이자 그녀가 그동안 겪어온 고통의 깊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2019년에는 첫 정규 데뷔 앨범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를 발매했다.

그 전에 발매했던 싱글곡을 포함해 총 14곡이 수록됐다.


이 앨범에서 특히 추천할 만한 곡은 앨범의 타이틀곡, 'bury a friend.'

묻겠다는 (bury) 친구 (friend) 가 내면의 고독한 그녀를 뜻하는 것인지는 청자의 해석에 따라 달렸지만,

후렴에서 그녀는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는 존재에 대한 질문을 계속 한다. 


출처: Billie Eilish - 'bury a friend' M/V


그리고 마지막으로 묻는 질문은,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 (우리는 잠들면 어디로 가는가?)"


어딘가 기괴하면서 섬뜩한 분위기의 이 곡은 그녀와, 그리고 고통을 겪고 있는 우리 모두의 내면에 던지는 빌리의 호기심 어린 순수한 질문이자, 눈을 감으면 닥치는 어둠에 대한 그녀의 고찰인 듯 하다. 그리고 이 어둠에 대한 고찰은,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그녀의 수동적인 모습과 더불어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최근에는 스스로 뮤직비디오 연출까지 맡으며 (xanny, everything i wanted), 단연 세계적으로나, 국내에서도 가장 가시적인 성장 행보를 보이는 팝 아티스트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하는 것.

그게 아마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동경하는 대상이 된 큰 이유이자 이들의 이야기에 진정성으로 작용한 요소가 아닐까 싶다.


요즘 사회에서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본인의 것을 해내는 건 쉽지 않다.

자기 표현을 뚜렷하게 해내는 그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 everything i wanted - Billie Eilish

(everything i wan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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